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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뷰티 편집숍 세포라 상륙…실적 부진한 랄라블라 등 '존재감 사라질까?' 우려

전상희 기자

입력 2019-09-27 09:34

글로벌 뷰티 편집숍 세포라 상륙…실적 부진한 랄라블라 등 '존재감 사라질…
◇세포라 매장 사진

글로벌 '뷰티 공룡' 세포라의 상륙에 국내 헬스앤뷰티(H&B) 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전 세계 34개국에 진출한 코스메틱 편집숍 세포라가 24일 한국 1호점을 오픈함에 따라, 2조원대의 국내 H&B 시장을 놓고 격전을 벌여온 관련 업체들이 분주히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세포라는 그간 내로라하는 한국 대기업들의 러브콜을 거절하고 직진출을 결심한 만큼, 최근 공격적인 '한국 시장 공략 플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선제 공격에 나선 세포라와 국내 3대 H&B 업체들의 방어, 칼과 방패의 '뷰티 혈전'의 현주소와 관전 포인트를 살펴본다.



▶세포라,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을 수도

세포라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이 운영하는 화장품 편집숍으로,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싱가포르 등 34개국에서 2500여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 직구에 익숙한 20대에서 30대 코덕(코스메틱 덕후, 새로운 뷰티 트렌드에 민감하고 전문적인 수준의 지식을 자랑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신조어)들에게 이미 익숙한 브랜드다.

오는 10월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몰에 1호점을 오픈하는 세포라는 후속 오픈도 확정했다. 세포라는 명동 롯데영플라자와 현대백화점 신촌점에 각각 2호점과 3호점을 오픈하고 내년까지 서울 내에 온라인 스토어를 포함한 7개 매장을 비롯해 2022년까지 14개 매장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정식 론칭을 앞둔 세포라의 최대 경쟁력은 미국 화장품 브랜드 타르트 등 세포라 독점 브랜드다.

더불어 이탈리아 등에서 제조되는 자체 PB제품인 '세포라 컬렉션'도 코덕들의 눈길을 끌 전망이다. 뷰티 상품의 카테고리별 뷰티 어드바이저를 별도로 배치, 전문적인 뷰티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세포라는 현재 20여명의 어드바이저를 채용, 전문 교육까지 끝냈다.

또한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옴니채널 서비스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세포라는 자사 온라인 쇼핑몰의 결제 시스템에 쿠팡의 간편 결제 서비스 쿠페이를 도입하고, 쿠팡에도 공식 입점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를 포함, 아시아 9개국의 세포라 매장에서 포인트를 적립 및 사용할 수 있는 멤버십 '뷰티패스' 제도 또한 세포라가 내세우는 '차별화된 서비스'다.

한편 세포라의 한국 시장 성공 여부에 대해선 엇갈리는 시선이 존재한다.

일단 오프라인 매장 수에 있어 경쟁이 안된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1000여개가 넘는 올리브영이 버티고 있는 현실에서, 20개도 안되는 매장으로는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또한 편집숍에 이미 익숙한 한국 소비자들에게 세포라는 지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5~6년 전이었다면 세포라의 운영 형태가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겠으나, 지금은 이미 익숙한 방식"이라며 "특히 세포라의 강점 중 하나인 색조화장품이 한국 시장에 얼마나 통할지 미지수다. 한국인은 서양과 달리 강렬한 색조 화장보다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과 결점 커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 부분에선 한국 브랜드들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진다"고 지적했다.

▶엇갈리는 업계 반응, 랄라블라 등은 '발등의 불'

세포라의 한국 상륙 이후 신세계의 뷰티 편집숍 시코르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도 업계 관심거리다. 시코르는 세포라가 입점하는 서울 강남과 명동에서 상권이 겹쳐 직접적인 맞대결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집중되는 이슈는 지난해 2조100억원 매출을 올린 H&B 시장의 지형도의 변화다. 세포라와 정확히 타깃층이 일치하는 점에서 국내 H&B 업체들과 세포라간 혈전은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현재 H&B 업체들은 세포라 오픈을 앞두고 확실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업계 부동의 1위를 유지해온 올리브영은 상당히 여유로운 모습. 올리브영은 지난해 말 기준 점포 수 1198개에서 올 상반기에 1200여개 매장으로 점포 수를 늘렸다. 또한 매출액은 2016년 1조원을 넘긴데 이어 2017년 1조4281억원, 2018년 1조6594억원을 기록했다.

"세포라와는 다른 콘셉트와 상품군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한 올리브영 관계자는 "출범 20주년을 맞아 최근 브랜드 체계를 재정립하고 로고와 유니폼 등을 교체하기로 했다. 고객이 스스로 건강하고 아름답게 자신을 가꿀 수 있도록 매장을 새롭게 꾸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개의 플래그십 스토어(서울 명동과 강남역)와 지역 거점인 26개 '타운 매장'엔 피부색을 측정해서 다양한 제품을 사용해 보는 체험 공간을 강화하기로 했다.

반면 업계 2, 3위로서 갈 길이 먼 랄라블라와 롭스 등은 자칫 존재감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그마나 업계 3위인 롭스는 롯데그룹이라는 든든한 뒷배경이 있기에 매장 수 또한 129개로 지난해 말(124개)에 비해 늘어난 상태. 롭스는 지난 18일 강남점을 '리프레쉬 스토어' 콘셉트로 새롭게 리뉴얼 오픈하기도 했다. 롭스는 이번 리뉴얼의 주요 테마를 지친 일상 속 쉼을 즐기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리프레쉬'와 '디톡스'로 정하며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설 계획이다.

반면 GS리테일의 랄라블라는 "세포라와는 다른 고객층을 상대로 하고 있으며 이미 국내 H&B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러 세포라의 등장에 큰 타격을 입진 않을 것"이라는 입장 외엔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GS리테일은 리브랜딩을 진행하면서 2018년 말까지 랄라블라의 매장을 300개로 확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지난해 168개에 이르던 매장을 150여개로 줄이는 등 부진을 면치못하고 있다. 지난해 25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올 상반기 영업적자도 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H&B 업계에서 일정 매장 수는 수익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매장까지 축소한 랄라블라가 세포라에 가려 존재감까지 상실하게 된다면, 3위 롭스의 거친 추격에 밀려 향후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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