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로마 지하철 '대혼란', 에스컬레이터 고장에 역사 잇단 폐쇄

입력 2019-03-25 20:13

more
로마 지하철 '대혼란', 에스컬레이터 고장에 역사 잇단 폐쇄
에스컬레이터 고장으로 폐쇄된 로마 바르베리니 지하철역 [ANSA통신]

열악한 대중교통으로 악명높은 이탈리아 로마가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지하철역의 연쇄 폐쇄로 '설상가상'의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25일(현지시간) 일메사제로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재 '스판냐'(스페인광장), '바르베리니', '레푸블리카' 등 로마 시내를 관통하는 지하철 A선의 역사 3곳이 에스컬레이터 고장과 점검 등으로 접근이 차단됐다.



로마시교통공사(ATAC)는 지난 22일 역사 내 에스컬레이터의 발판 하나가 떨어져 나가는 사고가 난 베르베리니 역을 차단한 뒤, 하루 뒤인 23일에는 동일한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스판냐역도 긴급 점검을 위해 폐쇄했다.
레푸블리카 역은 작년 10월 23일 에스컬레이터 오작동으로 러시아 축구팬 등 20여 명이 다친 이후 보수가 지연되며 5개월 넘게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당시 사고로 AS로마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전을 관람하기 위해 로마를 찾은 CSKA 모스크바의 팬 1명은 한쪽 다리가 절반가량 절단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스페인광장, 트레비분수 등 주요 관광 명소와 관청들이 몰려 있는 지하철 역의 접근이 차단되자 로마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 24일은 로마 시가 대기오염 저감을 위해 낮 동안 도심의 차량 운행을 금지한 '에코 데이'였던 터라, 차량의 도심 접근까지 불허돼 승객들의 불편은 극에 달했다.

시 당국이 지하철역 폐쇄 공지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지하철을 이용하려던 승객들은 역까지 왔다가 셔터가 내려진 지하철 역 한편에 조그맣게 붙은 안내문을 본 후에야 씁쓸히 발길을 돌리는 장면이 속출했다.

혼란스러운 표정의 외국인 관광객들은 지난 21∼23일 로마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호 때문에 시내 지하철역이 폐쇄된 것이지 묻기도 했다고 일메사제로는 전했다.
한 로마 시민은 "에스컬레이터 고장 때문에 한 도시의 '얼굴' 격인 중심가 지하철 역 3개가 한꺼번에 폐쇄되는 일은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얼굴을 붉혔다.
1980년 개통된 로마 지하철 A선, 이보다 앞선 1955년 선보여져 최근까지도 노선 연장을 거듭해온 지하철 B선은 시설 노후화, 관리 부실 등으로 최근 잦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1개월에 신고되는 고장 사례가 평균 800건에 이른다.




300만 명에 육박하는 인구가 거주하는 대도시에 걸맞지 않은 부실한 대중교통 시스템으로 평소에도 뭇매를 맞고 있는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 시장은 이번 지하철역 폐쇄 사태로 비난이 빗발치자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의 유지보수를 맡고 있는 업체와 계약을 해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지 시장은 로마의 비효율적인 대중교통과 만성적인 쓰레기 수거난 등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2016년 6월 로마 최초의 여성 시장이자, 역대 최연소 시장으로 당선됐으나, 그의 취임 이후 로마의 고질적인 병폐들은 개선되기는커녕 더 악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차량 노후화와 보수 미비 등으로 달리는 시내버스에서 불이 나고, 빈번한 파업과 고장 등의 이유로 버스와 지하철의 파행 운영이 빈번한 로마에서는 작년 11월 대중교통의 민영화 방안을 둘러싸고 주민투표가 실시되기도 했으나, 당시 투표는 투표율 미달로 부결됐다.
ykhyun14@yna.co.kr
[https://youtu.be/mmThgGOujUE]
<연합뉴스>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