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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 보여줄게 남았다. 거장들의 슬럼프와 비교하니

박재호 기자

입력 2011-08-17 09:49

수정 2011-08-17 09:49

우즈, 보여줄게 남았다. 거장들의 슬럼프와 비교하니
◇타이거 우즈. 스포츠조선 DB

'골프 황제'는 다시 권좌에 복귀할 수 있는가. 최근 타이거 우즈(36·미국)가 보여준 맥풀린 모습을 두고 전세계 언론은 조심스럽게 '이제 호랑이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러한가.

'선배 레전드'들의 슬럼프 탈출기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세계 최고로 군림했던 이들은 2~3년 힘들어 하다가도 다시 일어서고 30대 후반에도 건재함을 과시했다.

우즈의 위기설 중심은 미국과 유럽 언론이다. 하지만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골프 전문가들이 얼마나 자주 틀릴 수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지난 4월 마스터스에서 매킬로이는 마지막날 8오버파를 치며 무너졌다. 그때만 해도 "메이저 우승까지는 아직 한참 멀었다"고 했다. 하지만 6월 US오픈에서 최저타수 우승을 차지하자 급히 찬양 모드로 바뀌었다. 이후 매킬로이 세상이 열릴줄 알았지만 또 그렇지도 않았다. 매킬로이는 브리티시오픈과 PGA챔피언십에서 슈퍼스타다운 면모를 과시하지 못했다.

다시 우즈 얘기로 돌아온다. PGA 투어 71승(역대 3위), 메이저 14승(역대 2위)을 거둔 역사상 가장 완벽한 골퍼였다는 남자의 시대는 이대로 저무는가. 15일 새벽(한국시각) 끝난 PGA챔피언십에서 키건 브래들리(미국)가 우승할 때만 해도 '더 이상 우즈는 없다'던 미국 언론의 논조가 며칠새 바뀌고 있다. 미국의 야후스포츠는 '아직은 우즈가 보여줄 게 많이 남았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앞선 교훈들이 있기 때문이다.

역대 메이저 최다승(18승)의 주인공이자 우즈가 평생의 이정표로 여겨온 잭 니클로스(71·미국)는 1967년 US오픈 우승 이후 1970년 브리티시오픈 우승까지 3년간 메이저 우승을 못했다. 물론 그 기간 동안 9승이나 했지만 27세에서 30세로 최전성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골프 역사가들이 '니클로스의 슬럼프'라고 말할만 했다. 1979년 니클로스가 상금랭킹 71위까지 떨어지자 골프계가 난리가 났다. 십수년 동안 상금랭킹 4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던 그였다. 당시 39세의 니클로스에게도 '이제 황금 곰(니클로스의 애칭)도 끝'이라는 성급한 판단이 내려졌지만 이듬해 니클로스는 US오픈과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멋지게 반등했다.

'현대 스윙의 교과서'라 불리는 벤 호건(1912~1997·미국)은 PGA 투어 64승(역대 4위), 메이저 9승을 거둔 전설적인 인물이다. 호건은 37세 이후 자신의 메이저 9승 중 6승을 거뒀다. 그것도 치명적인 자동차 사고 이후 겨우 목숨을 건진 뒤 말이다.

분명 우즈가 처한 현실은 총체적 난국이다. 역대 최악의 불륜 스캔들, 오랜 세월 함께 한 캐디 해고, 스윙 코치 교체와 대대적인 스윙 교정에 따른 혼란. 여기에 스폰서들의 잇단 계약 해지. 뭐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

우즈는 페덱스컵 플레이오프(포인트랭킹 상위 125명 출전)에도 출전하지 못하고 11월 호주 마스터스에만 모습을 드러내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번주 발표된 남자골프 세계랭킹에서 브래들리는 29위로 치솟았고, 우즈는 33위로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시대가 끝났다'라고 단정짓지 못한다. 미래는 알 수 없고, 더욱이 당사자가 '천하의 우즈'이기 때문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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