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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우의 한반도 프리즘 <인터뷰=민화협 김홍걸 대표상임의장>

김형우 기자

입력 2019-03-29 11:15

수정 2019-03-2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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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우의 한반도 프리즘 <인터뷰=민화협 김홍걸 대표상임의장>
◇민화협 김홍걸 대표상임의장은 한반도 경색국면의 타개를 위해서는 북미가 서로의 체면을 살려주는 통 큰 양보로 한반도 비핵화 열차의 시동부터 걸어야 함을 강조했다.

"北美 상호 '통 큰 양보', '체면 살려주기'가 한반도 비핵화의 해법이죠"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한 달. '빈 손' 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의 경색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북미 양측 모두 희망의 끈은 놓고 있지 않지만, 미국의 제재 지속과 북측의 강경선회는 갈길 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

설상가상 우리의 역할에 대한 북한의 불만도 노골화 되고 있다. 총체적 난국. 하지만 한반도 평화의 물줄기는 쉼 없이 흘러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앞이 막히면 돌아가야 한다. 그 물꼬를 민간에서 트고 이끄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남북 민간교류의 상징격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이하 '민화협') 김홍걸 대표상임의장을 만나 현정세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글·사진 =김형우 남북교류TF팀장 hwkim@sportschosun.com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특히 북한은 요즘 우리에게도 뿔이 단단히 나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요. 북의 이 같은 입장은 그 전부터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중심을 잘 잡아야 합니다. 북에서 겁주기로 찔러 본다고, 또 미국의 한마디에 너무 호들갑을 떨어서는 안 됩니다. 일관성을 보여야 합니다. 양쪽의 입장에 따라 쉽게 경도가 되거나 하면 종국에는 양쪽 모두에게 신뢰를 잃게 됩니다.

- 아쉽습니다. 하노이 북미회담이 결실 없이 끝나버렸는데요.

▶예기치 못한 결과죠. 결국 트럼프가 누구인지 알게 해 준 회담이었습니다. 과연 사업가 시절의 방식을 또 쓸까 했는데, 상식과 외교관례까지 져버리는 모습을 보였거든요. 자신이 뼛속까지 사업가임을 전 세계인에게 깨닫게 해준 셈입니다. 트럼프대통령은 단계적 협상의 불확실성으로 성공보장을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을 문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북미간 무엇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까?

▶결국 신뢰의 문제지요. 서로가 믿지를 못하니 양측이 제시한 방식에 동의할 수 없는 것입니다. 미국은 북한의 단계적 해법의 종착역이 어디이고 언제까지인지 알수 없으니 주저하는 것이고, 북한은 미국의 일괄타결 주장이 비현실적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단번에 완전 비핵화란 기술적으로도 어렵습니다. 미국 또한 제재 해제 등 상응 조치를 트럼프 대통령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이 같은 서로의 처지를 충분히 이해한 바탕에서 회담이 이뤄져야 결실이 있게 됩니다. 지금 상황은 이솝우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합니다. 여우와 두루미의 식사처럼 서로가 음식을 먹지 못하도록 하는 형국인거죠.



-앞으로 북한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국이 안심할 수 있도록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살라미방식도 3단계 정도로 압축을 해서 절충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래야 비핵화 협상이 순조로울 수 있습니다.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 힘으로 밀어 붙이고는 있지만 북미관계, 한반도 평화를 자신 일생의 업적으로 삼고자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생각을 지닌 미국 대통령을 앞으로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트럼프의 체면 살려주기에서 해법을 찾도록 해야 합니다. 트럼프에게 북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의 큰 성과를 자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북측이 아쉽고 자존심 상하겠지만 크게 양보를 해서 일단 첫 단추를 꿰고 비핵화열차의 시동을 걸었으면 합니다.

-그렇지만 김정은 위원장도 군부의 강경한 목소리 등 내부정치도 고려해야 할 입장이 아닌가요?

▶물론 지도자 입장에서 국내정치를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거죠. 강수로 자존심 지킨다는 것은 이제는 맞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실리를 추구해야 합니다. 봄에 만물이 소생하고 바뀌듯이 북한도 멤버를 포함한 협상전략도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예전 북한 통전부 고위간부가 우리 측 인사에게 했다는 "우리는 후진은 모르고 전진만 배웠다"는 말이 생각나는데요. 하지만 이 말은 이제 전략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이 김정은 국무위위원장이 추구하고 있을 정상국가의 모습을 과감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어느 정도라 생각합니까?

▶단언 할 수는 없지만 비핵화 의지가 분명한 지도자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부강 시키는 지도자가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통치기반임을 잘 깨닫고 있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경제 영웅'으로 집권의 정통성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이죠,



- 미국도 지금 보다는 더 유연해져야 할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비핵화의 해법은 제재 강화와 완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제재강화는 북의 목을 조여 비핵화를 추진하는 것입니다. 제재완화는 비핵화를 가면 이런 보상이 따른다는 손에 잡히는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비핵화 추진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방법입니다. 미국도 북한 주민들 앞에 김정은 위원장의 체면을 살려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것이 신속한 비핵화의 길입니다. 불가역적 비핵화를 원한다면 경제발전을 불가역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이를테면 햇볕정책, 이게 영구적 비핵화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련의 한반도 평화, 북미협상 국면에서 우리 정부의 스탠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간 열심히 해왔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중재자이면서 당사자이거든요. 양측의 체면을 살려줄 수 있는 중재자 역할이 필요합니다. 그간 우리 정부가 대북, 대미 외교는 그럭저럭 잘 해왔습니다. 하지만 대일-대중 관계는 부족합니다. 중국과의 공조괸계가 썩 좋은 편도 아니고 일본은 아예 우리의 방해세력이 되어버렸습니다. 밉지만 대미영향력을 갖고 있는 일본이 협조해줄 수 있도록 대일외교에도 공을 들여야 합니다.



-답답한 상황일수록 민간 영역에서 더 나서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제재의 틀 속에서 민간이 교류의 대안으로 나서야 하는 것이죠. 김정은 위원장도 신년사에서 밝혔듯이 민간차원 교류를 원하고 있습니다. 민화협에서도 북측에 여러 제안을 해두고 있습니다. 일본 강제 징용자 유골 송환 문제에 북측도 동참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올 상반기 평양에서 이에 대한 토론회를 벌일 예정입니다. 대학생 국토대장정은 협의 중이고, 다양한 문화사업교류 제안과 함께 인도적 차원의 지원 사업도 펼쳐갈 계획입니다.

-민화협의 북측 창구는 북측 민화협일텐데 소통은 잘되고 있습니까?

▶소통이 잘 되고 있습니다. 하노이 회담 이후 내부적으로 분주하겠지만 특별히 합의사항 등을 뒤집거나 한 일은 없습니다. 특히 일제의 강제동원 등 과거사 전반에 대해서도 남북 민화협이 보조를 맞춰 가기로 했습니다. 일본과 북일회담, 나아가 국교 정상화를 위한 일제강점기 손해배상청구를 해야 하는 북측으로서는 이 같은 부분에서 우리와 공동 보조룰 맞춰 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일단 남북이 교류에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북측의 우리 사회에 대한 이해수준은 높아졌습니다. 지금은 보수 쪽 인사들도 만나 대화하고 싶어 할 정돕니다. 우리 보수층도 북한의 실상을 바로 안 연후에 비판 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민관이 함께 나서 보수성향인사도 남북교류사업에 함께 참여하는 그런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일단 남남갈등 해소도 과제라고 봅니다.

▶남남갈등 최소화, 범국민적 지지 획득 또한 숙제입니다. 내부 갈등으로 힘빼다가 우리 민족의 대륙 도약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자칫 구경꾼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을까 우려 됩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민화협 차원의 노력은 무엇인가요?

▶보수성향의 국가원로분들과도 함께 정치적 색채가 없는 환경, 산림 등의 분야에서 방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우리 기업들이나 지자체의 대북 교류사업에 대한 인식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민족적 정서에 기대어 쉽게 생각한다거나 대박을 좇는 나머지 우리끼리 과열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들이 있죠. 북한 실상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공부가 필요합니다. 이명박-박근혜정권 9년 동안 대북관계에 허송세월을 한 바람에 정부도 준비가 부족한 상태일 것입니다.

-특히 지금은 10~20년 전, 지난 남북관광-교류시절과는 상황이 많이 변해 있습니다. 그때만 해도 우리의 단독 플레이였다면 이제는 G2중국과 여러 국가들이 경쟁자로 나섰습니다. 게다가 북한의 남북교류에 대한 비즈니스 니즈도 글로벌 스탠다드하게 변해있고요.

▶그렇습니다.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때문에 당장 북한이 개방 되었을 때 우리에게 유리할 수만은 없을 겁니다. 남북 양측의 윈윈 사업을 만들어 내고 중국, 일본과의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는 전략과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버지, 김대중 대통령의 통일에 대한 열정을 회고하신다면요.

▶먼 미래를 내다보실 줄 아는, 혜안이 있는 분이셨습니다. 이상은 높되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부터 추진 하셨지요. 순식간에 통일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입장이셨습니다. 유럽의 석탄공동체가 EU로 발전 되어 갔듯이 단계적 교류, 경제공동체, 그리고 통일을 지향하셨습니다. 냉전시대였던 1970년대 한반도 4대강국 안전보장론을 주장하셨고, 이 같은 틀이 훗날 6자회담 등으로 발전 되는 등 정책적 혜안을 지니신 분입니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입니까?

▶우리 민족의 미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남북교류, 북방경제 활성화에 신명을 바치고 싶습니다.

-남북교류 활성화 추진에 몸담는 게 결국 현실정치를 하는 밑거름이 되겠군요.

▶정치, 생각은 하고 있지만 일단 몇 개월은 한반도 평화, 남북교류 활성화에 전념할 계획입니다.

◆민화협?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는 1998년 9월 사회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200여개의 정당, 종교, 시민사회단체 협의체로 출범했다.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한 '문화교류사업', 남북 상생을 위한 '인도적 지원 및 개발협력 사업', 남북·해외가 함께하는 '민족공동행사', 양묘장 건설 및 시범 조림지 조성과 산림 병해충 방제작업 등 '북한 산림녹화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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