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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역차별', 국내 인터넷 개인방송 경쟁력 저하시켜

남정석 기자

입력 2018-10-25 14:54

수정 2018-10-26 18:47

인터넷 동영상과 개인방송 사이트의 범람과 경쟁 속에서 규제로 인해 국내 사업자들에 대한 '역차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상황이 계속될 경우 별다른 규제 없이 국내에서 서비스 하고 있는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는 29일 국회에서 열리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국정감사에는 서수길 아프리카TV 대표, 남득현 팝콘TV 대표, 배철진 풀TV 대표 등 국내 인터넷 개인방송 사업주들이 대거 증인으로 불려나올 예정이다. 다양한 콘텐츠와 관련한 질문들 외에 폭력성, 선정성 논란에 대한 날카로운 질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내 업체들은 망 사용과 방송통신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엄격한 책임과 규제를 요구받고 있다. 반면 국내에 진출한 구글과 아마존 등 글로벌 IT기업들은 별다른 견제없이 시장 지배력을 넓혀가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뒤늦게나마 글로벌 기업이라도 예외없이 국내법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이미 상당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구글이 서비스하고 있는 유튜브의 경우 국내 동영상 시장 점유율이 85%로, 절대 지배적인 사업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작권을 위반한 동영상을 지속적으로 게재하거나 허위조작 정보에 대해 해외에 서버가 있다는 이유로 삭제를 거부하는 등 책임을 방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5일 과방위 노웅래 위원장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지상파 3사가 유튜브에 저작권 위반과 관련해 시정 요구한 사례는 26만1042건에 달했다. 이는 3사가 네이버, 다음, 아프리카TV 등에 시정 요구한 사례인 3979건의 6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 박광온 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특별위원장 등이 지난 15일 구글코리아를 방문해 국내법 위반 소지가 있는 104개 콘텐츠에 대해 삭제를 요청했지만, 구글코리아는 자체 가이드라인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삭제를 거부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해외 사업자가 국내법과 규정을 준수하도록 강제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유럽의회는 사업자들에 저작권 위반을 방지할 책임을 부여하는 저작권법안 초안을 지난달 채택하기도 했다. 노웅래 과방위 위원장은 "해외 사업자들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고 국내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질서를 강제할 수 있는 관련법을 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선정성 문제에서도 국내 기업에 요구되는 규제와는 '결'이 다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한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유튜브의 선정성 지적에 대해 대처가 어렵다며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유튜브 충성 사용자의 3분의 1이 1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상황이다.

게임 개인방송 전문 사이트로 글로벌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아마존 계열이 트위치 역시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사회문제로까지 부각된 무제한에 가까운 유료 아이템의 결제한도이다. 트위치에선 게임방송을 진행하는 스트리머들에게 하루에 770만원 정도의 후원이 가능하다. 게다가 트윕과 투네이션과 같은 스폰서 서드파티 플랫폼의 경우 성인 대상으로는 결제 한도에 대한 제한이 없다. 아프리카TV 등 국내 사업자들이 BJ(방송자키)에 대한 후원한도를 하루 3000만원에서 지난 6월 1일부터 100만원으로 축소해 적용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내 사업자들에게 적용되는 엄격한 잣대가 해외 사업자들에겐 '딴나라 얘기'처럼 들리는 형국이다.

또 저작권 위반에 대한 문제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치는 선정성과 폭력성이 있는 스트리밍 방송 혹은 지식재산권(IP)를 침해하는 경우 게시 중단이 가능하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트위치의 경우 게임 콘텐츠를 주로 활용하기에, 마케팅 수단으로 생각하는 게임사들이 아직까지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면서 "하지만 e스포츠가 점점 더 커지면서 게임사들이 자신들의 IP 관리를 더 엄격하게 하고 있다. 이럴 경우 정식으로 계약을 맺지 않는 IP의 무차별 사용으로 인해 저작권에 대한 충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규제의 비대칭 속에 시장 점유율은 급성장하고 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트위치의 월 사용자수는 최근 2년 사이에 무려 8배나 증가했다. 국내 최대 개인방송 플랫폼인 아프리카TV의 시청자수가 2년 전에는 20분의 1 규모에 지나지 않았지만, 어느새 절반이 넘는 57%까지 따라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트위치에서도 한국의 성장세가 가장 빠르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힌 상황이다. 이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21일 열린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일명 롤드컵)의 경우 트위치에선 국내 시청자수가 4만5000여명이었지만, 아프리카TV 모바일앱에서 가장 많은 시청을 한 공식채널의 접속 인원은 3만명 수준으로 이미 역전이 됐다. 이런 가운데 요즘 젊은층에서 페이스북에 버금가는 SNS로 각광받고 있는 인스타그램도 지난 6월 IGTV 역시 게임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겐 또 다른 경쟁력 있는 플랫폼으로 각광받기 시작하는 등 글로벌 경쟁은 날로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ICT산업의 근간은 '끊임없는 혁신'인데, 이런저런 규제로 발목이 잡히는 사이 국내 사업자들의 경쟁력은 날로 떨어지고 있다"며 "국내와 해외 사업자들에게 부과되는 규제의 역차별은 이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SNS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싸이월드가 국내에서 이런저런 규제로 신음한 사이 정작 페이스북이 '과실'을 독식했던 전철을 그대로 밟지 않도록 국내 ICT산업에 대한 규제 혁파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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