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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우 기자의 제철미식기행=황어>

김형우 기자

입력 2017-04-1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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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우 기자의 제철미식기행=황어>
◇연어처럼 회귀성 어종인 황어는 아름다운 봄날 산란기를 맞아 모천 회귀에 나선다. 사진은 화개천을 찾은 황어.

벚꽃이 피고 질 무렵에 나타나는 귀한 미식거리가 있다. 황어다. 몸 색깔이 노랗고 주황빛깔을 띠는 황어는 3월 하순부터 5월 초순까지 남녘 섬진강이나 울산 태화강, 양양 남대천 등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회귀성 어족이다.



4월 중순, 섬진강물줄기가 굽이치는 경남 구례·하동 유역은 새봄이 절정을 맞는 때다. 벚꽃이 꽃비가 되어 날리고 그 진자리에는 하얀 배꽃이 화사한 자태를 뽐낸다. 만춘의 전령인 '황어'는 바로 이무렵 모천회귀에 나선다. 그 대표적 명소가 전라도와 경상도가 만나는 화개장터, 이곳을 감싸고 쌍계사로 향하는 화개천이다.

잉어과인 황어는 대부분의 일생을 바다에서 보내고 알을 낳기 위해 강으로 돌아온다. 길이가 30∼50cm, 몸통둘레는 10∼20cm쯤 되니 어른 팔뚝만한 게 제법 큼직하다. 강원도 양양에서는 '황사리', 경상북도 낙동강 유역에서는 '밀하'로도 불리는 황어는 몸빛깔이 참 예쁘다. 등쪽이 노란 갈색이나 푸른빛을 띤 검은색이고, 옆구리와 배 쪽은 백색이다. 봄철 산란기에는 옆구리 아래로 오렌지빛깔 띠가 나타나 자태가 더 아름답다.

우리의 동·남해안 하천과 연안, 사할린, 만주수계, 일본 홋카이도 등 극동아시아 지역이 주요 서식처로 주로 봄비가 내린 직후, 하천에 수량이 많은 날 떼를 지어 모천에 나타난다. 힘이 좋은 황어는 강을 거슬러 올라와 하천 중상류 수심 20~70cm의 모래나 자갈밭에서 산란을 한다.

이즈음 남해바다에서 섬진강을 거쳐 화개천으로 돌아오는 황어는 천의 중상류, 화개면 법하리 '약수장' 유역까지 거슬러 오른다. 약수장 유역은 예로부터 냉천이 솟아 피부병 치유로 유명했던 곳이다. 이곳은 여울목 치고는 수량이 풍부하고 바위와 자갈 사이 완만한 물살이 흐르는 곳으로 황어를 잡아채기에 좋은 포인트다.

화개천 어부들은 벚꽃이 망울을 터뜨리고 봄비가 내리면 황어잡이 채비를 서두른다. 주로 섬진강지역의 전통어구인 '걸갱이'를 쓰는데, 그 모습과 기능이 낚시와 비슷하다. 걸갱이는 잡을 어종에 따라 낚시 바늘과 실만 바꾸면 된다.

황어는 꽤 내력이 있는 물고기다. 퇴계 이황 선생도 낙동강을 거슬러 오르는 황어를 보고 시 한수를 읊었다.

-봄바람에 눈이 녹아 낙동강 물이 넘치는데

황어는 펄펄 뛰고 어부들은 그물 치기에 바쁘구나.

황어가 많이 올라오면 그 해는 가문다는 속설을 그대로 믿자니

하나가 배부르면 만백성이 굶주릴 텐데 이를 어이할까-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도 '난호어목지'에서 '그 모양이 잉어를 많이 닮고 크기도 비슷한데, 비늘의 빛깔이 황색이어서 이름을 황어라 부른다'고 적고 있다.

한편 황어는 주로 회와 무침으로 먹는다. 화개 사람들은 예전에는 주로 시래기를 넣고 구수한 어탕으로 끓여 먹었는데, 한 솥단지 끓여 놓고 이웃들과 정을 나누던 그런 음식이었다.

황어회는 고소한 게 봄기운이 듬뿍 담긴 맛을 지녔다. 육질에 잔가시가 씹히는 게 특징으로, 이른바 세꼬시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불편한 식감도 아니어서 먹을 만하다.

접시에 썰어둔 황어회는 얼핏 참숭어와도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숭어보다는 더 부드럽고 산천어와는 또 다른 맛이다. 화개 사람들은 보통 상추에 황어회 한 점을 올려놓고 참기름된장, 매운 고추 다짐 등을 넣고 싸먹는다.

황어회무침도 맛이 괜찮다. 황어살이 부드러운 편이라 차라리 무침용이 먹기에는 더 좋다. 미나리, 배, 오이 등과 함께 매콤 새콤한 초장으로 버무려낸 무침은 밥반찬, 막걸리 안주로도 곁들일만한 맛난 봄 별미가 된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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