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친구 중에도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나처럼 자궁근종을 발견하고 치료받은 아이가 있다"고 했다. 과다월경을 주증상으로 하는 자궁근종은 흔히 중년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20대 후반~30대 환자가 부쩍 증가세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연구팀이 2003~2013년 자궁근종 연간발생률 증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 26~30세군의 자궁근종 연간발생률은 0.21%에서 0.73%로 3.48배 증가해 전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폭을 보였다. 31~35세 자궁근종 환자의 연간발생률도 같은 기간 2.68배 증가해 두 번째로 높았다. 이런 현상은 여성들이 빨라진 초경·임신기피 현상과도 관련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시행하는 자궁경부암 무료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자궁경부암 검사 시 자궁근종이 함께 발견되는 것은 의사들이 진료 시 초음파검진을 추가하자고 권고하기 때문이다. 본래 무료검진에는 초음파검사가 포함돼 있지 않다. 하지만 좀더 세밀하게 자궁건강을 돌보고 싶은 사람은 추가로 일정 비용을 내고 초음파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때 자궁근종이 함께 발견되는 것.
문제가 없을 것이라 여기고 간 병원에서 '자궁근종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여성들은 놀라기 마련이다. 아무리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하지만, 임신·출산을 하지 않은 여성들은 '혹시나 아기를 갖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기우다.
김하정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은 "자궁근종을 갖고 있다고 무조건 여성성을 잃거나 자궁적출술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정기검진을 받으며 근종변화를 제때 살피는 것만으로도 극단적인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궁근종이 임신을 방해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며 "오히려 근종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 미리 대처할 수 있다. 만약 치료가 필요한 경우라면 가임력을 보존할 수 있는 자궁근종 하이푸, 자궁근종 색전술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궁근종 하이푸, 자궁근종 색전술은 최근 선호도가 높은 비수술적 자궁근종 치료법이다.
우선 자궁근종 하이푸는 강한 에너지의 초음파를 한 점에 집중시켜 종양을 태우는 치료법이다. 체외에서 쏜 고강도 집적 초음파가 신체조직을 그대로 투과해 종양을 태우면 혈류가 차단되고, 종양이 괴사되 쪼그라든다. 바늘조차 들어가지 않는 완전한 비침습 치료라 마취가 필요없고, 출혈·흉터걱정도 없어 치료부담이 적다. 단, 하이푸 시술은 의사의 눈으로 보이지 않는 병변을 고열로 태우는 만큼 영상장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 때 MRI(자기공명촬영) 영상을 보느냐, 초음파 영상을 보느냐에 따라 MR하이푸와 초음파하이푸로 구분된다.
민트병원은 자궁근종 치료 시 MRI를 활용하는 MR하이푸를 활용하고 있다. 시술 중 실시간으로 온도 변화를 확인할 수 있고, 피부 흉터 등이 발견되면 이를 피해 초음파를 쏠 수 있어 안전하다. 무엇보다 3차원 입체 영상으로 치료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어 치료효과는 극대화된다. 김재욱 민트병원 자궁근종 통합센터 원장(영상의학과 전문의)는 "하이푸가 모든 자궁근종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될 수는 없기 때문에 시술 전에 정확한 검사를 통해 하이푸 치료가 가능한지, 치료가 얼마나 효과적일지를 판별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이런 고민 없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하이푸 시술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가령, 근종 개수가 너무 많거나, 거대근종처럼 크기가 크다면 자궁근종 하이푸로는 부족할 수 있다"며 "이런 경우 하이푸와 자궁근종색전술을 병용하는 통합치료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궁근종색전술은 근종으로 향하는 혈관에 특수약물을 주입해 영양공급 및 혈액을 차단해 근종을 괴사시키는 안전한 치료법이다. 이 역시 최소침습으로 이뤄져 부담이 적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