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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 '라돈 침대' 파문 걷잡을 수 없이 확산…집단 피해보상 청구 소송 대거 참여할 듯

조완제 기자

입력 2018-05-21 21:35

국내 유명 침대회사인 대진침대의 매트리스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다량 검출되면서 '라돈 침대 사건'이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비화되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증을 일컫는 '케미포비아(Chemical+Phobia)'가 우리나라를 강타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정치권과 소비자단체들은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한 사용자들은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고 한국소비자원도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15일 대진침대 방사능 2차 조사결과에서 라돈에 의한 피폭방사선량이 일반인의 피폭방사선량 기준인 연간 1mSv(밀리시버트)를 최대 9.35배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량의 방사선(0.1~0.2mSv)에 노출되는 엑스레이 촬영을 100여 차례 찍은 것과 맞먹는다.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가 폐암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방사성 물질이다. 침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오랜 시간을 무방비 상태에서 지내는 가구다. 그런 침대에서 최대 연간 피폭방사선량 기준치의 9.3배에 이르는 방사선이 나오고 있었던 것.

무엇보다도 이번 '라돈 침대 사건'은 관리·감독 당국의 소홀한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우선 원안위는 많은 제품에서 방사능이 고농도로 나오는지를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방사능 침대 1차 조사결과가 나온 지 닷새 만에 말을 바꿔 정부 조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 지난 10일 1차 조사 때 피폭방사선량이 연간 1mSv 이내라던 입장을 지난 15일에는 기준치의 최대 9.3배라고 뒤집었다. 또 1·2차때 조사방식이 서로 달라 관련 제품 검증에 대한 기준·절차가 애당초 마련돼 있지 않은 허점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라돈이 방출된 매트리스의 음이온 파우더 '모나자이트'가 대진침대 뿐만 아니라 팔찌, 목걸이, 마스크, 페인트 등 다른 생활용품에도 쓰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일련의 가습기살균체 사건, 살충제 계란, 발암물질 생리대 등으로 화학물질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소비자들의 우려가 더욱 커지며 케미포비아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신속한 제품 회수와 향후 안전 대책 마련이 촉구되고 있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한국소비자연맹, 한국YMCA연합회, 녹색소비자연대 등 11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18일 "사업자인 대진침대와의 연락이 원활하지 않고 회수 조치가 잘되지 않아 소비자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방사능을 내뿜는 물건을 집안에 두는 것은 피해자들을 두 번 피해 입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진침대 이용 소비자에 대한 피폭 검사 방안 마련 ▲방사능 발생 우려가 큰 생활용품에 대한 전면 조사 및 대응책 마련 ▲회수되는 침대의 폐기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협의회는 "피해 소비자에 대한 실질적인 환불과 피해보상이 이뤄져야 하며, 정부도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협의회는 21일 서울 광화문 원안위 앞에서 대진침대 소비자 피해보상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신용현 의원(바른미래당)도 "정부의 생활방사선 안전관리에 심각한 구멍이 났다"며 "지금이라도 음이온제품 등 방사선 방출 위험 제품들에 대해 철저한 실태조사와 보다 강화된 안전지침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원안위 조사 결과가 나온 후 사용자들이 집단 피해보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집단 소송을 진행하는 법무법인 태율의 김지예 변호사는 "원안위 2차 발표에 따라 많은 피해자들이 더 확신하고 소송에 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가 지난 17일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화난 사람들' 사이트(daejin.angrypeople.co.kr)를 연 뒤, 약 2000여명이 소송 참가 의사를 표했다.

대진침대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피해 구제 문의가 이어지면서 한국소비자원도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집단분쟁조정 절차는 물품 등으로 인해 같거나 비슷한 유형의 피해를 본 소비자가 50명 이상인 경우 개시할 수 있다. 소비자원은 "다음 주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고 조정 개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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