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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인원보다 대단한 82세 아놀드 파머의 에이지 슈트

박재호 기자

입력 2011-11-10 14:59

잭 니클로스(71)와 함께 '살아있는 골프 전설'로 통하는 아놀드 파머(82·미국)가 친선 라운드에서 홀인원을 했다. 자신의 20번째 홀인원이다. 지난 9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베이힐 골프장에서 캘러웨이의 신제품 아이언인 '레이저 XF'를 테스트하던 중 일을 냈다. 163야드 파3홀에서 5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해 홀에 집어 넣었다. 메이저 7승에 PGA투어 62승, 프로통산 95승을 거둔 골프 거장의 홀인원이 사실 엄청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날 파머는 더 대단한 업적을 이뤘다. 79타를 쳐 '에이지 슈트(Age shoot·18홀에서 자신의 나이 이하 타수를 기록하는 것)'를 달성했다. 에이지 슈트는 프로골퍼들에게도 의미있는 기록으로 통한다. 꾸준한 노력과 나이를 먹어서도 골프를 멀리하면 불가능한 대기록이다. 그나마 PGA 투어에서 뛰던 선수들은 시니어(만 50세)가 돼도 챔피언스 투어(시니어 투어)에서 계속 활동하기 때문에 국내 프로들보다는 상황이 좀 나은 편이다.

아놀드 파머는 16년전 자신의 66번째 생일날 열렸던 챔피언스 투어대회에서 66타를 쳐 생애 첫 에이지 슈트를 기록했었다. 파머는 "그날 이후로 (나이를 먹어가면서) 에이지 슈트를 달성하기가 조금은 더 쉬웠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불세출의 골프 영웅의 얘기일 뿐이다.

에이지 슈트가 진짜 힘든 이유는 65세가 넘어서야 비로소 도전해볼 수 있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이보다 젊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스코어다. 국내에선 몇 년전 '준 프로' 실력의 한 아마추어 골퍼가 63세에 63타를 기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65세에 7언더파는 프로골퍼도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스코어가 아니다. 65세가 넘어서면 근력과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비거리가 현저히 줄어든다. 전장이 좀더 짧은 시니어 티잉그라운드를 사용한다고 해도 코스 공략이 만만치 않다. 70세 노인이 에이지 슈트를 달성하려고 해도 2언더파를 쳐야 한다. 수치상으로 만만찮다. 그래서 보통 에이지 슈트의 주인공은 75세 이상의 '열혈 어르신'들이 많다.

구자경 LG 명예회장은 3년전 84세에 84타를 기록해 에이지 슈트를 달성했다. 철저한 건강 관리와 골프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골프 애호가들이 "평생 에이지 슈트 한번 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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