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참사'는 한국축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수장의 무능, 협회의 시스템 붕괴, 선수단의 불화 등 월드클래스 선수들과 A매치 매진 사례에 가려진 속살이 모두 공개됐다. 팬들은 분노했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팬들이 앞장서서 개혁을 부르짖는데, 정작 나서는 국내 '축구인'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전부터 그랬다. 김판곤 전 전력강화위원장 후임을 뽑는데, 어떤 축구인도 나서지 않았다. 모두가 고사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한국축구의 실정도 모르는 마이클 뮐러 당시 기술발전위원장을 선임해야 했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전력강화위는 허수아비로 전락했고, 위르겐 클린스만이라는 역사상 최악의 감독이 선임됐다. 카타르아시안컵 결과와 그 후폭풍은 모두가 알고 있다. 물론 정몽규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였지만, 이를 견제할 '정상적인 전력강화위가 꾸려졌었다면'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애초에 뮐러에게 몸에 맞지 않는 전력강화위원장이라는 옷을 입힌 것은 축구인들의 '무책임'에서 시작됐다고 판단된다.
한국축구가 필요로 하는 순간에는 모습을 숨기고, 말을 아낀다. 어쩌다 입을 열더라도, 유튜브 출연이 전부다. 훈수 두면서 강건너 불구경 하듯 말하기도 한다. 정작 바른 말을 해야 하는 사람 앞에서는 침묵한다. 이게 지금 우리 '축구인'들의 민낯이다. 지난 번 승부조작 관련 사면 사건을 시작으로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팬들은 '축구인', '경기인', 그 중에서도 '스타 플레이어' 출신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잃었다.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