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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뒤흔드는 '극우 정당 바람'…유럽의회 선거 '돌풍' 예고?

입력 2019-04-1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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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뒤흔드는 '극우 정당 바람'…유럽의회 선거 '돌풍' 예고?


14일 실시된 핀란드 총선 결과, 최근 몇 년간 유럽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극우 성향 포퓰리스트 정당의 바람몰이가 다시 확인됐다.



난민유입에 반대하며 이민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주장하는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핀란드인당'이 이번 총선에서 전체 의석 200석 가운데 39석을 차지, 제1당에 오른 사민당(40석)보다 단 한 석 적은 제2당이 된 것이다.

핀란드당은 이미 2015년 총선 때 38석을 얻어 제2당으로 도약한 뒤 연정에 참여해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성적표가 놀랄 정도는 아니지만, 연정의 중심이었던 중도당이 참패한 것에 비춰보면 선전한 것이다.

지금까지 핀란드에선 연립정부를 구성할 때 제1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선 제2당인 핀란드당이 제1당인 사민당과 단 한 석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어느 정당도 20% 이상 득표하지 못함에 따라 제2당이 어느 때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핀란드인당의 예상밖 선전은 유럽의 반(反)난민 흐름에 편승한 극우 정당의 바람몰이가 서유럽과 남유럽, 중동부 유럽을 넘어 북유럽까지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2017년 3월 네덜란드 총선에서는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가 이끄는 자유당(PVV)이 제2당으로 올라섰고, 그해 5월 프랑스 대선에서는 국민전선(현재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후보가 처음으로 결선투표에 진출하며 기염을 토했다.

또 그해 9월 독일 총선에서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제3당으로 원내에 처음 진출했고, 이어 10월 실시된 오스트리아 총선에선 극우 자유당이 우파 국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 집권에 성공했다.

작년 4월 헝가리 총선에선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4선에 성공했고, 두 달 뒤 슬로베니아 총선에서도 슬로베니아 민주당이 반난민을 기치로 내세워 제1당에 올랐다.

작년 6월 이탈리아 총선에서는 극우정당 '동맹'이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연정을 구성하면서 EU 주요 국가 중에서 처음으로 극우정당이 정권을 잡았다.

작년 9월 북유럽의 스웨덴 총선에서 스웨덴민주당이 제3당으로 약진한 데 이어 이번 핀란드 총선에서도 극우 정당의 건재함이 거듭 확인됐다.

핀란드인당의 경우 지난 1월 핀란드에서 난민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연쇄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뒤 난민에 대한 반감이 확산하면서 지지도가 크게 올랐다.
이번 핀란드 총선은 내달 23~26일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실시됐다는 점에서 EU의 기성 정치권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는 지난 2015년 유럽에서 '난민 쓰나미 사태'가 일어난 뒤 처음 실시되는 선거인 만큼 난민문제가 핵심쟁점이 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동안 유럽 정치의 아웃사이더였던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유럽 내 반난민 정서에 편승해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전체 의석의 20% 가까이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적어도 이번 핀란드 총선 결과는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바람몰이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음을 재확인해줬다.

더욱이 이들 극우 정당들은 유럽내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연대를 모색하고 나서 유럽의회내 주도세력인 중도 우파 성향의 국민당(EPP)그룹과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당(SP)그룹이 긴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 8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반난민, 반EU를 지향하는 이탈리아의 '동맹'을 비롯해 독일의 AfD, 핀란드의 핀란드인당 등의 대표들이 모여 이번 유럽의회 선거 때 '유럽대중·국가연합'(EAPN)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그룹을 결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프랑스의 '국민연합(RN)'과 오스트리아의 자유당은 이날 모임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극우정당 연대에 관심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동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회동을 주도한 이탈리아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부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목표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가장 많은 수의 의원들을 보유한 최대그룹이 되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물론 유럽 내 극우정당들이 단일 대오를 꾸리는 데 장애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 극우정당들은 반난민과 반EU, 반이슬람 등의 공통 분모에도 불구하고, 경제 정책과 대(對)러시아 관계 등 다른 주요 정책에서는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일례로 헝가리와 폴란드의 집권당인 피데스와 법과정의당(PiS) 등 거대 정당들이 EAPN에 합류할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bingsoo@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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