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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세대 맞춘 과감하고 강력한 'B급 정서'…BB급 마케팅이 온다

조민정 기자

입력 2019-10-21 14:09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합해 부르는 말)에겐 요즘 'B급 마케팅'이 인기다. '병맛 마케팅'이라고도 불리는 B급 마케팅은 완성도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세련되거나 고품격과는 거리가 멀다. 촌스럽다 못해 자칫 이상한 느낌을 주기까지 하는 것이 오히려 인기 비결이다. 이같은 B급 마케팅이 최근에는 보다 강력해졌다. '기존의 B급 정서'를 뛰어넘는(Beyond), 이른바 'BB(Beyond-B)급' 마케팅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오른 MZ세대를 사로잡기에 여념이 없는 기업들은 이제 체면은 내려놓고 더욱 맥락 없고 강력한 '병맛' 마케팅을 과감히 시도하고 있다.





▶Beyond B급 마케팅, 적정선 넘고 맥락 파괴한다

B급 마케팅 활용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사례는 충주시청의 2018년 '고구마 축제' 포스터다. 우리가 흔히 봐왔던 지방 축제 안내물들에 비해 확실히 완성도가 떨어지는 이 포스터는 오히려 촌스러워 보인다는 이유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고'칼로리 시대를 '구'원할 '마'이 프레셔스라는 고구마 삼행시와 골룸 그림 등이 '병맛 코드'를 자극, 젊은 세대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된 것. 그 결과 그 해 고구마 축제 방문객은 두 배나 늘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BB급 마케팅은 아예 맥락도 없고, 적정선도 지키지 않는다. BB급 콘셉트로 인기를 끄는 대표적 사례는 JTBC 아나운서 출신 장성규가 출연하고 스튜디오 룰루랄라가 제작하는 유튜브 채널 '워크맨'이다. 워크맨은 채널 개설 35일만에 구독자수 100만명을 돌파, 현재 구독자수 308만명(10월 21일 기준)을 기록중이다. 장 아나운서는 근본을 알 수 없는 말장난과 상식 선을 가볍게 넘나드는 '선넘규' 캐릭터로 유튜브를 친숙하게 접하는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종합 모바일 숙박앱 '여기어때'는 지방 출신 모델 3명을 등장시켜 '여기어때'를 각자의 고향 사투리 '이짝워뗘', '여어떻노', '여그어뗘'로 변경하고 '전국 숙소 자랑 캠페인'을 진행했다. 해당 광고 영상은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해당 광고 캠페인은 큰 성공을 거뒀고 실적 개선에도 도움을 줬다.

주요 SNS 채널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워 2만명을 넘어서며 인기를 끌고 있는 홈플러스의 '홈플러스더클럽' 계정은 사진마다 상품의 이름과 연관된 글을 게재하는데 마치 의식의 흐름과 같다. 예를 들어 계란과자 상품을 소개하는 게시 글에는 사라진 계란 과자의 행방을 찾는 짧은 공포소설을, 죽 제품 홍보 글에는 인터넷 소설 작가 '귀여니'의 문체를 따라한 글을 작성하는 식이다.

이미지 중심의 SNS 채널이지만 누리꾼 사이에서 이 SNS 채널은 맥락 없는 '글'로 더욱 주목받았다. 강력한 웃음을 유발하는 글이 오히려 상품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는 것. 이후 네티즌들이 해당 글을 온라인 게시판 등에 퍼나르면서 SNS 채널 팔로워 수 또한 크게 늘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BB급 마케팅은 2030세대를 비롯해 10대 이하의 어린 소비자들까지도 아우르는 힘을 지녔다. 19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이전 세대보다 디지털에 익숙하고, 정보의 유용성보다 재미있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두기 때문"이라면서 "이들은 재미가 없으면 금방 보고 듣고 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홈플러스의 SNS 채널 담당자인 안성호 홈플러스 모바일마케팅팀 주임은 대표적 MZ세대인 1991년생이다. 그는 대행사 섭외와 제안서 작성, 게시 글 업로드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홀로 진행한다. 정교한 BB급 감성을 담아내기 위해 광고대행사와의 주기적 미팅을 갖고 카피라이터, 포토그래퍼와 협업해 디테일한 글 작성과 사진 촬영 등을 진행하는 것이 대표 업무다. 업무 처리 과정에서 임원이나 팀장 급 이상의 간섭은 없다. 이와 같은 방침에는 송승선 홈플러스 모바일 사업부문장의 강력한 의지가 피력됐다. 송 부문장은 SNS 채널 이용에 있어서는 전적으로 해당 채널에 제일 익숙한 세대에게 권한을 일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관공서 등 기존 이미지·틀 깨고 과감히 나서…활용 범위 모색

BB급 마케팅이 큰 인기를 끌며 고급화 전략과 신기술로 무장해 홍보에 열을 올리던 기존 기업들 사이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넥슨은 자사 홍보 수단으로 최근 '워크맨-넥슨 편' 촬영을 진행했다. 넥슨 관계자는 "'워크맨'은 평소 회사에서도 재미있게 보던 콘텐츠"라면서 "넥슨의 자율적 분위기와 잘 어울리고, 게임회사의 실제 업무 및 근무 환경을 자연스럽게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판단 아래 제작진에게 직접 연락을 진행, 영상 촬영에 나서게 됐다"고 답했다.

교육방송 채널 특성상 도덕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EBS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펭TV'의 '펭수'캐릭터도 최근 큰 인기다. 펭수는 김명중 EBS 대표이사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는 등 작정하고 적정 선을 넘는 멘트를 쏟아낸다. 펭수의 솔직함은 기존 EBS 채널 주요 타깃인 10대는 물론 2030세대에게도 큰 인기를 끌며 EBS 이미지 변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관공서 등에서도 새로운 이미지 모색을 위한 변화 바람이 거세다. 지난 9월 9일 부산광역시 교육청 유튜브 공식 계정에는 '존중합시다 리스펙'이라는 이름의 영상이 업로드됐다. 김석준 부산시 교육감은 빠른 비트의 음악에 '존중', '당장 해봅시다', '리스펙' 등의 멘트를 반복하며 근엄한 교육감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했다. 홍보 포스터로 인기를 끌었던 충주시청은 고구마 축제 포스터 흥행 이후 공식 유튜브 채널을 개설, '충주 교도소 방문기' 등을 영상으로 제작하며 적극적인 시정 홍보에 나서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BB급 마케팅에 대해 "더 맥락이 없고 강화된 B급 정서를 유발하는 움직임은 집중력과 주의력이 짧아진 요즘 세대 사람들의 성향이 반영된 것"이라면서 "이들은 지루함이 1분만 이어져도 언제든 동영상을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MZ 세대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정보 홍수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에 한 영상, 한 콘텐츠를 꾸준히 시청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멀티 태스킹에 능하고 이동시간 등을 쪼개 영상 시청을 즐기는 특성을 지닌 이들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 방법이 무엇인지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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