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KB국민은행 콜센터 직원 A(41)씨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8일 국민은행 노동조합이 1차 파업을 하던 날 "처참한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A씨 월급은 155만원. 기본급 137만원에 교통·식비 10만원, 근속수당 등을 더하고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고용보험료 등이 빠져나간 값이다.
A씨가 일하는 국민은행 콜센터에는 파견업체 4곳에서 나온 직원 600여명이 이 정도 월급으로 하루 적게는 70∼80통, 많게는 130∼150통 전화응대를 하고 있다
파견업체에서는 직원의 당일 콜 응답 수, 업무처리시간, 식사시간, 화장실 사용 등 잠시 자리를 비운 시간(이석시간)까지 기록한 파일을 하루 4차례씩 모든 직원에게 보낸다.
목록에는 전체 콜센터 내 직원 순위, 업체별 직원 순위가 상세히 적혀 있다. 사실상 직원 실적을 '실시간 감시'한 이 결과를 토대로 월급을 차등 지급한다.
간단한 인터넷뱅킹, 대출·예금 관련 업무는 이들이 진행해야 하기에 매월 공부하고 시험도 치르며 일하지만 어려움을 토로할 곳이 없다.
A씨는 "조합원도 법적으로 보장된 노조 활동을 하기에 파업이 잘못됐다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도 고객에게 서비스 안내를 하는 사람인데 파업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지점에서 '로비매니저'라 불리며 고객 안내와 경비를 하는 사람들 역시 대부분 파견업체 소속이다.
국민은행 로비매니저로 일하는 B(24)씨는 "연봉 2천200만원 정도에 매일 서서 일하지만 지점 직원들에게 같이 일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면서 "고객 영업이 끝난 4시부터는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직원들끼리 올해 성과급이 얼마인지 얘기하는 걸 보면 나는 꿈꿀 수도 없는 돈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B씨는 "파견업체에서는 공휴일 외에는 절대 연차휴가를 못 쓰게 해 정말 필요한 상황에서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며 "예비군훈련이 있어도 대신 일할 사람 비용을 월급에서 제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파업을 두고 은행권 고용 여건이 관심을 받은 가운데 같은 은행 안에서 일하는 비정규직·파견직원의 열악한 근무실태도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작년 9월 기준으로 국내 6대 시중은행이 직접 고용한 기간제 직원은 3천398명, 파견·용역업체를 통해 간접 고용한 사람은 1만6천943명이었다.
6대 시중은행에서 고용 안정성을 보장 못 받고 일하는 사람이 2만명에 달하는 것이다. 이들 은행이 직·간접 고용한 전체 근로자 8만4천561명 중 24.1%다.
국민은행에는 직접고용 기간제 근로자 947명, 파견·용역업체 직원 5천97명 등 6천44명이 있다. 기간제와 파견·용역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26.5%를 차지해 씨티은행(27.4%)을 제외하고 비율이 가장 높았다.
신한은행은 전체 중 25.9%(4천514명), 우리은행은 24.4%(4천590명), SC제일은행은 21.5%(1천197명), 하나은행은 17.8%(2천736명)가 기간제와 파견·용역 근로자였다.
정규직 전환이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은행은 무기계약직이던 'L0'를 정규직으로 만들었지만, 이번 총파업에서 L0의 경력인정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L0는 2014년 국민은행이 영업점에서 입출금을 전담하는 창구 직원인 이른바 '텔러' 직군 4천100명을 정규직화하면서 만든 직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