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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안면마비' 증상… '입' 돌아간다?

이규복 기자

입력 2017-03-23 14:12

환절기 '안면마비' 증상… '입' 돌아간다?


유통회사 과장으로 근무 중인 류모씨(39)는 퇴근 후 쉴 틈도 없이 바로 영어학원으로 향한다. 올 하반기부터 인사고과에 공인영어시험 점수가 반영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다보니 갈수록 피로가 누적되고 스트레스도 심해졌다. 그러던 중 2주 전 입 주변과 얼굴 한쪽이 살짝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쉬면 괜찮을 거라는 생각에 참았는데 마비 증상이 점차 심해지고 발음도 어눌해 졌다. 고민 끝에 인근 한방병원을 찾았더니 '구안와사(안면마비)'라는 진단을 받았다.



대표적인 안면신경장애 질환인 구안와사는 12개 뇌신경 중 7번 얼굴신경의 병적 이상으로 얼굴 한쪽 근육이 마비되고 틀어지는 병증이다. 주로 입 주변 근육에 증상이 나타나 '입 돌아가는 병'으로도 불린다.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차가운 바닥에 얼굴을 대고 잠을 자거나, 차가운 바람에 장시간 얼굴이 노출되면 안면에 분포된 운동신경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얼굴근육이 마비된다. 요즘처럼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에 면역력 저하로 감기를 앓으면 발생률이 높아진다.

한방에서는 과로나 스트레스를 받은 뒤 몸이 허약해진 상태에서 찬바람을 맞아 담이나 어혈이 생기고, 이로 인해 얼굴 쪽 경락에 기혈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아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병하 광동한방병원 뇌기능센터 대표원장은 "아침에 기상했을 때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 음식을 흘리거나, 한쪽 눈이 잘 감기지 않거나, 발음이 부정확하다면 안면마비를 의심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간단한 자가진단법도 있다. 눈썹을 올려 이마에 주름이 잡히지 않으면 안면마비를 의심해봐야 한다. 보통 한쪽에만 마비 증상이 나타나므로 반대쪽 이마와 비대칭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눈이 완전히 감기는지 확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눈 둘레근이 마비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눈이 꽉 감기지 않고 속눈썹이 보일 수 있다. 중증일 경우 눈을 꽉 감으려 노력해도 한쪽 눈이 완전히 감기지 않아 안구가 노출되기도 한다.

입 모양의 비대칭 정도도 판단 기준이 된다. 입을 '이'하고 벌린 뒤 얼굴 중심선에서 좌우 양쪽이 대칭을 이루고 있는지 살펴본다. '우'하고 오므렸을 때는 입술 모양이 일그러지지 않는지, 한쪽으로 치우쳐지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이때 약간 비대칭이거나, 한쪽 입꼬리가 아래로 처지면 구안와사 초기증상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발병 원인으로는 대상포진 및 감기바이러스 감염, 스트레스, 과음, 수면부족 등에 의한 면역력 저하, 자가면역 과정에 의한 신경염, 안면이 차가워지면서 발생하는 허혈성 염증 등이 꼽힌다.

문 원장은 "발병 후 초기 1개월 동안의 치료가 예후에 큰 영향을 주므로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며 "초기 치료가 미흡하거나 증세가 심각하면 후유증이 올 수 있어 민간요법에 의지하지 말고 정확한 진단 및 검사를 받은 뒤 치료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양방과 한방의 장점을 모은 통합진료도 안면마비 개선에 효과적이다. 주요 치료법으로는 한약 및 양약의 병용요법, 침, 약침, 체질별 컬러테이프요법, 안면수기요법 등이 있다. 증상이 심하면 1~2주간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치료 중엔 아픈 쪽 얼굴을 따뜻하게 하고 바람이 많이 불 땐 마스크를 착용해 찬 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마비된 부위에 온찜질을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외관상 회복된 것 같아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면 웃을 때 눈이 감기거나, 눈을 깜빡일 때 입이 움직이는 등의 후유증이 남는다.

문병하 대표원장은 "예전에는 대부분 감기에 걸리거나 찬 기운을 얼굴에 쏘였을 때 구안와사가 발병했지만 요즘은 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며 "과로 및 과음 후 혀의 감각이 둔해지거나, 귀 뒤쪽에 뻐근한 통증이 느껴지면 바로 병원을 찾아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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