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과 함께 국민의 삶의 변화 체감을 새해 화두로 내세웠지만, 남북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문제와 6월 지방선거, 개헌 등 메가톤급 현안이 산적하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남북화해 기류를 북미대화로 연결해 위기의 한반도 정세에 종지부를 찍는 것은 이념을 넘어선 국가적 최대 과제라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명운'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 어떤 이슈 하나도 잘못 다뤘다가는 지지율은 물론 정권 초중반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은 극히 신중한 자세로 접근하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 손에 쥐어진 최대 이슈는 단연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한 한반도 평화 구축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여동생 김여정 특사를 통해 10여년 만에 정상회담을 공식 제안하면서 남북 간 화해 지수는 급속도로 치솟고 있다. 문 대통령도 '여건 조성'을 전제로 수락 의사를 밝힌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성사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다.
이제 대중의 관심은 언제 정상회담이 열릴 것인지에 쏠려 있지만, 마냥 쉽게 이뤄질 일은 아니라는 현실을 문 대통령은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다. 한반도 정세를 혼돈에 빠뜨린 북핵 문제의 실질 당사자인 북미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성급하게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는데다 이 문제는 또한 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열강의 입장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양 당사자인 남북만 풀면 되는 2차 방정식이 아니라, 한반도 주변 4강 등 국제사회가 얽히고설킨 고차 방정식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북미대화의 '중재역'을 자처하면서도 최대한 신중하게 정상회담을 위한 환경 조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이라는 또 하나의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없지 않다. 미국에는 대북 대화에 나서달라고 주문하면서도 혹여나 있을지 모를 한미동맹 균열을 막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가 조만간 이뤄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와 맞물려 4월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실제 재개 여부와 그 규모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북미대화의 모멘텀을 살리려는 과정에서 훈련의 축소 또는 연기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경우 한미동맹이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서두르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는 것도 결국 한미간의 철저한 공조를 토대로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으로 남북 소통채널이 구축된 만큼 북미대화에 나서라는 직접적인 대북 설득·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제3국 등에서 비공식 남북 접촉에 나설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나온다.
역사 인식과 북한 이슈에 대한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충돌로 악화한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도 문 대통령 앞에 놓인 주요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