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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왕' 이정은, 생각지도 못한 미래가 현재가 되다

정현석 기자

입력 2017-11-1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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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왕' 이정은, 생각지도 못한 미래가 현재가 되다


"가족들도 신기해 하고 있어요. 상금순위 10위 이내가 목표였거든요."



목표 오버 달성.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과 함께 얼떨떨 한 느낌이 공존하는 모양이다. 2017년 대한민국 여자프로골프의 '대세' 이정은(21) 이야기다.

대상(691점), 최저타수(69.80타), 상금왕(11억4905만2534원), 최다승(4승) 등 KLPGA 전관왕 달성. 통산 8번째이자 단 6명만이 누린 영광이다. 최고 수확 만큼 표정도 한껏 밝다.

지난해 우승 없이 신인왕을 받은 2년 차 선수. 그에게 '최고'의 순간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첫 우승과 상금 10위 이내' 정도의 '소박한' 목표로 출발한 올시즌 온갖 기록이 쏟아졌다. 시즌 4승과 한 라운드 최저타수(12언더파 60타), 시즌 최다 톱10 신기록(20회), 평균타수 역대 3위(69.80타) 등….

그야말로 괄목상대였다. 불과 1년 만이라고 하기엔 대단한 변화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꾸준함이었다. 프로든 아마든 골퍼에게 항상성 유지는 가장 어려운 숙제다. 선수 개인 컨디션이 다르고, 골프장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변화무쌍한 몸상태와 도전적 환경 속에서 이정은은 단 한번도 컷 탈락 하지 않았다. 우승 횟수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바로 27개 출전 대회 중 무려 20번이나 톱10에 들었다는 사실이다. 이정은도 스스로 가장 대견해 하는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가장 뿌듯한 상은 대상이에요. 탑10에 많이 들었다는 증거니까요. 변수가 많은 골프에서 꾸준히 잘 치기 힘든데 잘 마무리했다는 증거라 의미가 있어요."

2016 이정은과 2017 이정은,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

"체력관리를 잘한거 같아요. 무엇보다 부상을 당하지 않았고, 몸관리를 잘해 최상의 컨디션으로 나갈 수 있는 대회에 다 나간 것이 꾸준한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더욱 정교해진 샷은 빼놓을 수 없는 기술적 요소다. 하지만 100% 만족은 없는 법. 그의 시선은 이미 완전무결한 천의무봉의 경지를 향해 있다. "아직 고쳐야할 것도 많아요. 사실 올해 샷만 보면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어요. 그런데 100m 이내 웨지 샷이 부족했고, 퍼팅은 지난해보다는 나아졌지만 더 보완해야 하고요. 샷도 주로 드로우 구질을 치는데 페이드 구질까지 구사할 수 있도록 해보려고 합니다."

골프만큼은 완벽을 추구하는 이정은이지만 거창한 미래 구상은 없다. 내년 목표는 의외란 생각이 들 만큼 소박하다. "올해보다 더 많은 우승은 힘들거 같고요.(웃음) 4관왕 중 단 하나라도 2연패를 하는게 첫번째 목표에요."

더 큰 무대, LPGA 진출 여부도 신중한 입장이다. "아직은 생각이 없어요. 내년이나 내후년쯤 터닝포인트가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예기치 못한 큰 수확. 이정은의 올시즌은 자신의 골프인생을 꼭 닮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는데, 너무 하기 싫어서 5학년 때 그만뒀어요. 중3 때 레슨프로가 돼 돈을 벌려고 다시 시작한 건데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어요."

불의의 교통사고로 휠체어를 타는 아버지와 딸 뒷바라지에 헌신하는 어머니 생각이 늘 가득한 효녀 딸. 넉넉하지 못한 환경이었지만 그는 늘 밝게 웃는 표정이 매력적인 긍정적 마인드의 소유자다. 2017년을 품은 '대세' 이정은. 현재에 집중하자 밝은 미래가 마치 덤처럼 따라왔다. 그렇게 생각지도 못했던 미래가 '넘버1' 이정은의 가슴 벅찬 현재가 됐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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