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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사무쳤으면" 아들 잃은 장애인 노부부 `극단적 선택`

입력 2017-11-15 08:52

"얼마나 사무쳤으면" 아들 잃은 장애인 노부부 `극단적 선택`


지난달 23일 충북 옥천의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청각장애 5급인 A(74)씨와 지적장애 3급인 B(57)씨 부부는 음독자살한 것으로 최종 결론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옥천경찰서는 두 사람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이들의 체내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감정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15일 밝혔다.

시신 옆에서 발견된 음료수병에서도 같은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이들이 신병 등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짓고,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A씨 부부는 지난달 20일 나란히 집을 나서는 모습이 이웃에게 목격된 뒤 사흘 만에 야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부부는 거주지 뒷산 잔디 위에 나란히 누워 잠이 든 듯한 모습이었다. 현장에는 이들이 먹다 남긴 것으로 보이는 음료수병이 발견됐을 뿐, 죽음과 연결지을 만한 단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슬하에 1남 3녀를 둔 부부는 딸 셋을 머두 출가시킨 뒤 건강이 좋지 않은 아들을 돌보며 생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2년 전 아들이 세상을 뜨자 이웃과 왕래를 끊다시피 하면서 은둔생활 해왔다. 부부는 성치 않은 몸이었지만, 아들의 유골이 묻힌 거주지 뒷산을 수시로 오가면서 마음속 응어리를 달랬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숨을 거둔 곳 역시 아들의 유골을 수목장 한 곳에서 100m 남짓 떨어진 곳이다.

경찰은 아들을 여읜 부부가 사무치는 그리움에 괴로워하던 중 자신들의 건강까지 악화되자 아들이 잠든 곳을 찾아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령의 나이에 장애까지 겹쳐 일을 할 수 없던 부부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과 장애수당을 합쳐 25만원 남짓한 정부 지원금을 받아 어렵게 생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웃들은 "딸 가족이 이따금 드나들면서 두 사람을 돌봤지만, 형편이 매우 어려워 보였다"고 말했다.

보다 못한 이웃들이 최근 옥천군에 기초생활수급자 지정을 요청했지만, 딸들의 부양능력과 B씨 명의 통장에 든 약간의 돈 때문에 심사에서 탈락했다.

옥천군 관계자는 "수급자에서는 탈락했지만, 두 사람은 차상위 계층으로 지정된 보호대상이었다"며 "겨울이 닥치기 전 낡은 집을 고쳐주려고 계획을 세우는 데, 비보가 날아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bgipark@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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