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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투병' 76살 백발 노장의 눈물…"내 평생의 꿈이 이뤄졌습니다. 고마워요, 리버풀"

윤진만 기자

입력 2024-03-2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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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투병' 76살 백발 노장의 눈물…"내 평생의 꿈이 이뤄졌습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눈물이 났어요. 정말 아름답군요."



잉글랜드 전통명가 리버풀이 70세가 넘은 노장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했다.

세계적인 명장이었던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76)은 24일(한국시각) 영국 머지사이드에 위치한 리버풀 홈구장 안필드를 찾았다. 리버풀 레전드와 아약스 레전드의 자선경기 매치에서 리버풀 팀을 지휘했다. 6만명에 가까운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안필드에 입장한 에릭손은 경기장 가득 울려퍼지는 리버풀 응원가 '당신은 홀로 걷지 않아'를 들으며 눈물을 훔쳤다.

과거 잉글랜드 대표팀, 라치오, 벤피카 등을 지휘한 에릭손 감독은 "잊지 못할 큰 추억이 될 것이다. 리버풀 벤치에 앉는 건 내 평생의 꿈이었고, 이제야 그 꿈이 이뤄졌다. 참으로 아름다운 날이다"라고 감격적인 소감을 남겼다. 에릭손 감독은 어릴 적부터 부친을 따라 리버풀을 응원한 '콥'으로 알려졌다.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 시절이던 2001년, 안필드에서 핀란드전 승리를 이끈 기억이 있지만, 직접 리버풀을 맡은 적은 없었다. 에릭손 감독은 "리버풀이 처음 감독직을 요청했을 때, 농담인 줄 알았다"며 "기회를 준 리버풀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에릭손 감독의 '깜짝 지휘'가 더욱 감동적이었던 건 그가 지난 1월 췌장암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해서다. 에릭손은 당시 스웨덴 P1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2월쯤 조깅을 한 다음날 갑자기 쓰러진 뒤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남은 생이)1년 쯤이라는 것이고, 최악의 경우 훨씬 짧다고 한다"고 말해 축구계와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영국 가디언은 '이탈리아, 포르투갈에서 타이틀을 획득하고, 잉글랜드 감독직을 맡았으며, 유러피언컵을 누빈 40년에 걸친 성공적인 지도 경력에도 불구하고, 이 경기를 준비하는 동안 에릭센은 신나는 소년처럼 보였다. 축구가 선을 위한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모두에게 일깨워준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경기 전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과 담소를 나눈 에릭손 감독은 '리버풀 전설' 이언 러시, 존 반스, 존 앨드리지 등과 함께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스티븐 제라드, 페르난도 토레스, 라이언 바벨, 지브릴 시세, 파비우 아우렐리우, 마르틴 슈크르텔, 예르디 두젝, 산데르 베스터펠트 등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에릭손 감독은 어쩌면 기술지역에서 지휘하는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는 이날 자선경기를 멋진 4-2 승리로 장식했다.

리버풀의 '영원한 주장' 제라드는 "에릭손 감독이 팀을 지휘할 거란 얘기를 들었을 때, 하루 빨리 그와 함께 경기장을 누비고 싶었다"고 말했다. 리버풀 레전드 팀은 0-2로 끌려가던 경기를 후반 그레고리 비그날, 시세, 나빌 엘 자르, 토레스의 연속골에 힘입어 4-2로 뒤집었다. 제라드는 "에릭손 감독은 (이스탄불의 기적을 이끈)라파 베니테즈 감독 같았다. 하프타임에 우리의 마음을 움직였고, 결국 차이를 만들었다"고 박수를 보냈다. '엘니뇨' 토레스는 여전한 킬러 본능으로 승리의 쐐기골을 넣어 '리버풀 감독' 에릭손에게 특별한 승리를 선물했다. 경기 후 관중들은 에릭손 감독을 향해 뜨거운 기립박수를 보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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