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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선덜랜드,당연히 봤죠!" 샤프볼로 돌아온 지동원의 각오[진심인터뷰]

전영지 기자

입력 2024-02-22 15:24

수정 2024-02-23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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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선덜랜드,당연히 봤죠!" 샤프볼로 돌아온 지동원의 각오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죽어도 선덜랜드', 그럼요. 당연히 봤죠."



새 시즌, FC서울을 떠나 수원FC 유니폼을 입은 지동원(33)에게 넷플릭스 인기 다큐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도 새해 첫날이면 선덜랜드 팬들은 대한민국 공격수 지동원의 2011~2012시즌 맨시티전 극장골, 전설의 키스남 사건을 소환한다. SNS엔 어김없이 그때 그 사진이 떠오른다. 팀이 3부로 떨어져도 2부를 헤매도 흔들림 없는 '찐'사랑. 2011~2012, 2013~2014시즌 단 두 시즌을 뛰었지만 '코리안 지(Ji)의 추억'은 강렬하다. 선덜랜드 경기장엔 지동원 벽화도 있다. 지동원은 "나도 유튜브로 봤다. (조)원희형도 꼭 가보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선덜랜드는 나를 유럽에서 뛰게 해준, 잊지 못할 고마운 팀이다. 12년 전 골을 아직도 기억해주는 게 너무 고맙다. 언젠가 아들 수호를 데리고 가보고 싶다"며 웃었다.

세월이 유수다. 축구는 돌고돌아 다시 만난다. 전남 유스 출신 지동원은 스무살 되던 2011년 '최연소 프리미어리거'로 선덜랜드에 입단했고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이끌었고, 아우크스부르크, 마인츠, 다름슈타트, 브라운슈바이크 등에서 뛰었다. 2021년 10년의 유럽리거 생활을 접고 K리그1 FC서울로 돌아왔다. 지난 3년은 시련이었다. 2022년 왼무릎 수술로 3경기 출전에 그쳤다. 지동원은 "작년엔 수술도 안했는데 8월까지 경기 뛸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전남 유스 시절부터 유럽서도 명단에 빠지는 법이 없었던 지동원에겐 첫 시련이었다. 지난해 10월23일 강원전에서 필사적인 헤더골로 2년 2개월만의 부활포를 터뜨린 후 사과하듯 두손을 모았다. 시련에 굴하지 않은 덕분에 골이 다시 찾아왔다.

지동원은 새 시즌 깜짝 수원행 소식을 알렸다. 14년 전 2010년 신인왕 경쟁을 했던 '1년 위' 천재 미드필더 윤빛가람과 첫 한솥밥을 먹게 됐다. "(윤빛)가람이형은 그때도 지금도 워낙 좋은 선수다. 올해 '도움'을 많이 받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지동원은 수원FC행 뒤엔 김은중 감독과 최순호 단장의 진심, 캡틴 이용의 조언이 있었다. 수원축구의 문화, 미래를 위한 초석을 다지고자 하는 김 감독이 '솔선수범하는 베테랑' 지동원을 원했다. 지동원은 "김 감독님은 어린 선수들의 모범이 돼주면 좋겠다고, 너무 잘하려 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해주면 된다고 마음 편하게 해주셨다"고 했다. "감독님은 늘 대화하고 경청하고 소통하신다. 고참도 잘 배려해주신다. 이제 그 믿음과 배려에 보답할 일만 남았다"고 했다. 지동원은 "어린 선수들은 형들의 영향을 받는다. 난 원래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훈련장에서 행동으로 보여주고, 후배들이 스스로 하게 하면 된다. 때로 선배라 악역을 맡아야 할 때도 있을 텐데 책임감은 갖고 있다. 주장인 용이형이 하라면 해야 한다"며 웃었다.

중앙, 좌우, 위아래 가리지 않고 공격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멀티플레이어, 지동원은 "어디에 서도 상관없다"고 했다."수비수를 하라고 해도 큰 거부감은 없다. 축구를 즐겁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디서 뛰느냐는 다음 문제"라며 프로의 소신을 표했다. "팀이 원하는 축구를 위해선 어느 포지션이든 상관없다. 팀을 위해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내가 가진 걸 발휘해 팀을 돕고 싶고, 이 팀에 합류한 게 좋은 결정이란 걸 보여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에서 선배 구자철과 득점왕 경쟁을 펼쳤고 2012년 런던올림픽 8강에서 개최국 영국을 무너뜨리는 골을 터뜨렸던 '강심장' 공격수는 최근 몇 년간 태극마크와 소원했다. 손흥민보다 겨우 한 살 위인 91년생 공격수에게 대표팀 복귀 희망도 물어봤다. "국대 은퇴를 한 게 아니라 명단에서 빠지게 된 것"이라고 현실을 냉정히 짚더니 "다른 선수들이 다 잘하고 있다. 실력이 있다고 가는 것도 아니다. 감독님과 잘 맞아야 한다. 팀에서 잘해서 국가대표에 다시 가게 된다면 영광"이라고 말했다.

최연소 프리미어리거로 칭송받았던 축구청년은 어느새 7세 아들을 둔 가장이 됐다. 아들도 '아빠 골'을 아는 나이가 됐다. 지동원은 "수호가 강원전 때 좋아하더라. 엄마가 시켰는지 '축하한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수원서도 아들 축하를 받을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덕담에 "우리 팀에 공격적인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찬스를 만들어줄 것이다. 그중 하나라도 넣지 않겠나"라며 동료들을 향한 믿음을 내비쳤다.

지난 시즌 종료 직후 수원FC 합류 전까지 지동원은 '절친 선배' 기성용과 호주에서 개인훈련을 하며 몸만들기에 집중했다.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수원FC에서 뛰는 현재를 축구 인생에서 "연장전 없는 90분 중 후반 중반쯤"이라더니 "축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마무리가 중요하다. 일단 내 목표는 한 시즌이라도 잘 치르는 것, 팀을 위해 내 역할을 해내는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팀이 잘했으면 좋겠다. 수원도 나도 작년에 힘든 시간을 겪었다. 올해는 절대 강등전쟁 하지 않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경기를 뛸수록 몸이 좋아진다고 느낀다. 경쟁을 이겨내고 내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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