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유스 출신인 베테랑 신광훈(37·포항)은 15일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박태하 감독이 포항 코치를 지낼 때부터 19년 동안 포항에서 파리아스 감독, 황선홍 감독, 최진철 감독, 최순호 감독, 김기동 감독 시절을 모두 경험했다. 분위기는 조금씩 달랐지만, 포항 특유의 응집력만큼은 변함이 없었다"며 "개인적으로 다양한 팀에서 뛰어봤는데, 포항에는 분명 포항만의 분위기가 있다. 감독님들께서 고참을 배려해주고, 고참이 중간에 있는 선수들을 끌고 간다. 중고참 할 것 없이 선수들끼리 단합이 잘 된다"고 말했다. 신광훈은 2006년 포항에서 프로데뷔해 전북, 서울, 강원 등을 거쳐 2021년 스틸야드로 돌아왔다. 포항에서만 246경기를 뛰었다.
2013년 포항의 리그 우승 멤버인 김원일(38) OFL 대표는 "옛날부터 내려온 전통이 있다. 모나고 튀는 행동을 할 수 없는 분위기다. 분위기상 훈련장에서 기행을 할 수 없다. 명문화된 규율이 있는 건 아니다. 선배들이 이렇게 저렇게 하니까 자연스레 후배들이나 새로 영입된 선수들이 따라가는 거다. 개성이 넘치는 선수들도 자연스레 팀 안으로 들여오려고 한다. 포철공고 출신이 아닌 내가 2010년 입단했을 때 한 40명 중 15명이 포철중-포철공고 선후배 동기들이었다. 그들은 나와 같은 선수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줬다"고 했다. 포철중, 포철공고에서 프로팀과 결이 비슷한 소위 '포항 축구'를 익혀오기 때문에 신인들이 빠르게 팀에 녹아들 수 있다.
'포항부심'(포항 자부심)에 단합심, 독기,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송라 클럽하우스의 독특한 환경가 합쳐지면 '포항 DNA'가 얼추 완성된다. 포항은 13일 서울과 '하나은행 K리그1 2024' 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전반 추가시간 1분 손승범에게 동점골을 허용한 뒤 하프라인 부근에 모였다. '우리가 지고 있는 게 아니다. 여기서 흥분해서 무너지면 그때 지는거다'라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이날 포항은 후반에만 3골을 몰아치며 4대2로 승리했다. 올 시즌 후반 추가시간에만 4골을 기록 중인 윙어 정재희(30)는 "올 시즌 포항은 누가 투입되도 어느정도의 경기력이 나온다"고 했다. 포항 선수들은 "박태하 감독의 축구는 재밌다. 믿고 따라가다보니 질 것 같지 않다. 곳곳에서 위닝 멘털리티를 느낀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광훈은 이호재(24) 정재희 등 조커들이 맹활약하는 이유가 선수 개개인이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 덕분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광훈은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포항 선수들이 너무 저평가됐다. 매번 '포항 위기다, 하위스플릿에 갈 거다'라고 하지만, 내가 볼 때 우리 선수들 능력이 좋다. 지난시즌을 보라. 제카 고영준 하창래 그랜트 등이 좋은 활약을 펼쳐 좋은 대우를 받으며 떠났다"고 말했다. 박찬용은 "개인적으론 과소평가되는 게 기분이 좋다. '내가 한번 보여줄게'라는 마음이 생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