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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암스테르담 기적'에 버금가는 이강인 '몬주익의 기적' 탄생…역사의 현장에서 역대급 챔스 뒤집기 체험

윤진만 기자

입력 2024-04-1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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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암스테르담 기적'에 버금가는 이강인 '몬주익의 기적' 탄생…역사…
사진출처=파리 생제르맹 X 캡쳐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먼 훗날, 사람들은 UEFA 챔피언스리그 역사를 논할 때 '캄누의 기적' '안필드의 기적' '암스테르담의 기적'과 함께 '바르셀로나(몬주익)의 기적'을 빠짐없이 언급할 것이다. 그 역사의 현장에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이 있었다.



이강인은 17일(한국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에스타디 올림픽 류이스 쿰파니스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와 2023~2024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원정경기에서 후반 32분 브래들리 바르콜라와 교체투입해 추가시간 포함 20분 남짓 그라운드를 누볐다.

비록 기대한만큼 충분한 시간을 뛰지 못했지만, 역사의 일부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1차전 홈 경기에서 2-3 패했던 파리 생제르맹(PSG)은 적지에서 4-1 대역전승을 거두며 스스로 적신호를 청신호로 바꿔놓았다.

합산 스코어 6-4로 뒤집기에 성공한 PSG는 3년만에 '챔스' 4강에 올랐다. 과거 바르셀로나에 대역전승을 허용하는 등 다른 팀을 빛나게 하는 조연 역할에 충실했던 PSG는 이번엔 주연으로 우뚝 섰다.

이강인은 경기 후 PSG 원정팬 앞에서 동료들과 함께 '만세삼창'을 외쳤다. 경기가 끝나 라커룸으로 향하는 이강인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지구상 최고의 축구대회로 손꼽히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생전 처음 경험하는 '드라마'인 만큼 그럴만했다.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큰 일'을 경험한 이강인이 이토록 밝은 미소를 지어보이는 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이강인이 직접 체험한 이번 '바르셀로나의 기적'은 감히 손흥민(토트넘)이 2018~2019시즌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아약스를 상대로 적지에서 경기를 뒤집은 '암스테르담의 기적'에 비견할 수 있다. 한국 선수가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오른 건 이영표 박지성 손흥민에 이어 이강인이 네번째다. 우승컵을 든 선수는 맨유 출신 박지성이 유일하다.

에스타디 올림픽 류이스 콤파니스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마라톤 영웅' 황영조가 금메달을 딴 에스타디 올림픽 데 몬주익의 새로운 이름이다. 한국인들에게 의미가 남다른 장소에서 이강인이 활짝 웃었다. 바르셀로나는 홈구장 캄 노우가 리모델링 공사에 돌입하면서 올 시즌 에스타디 올림피 류이스 콤파니스를 홈으로 사용하고 있다.

루이스 엔리케 파리 생제르맹(PSG) 감독은 홈에서 열린 지난 1차전 때는 이강인을 선발 투입한 뒤 후반 16분 브래들리와 교체했다. 이번에 순서를 바꾼 이유는 1차전에서 당한 2-3 패배 때문으로 보인다. 비겨도 탈락하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스리톱(킬리안 음바페, 우스만 뎀벨레, 브래들리) 카드를 꺼냈다.

PSG는 전반 12분 하피냐에게 이른 선제골을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8강 1차전에서 멀티골을 뽑아낸 브라질 국가대표 윙어 하피냐는 바르셀로나와 PSG의 8강전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설 조짐이었다.

하지만 8강 2차전 경기 최우수선수는 다른 선수에게 돌아갔다. '전 바르셀로나 윙어' 우스만 뎀벨레였다. PSG는 전반 29분 바르셀로나 수비수 로날드 아라우호가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면서 수적 우위를 안고 거침없이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뎀벨레는 전반 40분 역전의 발판을 놓는 귀중한 동점골을 터뜨렸다.

PSG는 후반 9분 비티냐의 역전골, 16분 음바페의 3번째 골로 합산 스코어를 뒤집어버렸다. 뎀벨레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음바페가 침착하게 골로 연결했다. PSG가 리드를 유지해야 하는 타이밍에 이강인과 마르코 아센시오, 마누엘 우가르테 등 미드필더들이 줄지어 투입됐다.

PSG는 추격 의지가 꺾인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후반 44분 음바페가 한 골을 더 꽂아넣으며 4-1, 합산 6-4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엔리케 감독은 "PSG가 홈에서 패하고 원정에서 따라붙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오늘 선수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PSG는 같은 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상대로 1차전 패배를 뒤집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공교롭게 도르트문트 역시 뎀벨레의 전 소속팀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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