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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의료과실 일부만 인정돼도 환자에 병원비 청구 못해"

입력 2019-04-24 13:35

대법 "의료과실 일부만 인정돼도 환자에 병원비 청구 못해"
[연합뉴스TV 제공]

의료과실로 병세가 나빠져 후속 치료를 받은 경우 의료진의 과실 책임이 일부만 인정됐더라도 병원은 책임한도를 넘어선 병원비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서울대학교병원이 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박 모씨의 유족들을 상대로 낸 '의료비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패소 취지로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박씨는 2009년 5월 서울대병원에서 폐암 진단을 받고 폐절제 수술을 했다가 폐렴이 발생했고,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2013년 12월 사망했다.

박씨의 유족들은 "병원이 단순 폐결절을 폐암으로 오진하면서 무리하게 폐절제수술을 받다가 합병증으로 사망했다"며 병원과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그러자 서울대병원은 '의료과실이 아니다'라며 유족들을 상대로 밀린 병원비 9천445만원을 지급하라고 맞소송을 냈다.

유족들이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확진에 필수적인 조직검사도 없이 폐결절을 폐암으로 단정해 폐절제 수술을 했다"며 병원의 과실을 인정했다. 다만 병원의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병원이 유족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법원에서 인정한 과실 책임 30%를 넘는 병원비를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병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의사의 과실이 있기 전에 발생한 병원비나 의사의 책임 비율을 초과하는 부분의 병원비는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런 판단을 깨고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탓으로 환자의 신체기능이 회복 불가능하게 손상됐고, 손상 이후에는 후유증세 치유 또는 병세 악화를 방지하는 정도의 치료만이 계속돼 온 것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병원이 치료한 행위는 진료채무의 원래 뜻에 부합하는 것이 되지 못하거나 손해전보의 일환으로 행해진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경우 환자의 손해에 대한 병원의 책임 범위가 30%로 제한됐더라도 병원은 환자에 대해 병원비 중 병원의 책임 제한 비율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병원비를 청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hyu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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