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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전설 이규승의 마장산책

신보순 기자

입력 2018-05-24 13:33

경마전설 이규승의 마장산책





경마는 레저인가, 도박인가?

국내에서 이에 대한 논란이 오랜 세월 지속돼 왔으나 이렇다 할 정의는 내리지 못하고 있다. 외국에선 이런 논의가 거의 없기에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단정을 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경마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역기능은 표현이나 주장이 간단하고 강한 반면 순기능은 설명이 간단하게 되지 않는다.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된다. 그렇다 보니 도박이라는 주장의 강한 목소리에 순기능이 묻혀져 대중 앞에서 설득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 순기능이란 어떤 것일까.

순기능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도박심리를 잠재우는 기능이다.

사람들에게는 승부를 겨루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단순히 이기고 지는 것만으로는 싱겁다 보니 내기를 걸어 흥미를 높이게 된다. 고스톱을 치면서 단돈 100원이라도 걸지 않는다면 재미가 없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내기라는 것을 하다 보면 판을 키우게 되기 십상이다. 내기를 하다 보면 배짱이 커지면서 스릴을 배가시키고 싶은 심리가 발동한다. 거기다 돈까지 잃고 '열' 받으면 자제력을 잃어 도박으로 발전하게 된다.

도박은 결국 사기, 협잡, 폭력 등 범죄를 낳게 되고 가산탕진과 자살 등 비극으로 흘러가게 마련이다.

이런 도박심리를 잠재우는데 효과가 높은 것이 경마라고 한다. 들판을 시원스레 질주하는 말들의 모습을 보면서 베팅을 레저로 즐기며 도박욕구를 대신하게 하는 것이다.

도박은 시작과 끝이 없다. 실내에서 하기 때문에 아침인지 저녁인지도 모른 채 돈 떨어질 때까지 계속한다. 밑천이 떨어지면 신용카드로 인출하고 그것도 모자라면 고리 사채까지 얻어서 한다. 차량키까지 저당 잡힐 정도로 끌어당길 수 있는 돈은 다 끌어다 쏟아붓는다.

그러나 경마는 정해진 시간에만 한다. 게임수도 한정돼 있는 점이 일반 도박과의 차이이다.

마사회는 도박과의 차별화를 위해 베팅 상한선도 정해두고 운영한다. 1회 마권 구매액을 10만원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경마장에 가보면 가족끼리 나들이 오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나무그늘이나 잔디 마당에 돗자리 깔고 앉아 준비해온 간식거리와 도시락을 들며 경마를 즐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 경주에 1000원씩 베팅하며 응원하는 재미가 이만저만이 아니란다. 어쩌다 적중하면 그 통쾌하고 짜릿함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단다. 하루 1만여원 가지고 스트레스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최상의 놀이터라는 것이다.

그러나 경마를 일확천금의 횡재를 누릴 수 있는 도구로 여기고 분수에 넘치는 베팅을 하다가 가산을 탕진하는 사람들이 나오다 보니 경마의 순기능이 드러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순기능을 널리 알리는 것은 마사회의 몫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한국마사회 역사 70년이 지났지만 이 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는 점을 새기면서 말이다. <전 스포츠조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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