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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오지 말라고는 했지만'…부모는 언제나 자식들이 그립다

입력 2020-09-29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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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오지 말라고는 했지만'…부모는 언제나 자식들이 그립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부모들은 자식들이 그립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비록 자녀들의 고향 방문을 만류했지만, 그리운 마음만은 어쩔 수가 없다.

추석을 앞두고 몇몇 부모의 '온도 차' 있는 속내를 들어봤다.


▲ "안전이 최우선이니 올 필요 없단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에 사는 최모(72·여)씨는 대전과 서울에 며느리들이 산다.

이번 추석엔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에 따라 며느리들에게 오지 말라고 했다.

대신에 차례상은 최씨 부부가 단출하게 준비하기로 했다.

전주 신중앙시장에서 만난 최씨 부부는 "당장 못 보더라도 괜찮으니 오지 말라고 (우리가) 선수 쳤다. 그래야 얘들 마음이 편하지 않겠어. 우린 신식 노인네들"이라며 밝게 웃었다.

부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지면 그때 얼굴 보는 것이 서로 편하다. 요즘은 안 오는 게 효도"라고 덧붙였다.

서운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추석날 영상통화로 얼굴 보면 됐지, 불안한 마음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게 오히려 걱정"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 "손주 녀석들 얼굴이 아른거리지만…안전이 최고 선물."
군산시 수송동에 사는 정모(61)씨는 외아들을 뒀다.

여느 명절에는 경주에 사는 아들 내외가 3시간을 달려왔지만, 이번 추석엔 (아들 내외가) 오지 않는 대신 다음 주말께 정씨 부부가 경주로 가기로 했다.

그는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서로 조심하느라 통 왕래를 못 했다. 반년 가까이 손주들을 보지 못해 얼굴이 가물가물하다"며 "(용돈) 봉투도 준비해놨는데…."라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추석엔 한데 모이지 않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집에서 보내는 것이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송편과 전 등 간단한 추석 음식은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역귀성 길에 챙겨가기로 했다.



▲ "아비라도 왔다 가라."
김 모(82·여·고창군)씨는 "막내아들에게 '며느리와 손주들은 못 온다 쳐도, 웬만하면 아범만은 다녀가라'고 했다".

인근 정읍에 사는 첫째와 둘째는 간간이 보고 살지만, 서울에 사는 막내는 한동안 보지 못해서다.
아들이 특히 좋아하는 병어와 조기도 가을 햇볕에 말려 꼬들꼬들해졌다.
김씨는 "타지에 사는 막내는 어릴 적부터 또래보다 키도 작고 몸집도 작아 성인이 됐어도 유난히 더 신경이 쓰이고 그렇다"며 "내가 살아 있는 동안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노모 바람대로 아들은 추석 전날 KTX를 타고 혼자 내려오기로 했다고 한다.



최근 거리 곳곳에는 '며늘아, 명절에는 안 와도 된다. 아들아, 선물은 택배로 부쳐라', '명절은 집에서 보내자' 등 자녀들의 고향 방문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올 추석에는 객지에 나간 자녀도, 고향에 있는 부모도 왕래를 다음으로 미뤘다지만, 평생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언택트(비대면) 명절'에도 그리움의 가슴앓이는 더욱 커져 간다.
ichong@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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