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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길고양이의 세계’, 함께했을 때 더욱 따듯한 공생

임기태 기자

입력 2020-09-02 10:14

생소한 ‘길고양이의 세계’, 함께했을 때 더욱 따듯한 공생
수원 모아파트 단지에 11년째 사는 수원이와 젖소

과거에는 많이 사용되었지만 현재 거의 사용되지 않는 단어를 '사어(死語)'라고 부른다. 반대로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어도 있다. 바로 '길고양이'다. 주인이 없어 보호를 받지 못하는 길에서 사는 고양이를 지칭해 사전에 등록된 단어는 '도둑 고양이'지만 호칭 자체가 부정적인 인식을 주어 생명 경시 풍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의가 대두된 이후 중립적인 호칭을 고안해 낸 것이 바로 길에서 사는 고양이란 의미의 '길고양이'다.



많은 사람이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 언론 보도부터 일상 속 대화에서도 어느덧 '도둑 고양이'라는 단어 사용 빈도수는 줄어들고 '길고양이'로 대체되는 양상이다. 도심 속 불청객 취급을 받던 도둑 고양이에서 어느덧 사람과 함께 공존하는 도심 속 소중한 이웃으로 자리잡은 길고양이지만 여전히 모두에게 환대받는 것은 아니다.

길고양이에 대한 오해는 고양이의 습성에서 비롯된다. 길고양이 민원 중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소음공해와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헤집어 두는 행위다. 고양이로 인한 소음은 대개 발정기와 울음소리와 출산 시에 생긴다. 고양이의 발정은 3일에서 10일 정도 지속되며 날씨가 따듯한 계절에 빈번하게 발생한다. 1년에 최대 4번까지 보통 2번 정도 새끼를 낳기 때문에 길고양이의 경우 개체수 조절이 중요한 과제다.

음식물 쓰레기를 헤집어 두는 행위는 배고픔 때문이다. 많은 길고양이들이 통통하게 살이 오른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사실 살이 찐 것이 아니라 배고픔에 인간의 음식을 먹다 보니 부어오른 것이다. 고양이 평균 수명이 15년인데 비해,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2~3년이다. 사람을 피하면서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고 각종 학대에 노출되어 일찍 생을 마감하게 된다.

지자체와 시민단체, 고양이를 사랑하는 캣맘(캣대디)들을 주축으로 길고양이로 인해 발생하는 민원을 줄이고 함께 도심을 살아가는 이웃으로 공생할 수 있도록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이 있다. Trap(포획)-Neuter(중성화수술)-Return(방사)의 앞글자를 따 TNR이라고도 한다. 무방비하게 확산하는 길고양이 개체 수를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길고양이 TNR이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유는 고양이가 영역동물이기 때문이다. 무차별적으로 길고양이를 잡아들이면 오히려 빈 영역에 새로운 길고양이가 자리를 잡게 된다. 안전하게 중성화 수술을 받은 고양이는 다시 영역으로 돌아가게 되면 추가 번식이 없고 발정으로 인한 소음도 줄어든다. 서울시는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통해 길고양이가 6년간 54%가 감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길고양이 급식소 사업도 길고양이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길고양이들의 먹이 문제가 해결되면 음식물 쓰레기 봉투 훼손 등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민가로부터 일정 거리 격리가 가능해 캣맘(캣대디)와 이웃간의 갈등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사람과 동물의 공존문화 확산을 위해 수원 경기도청과 의정부 경기도청 북부청사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운영한다고 2일 밝혔다.

이는 수원캣맘캣대디협의회와 (사)세이프티티엔알이 국민제안제도를 통해 경기도에 제시한 아이디어로 수원시·의정부시의 협조하에 진행됐다.

길고양이로 빚어지는 갈등은 개인이 해결할 수 없을뿐더러 모든 길고양이를 전부 없애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길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정보의 부족에서 비롯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함께 공생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며 길고양이 사업이 널리 알려져 소외된 길고양이에게 따듯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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