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다시 선 우승의 문턱 앞에서 고진영(28)은 이렇게 말했다. 담담했다.
지난해 3월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고진영. 당시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기록하며 '전설' 아니카 소렌스탐과 유소연(14라운드 연속)을 뛰어 넘었다. 하지만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갖은 악재가 겹쳤다. 컴퓨터 같던 샷이 흔들렸고, 손목 통증도 잦아졌다. 5개월 뒤 캐나다에서 열린 CP 여자오픈 이후 두 달간의 휴식기를 가진 뒤, 국내에서 열린 BMW 챔피언십에 나섰으나, 3라운드를 앞두고 기권했다. 결국 세계랭킹 1위 자리도 아타야 티띠꾼(태국)에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1라운드에서 버디 2개를 잡은 뒤 보기 3개로 타수를 잃은 고진영은 18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이븐파로 첫발을 뗐다. 이후 술술 풀렸다. 2~3라운드에서 각각 버디 8개(보기 1개)씩을 몰아쳤다. 매 라운드 폭우가 내리며 낙뢰 우려 속에 경기가 중단되는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고진영은 3라운드를 마친 뒤 "작년 하반기에 잡을 버디를 어제와 오늘 이틀 동안 다 잡은 기분이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크다"며 "작년 기억은 사실 지웠다. 지난해가 힘들었다고들 하지만 작년에 안 좋았던 기억은 다 지우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