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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우기자의 제철미식기행= 황태>

김형우 기자

입력 2016-12-2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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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우기자의 제철미식기행= 황태>
황태국과 구이

겨울 나들이로 빼놓을 수 없는 게 '식도락(食道樂)기행'이다. 별미에 대한 기대와 여정 속에는 겨울 낭만이 함께 있어 더 즐겁다.



한겨울 강원도 산골에서 흰 눈을 이고 맹추위속에 시나브로 얼고 녹기를 반복하는 황태도 대표적인 겨울 별미다. 누르스름한 살이 포슬포슬 부드러운 황태는 요즘처럼 송년회 시즌이면 속풀이국으로 더 인기다.

황태는 한때는 국민생선으로 불렸던 명태의 또 다른 변신이다. 명태는 건조 상태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내는데, 갓 잡은 싱싱한 생태는 시원한 국물에 고소하고 보드라운 살이 일품이고, 꼬득 꼬득 하게 말린 코다리는 매콤달큰한 찜으로도 그만이다. 그중 한겨울 매서운 추위 속에 맛깔스럽게 건조된 황태는 속 풀이국으로, 쫄깃한 안줏감으로도 제격이다.

지금 강원도 대관령 횡계리와 인제 용대리 지역을 찾으면 1천만 마리가 넘는 명태가 매서운 겨울바람을 견디며 익어가는 황태덕장의 장관을 마주할 수 있다. 특히 흰 눈이 소담스럽게 내리기라도 하면 하얀 눈을 이고 있는 덕장의 풍광이란 한 폭의 그림이다.

12월 중순 부터 널기 시작한 황태는 2월말까지 대관령, 미시령, 진부령의 눈보라와 햇살을 번갈아 맞으며 시나브로 맛을 더해간다. 얼고 녹기를 되풀이한 끝에 이윽고 노릇노릇 보푸라기처럼 속살이 잘게 찢어지는 명품으로 태어난다. 황태 덕장이 굳이 산골에 자리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 맛과 품질의 차이 때문이다. 명태를 바닷가 평지에서 빨리 말리면 거뭇거뭇하고 딱딱한 북어가 되기 쉽다는 게 황태 덕장 사람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한겨울 산골 덕장에서 눈보라 속에 3~4개월 얼고 녹기를 되풀이하면, 포슬포슬 노릇한 황태로 거듭나게 된다. 잘 익은 황태는 더덕처럼 부드럽게 찢어지고 약효도 뛰어나다 해서 '더덕북어' '더덕황태'로도 부른다.

대관령 자락 횡계리는 해발 800m의 산간마을이다. 일교차가 크고 눈이 많은데다 매서운 칼바람과 볕도 잘 들어서 황태 생산의 적지로 꼽힌다. 황태의 고향은 본래 함경도 동해안이다. 60~70여 년 전 피난 내려온 함경도 실향민들에 의해 황태덕장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황태를 얘기하면서 그 원재료인 명태를 빼놓을 수 없다.

명태는 생김새가 대구하고 비슷한 대구과의 어류다. 한류성 물고기로, 북쪽 바다에서 주로 잡힌다고 해서 '북어(北魚)'라는 별칭도 지녔다.

'명태' 이름에 대한 유래도 재미나다. 이유원의 '임하필기(林下筆記)'에는 "함경도 명천(明川)에 태(太)가라는 성을 지닌 어부가 있었는데, 어느 날 어떤 물고기를 낚아 주방 일을 맡아보는 관리에게 관찰사에게 바치게 하였다. 관찰사는 이를 맛나게 먹고 그 이름을 물었다. 하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다. 이에 관찰사는 이 물고기를 명천 앞바다에서 태가라는 어부가 잡은 것이니 '명태(明太)'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명태는 우리나라에서는 경상북도 이북의 동해안, 특히 함경남도 연안에서 가장 많이 잡힌다. 조선후기 이후에는 우리 해역에서 청어와 더불어 가장 많이 잡힌 생선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갈치, 고등어와 더불어 국민생선으로 애용 되었던 명태가 최근 10~20여 년 사이 우리 연근해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해수온도 상승과 남획 등이 가장 큰 요인이다. 지금은 주로 러시아 연근해, 오츠크해 등 우리 동해와 인접한 해역에서 잡아 온 것들이 식탁에 오르고 있다.

명태는 어획량이 최고조에 달했던 1976년에는 44만 톤이나 잡혔는데, 1997년에는 6,373톤을 기록하고, 이후 극소량만 잡히고 있다. 최근 살아 있는 명태는 치어 산란을 위한 '현상 수배'에도 올라 마리당 50만 원을 호가한다.

황태를 이용한 요리는 국, 구이, 찜 등 다양하다.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 횡계와 백담사 초입 인제 용대리 주변에는 황태전문점이 즐비하다. 굳이 전문점이 아닌 일반 식당에서도 황태요리는 기본 메뉴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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