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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하냐고?나이스 퀘스천" '월클 웃상'클린스만,역대급 강철멘탈

전영지 기자

입력 2024-02-09 10:23

수정 2024-02-0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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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하냐고?나이스 퀘스천" '월클 웃상'클린스만,역대급 강철멘탈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8일 오후 귀국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웃으며 인터뷰하고 있다. 인천공항=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2.8/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사퇴 의사 있나?" "나이스 퀘스천(nice question)!"



카타르아시안컵 4강에서 요르단에 완패, 64년 만의 우승 꿈을 놓친 위르겐 클린스만 A대표팀 감독이 8일 밤 입국장에서 거취를 묻는 질문에도 한결같은 미소로 답했다.

8일 인천공항에 300여명의 축구팬들과 취재진이 몰린 가운데 클린스만 감독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드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입국장에 들어섰다. 취재진 앞에 선 감독의 첫 마디는 "와우, 사람들이 많이 왔네요(A lot of people)"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사퇴 의사'에 대한 첫 돌직구 질문에 웃으면서 "나이스 퀘스천(nice question·좋은 질문이다)" 반어적 화법으로 답한 후 해당 기자를 응시했다. "나는 이 팀을 이끄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한다. 저도 여러분만큼 이 대회 우승을 너무 하고 싶었다"면서 "여러분들의 실망감을 이해한다.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준결승전에 요르단은 우리보다 훨씬 나은 팀이었고, 결승에 진출할 자격이 충분히 있는 팀이었다"고 돌아본 후 "지난 1년간 13경기 무패로 대회 준결승까지 진출한 것을 실패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아시안컵 4강이 성공적이냐는 질문에도 그는 "4강에 간 것을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시안컵은 아주 어려운 토너먼트였다. 중동팀을 상대로 우리뿐 아니라 일본 중국도 고전했다. 중동팀들이 중동에서 열린 경기에서 얼마나 감정적이고, 얼마나 힘을 받는지 잘 알 수 있었다. 4강 진출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선수들도 칭찬해줬다"고 말했다. "카타르까지 한국 축구 팬, 미디어들도 많이 오셔서 응원해주셨고, 우리도 당연히 너무나 우승하고 싶었다"고 거듭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8강에 오른 벤투 감독 때는 이 정도의 비판과 경질 요구가 나오지 않았는데 4강에 오른 자신에게 쏠리는 비난의 포화와 그 이유에 대해 묻는 질문에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지난 1년간 일하면서 이 팀의 긍정적인 발전을 보고 있다. 어린 선수들을 새로 합류시켜, 이들이 성장하고 있고 북중미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런 큰 대회에는 감정적이 되기 마련이다. 사우디, 호주를 이겼을 때는 모두 행복했다. 또 이렇게 패배를 안고 탈락하게 되면 비판도 당연하다. 이것이 축구"라고 했다. "40년간 축구인으로 살면서 희노애락을 겪었고, 이런 비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경기가 잘 안됐을 때 누군가의 탓, 감독의 탓하는 건 당연하다. 늘 업 앤 다운이 있다. 비판도 좋다. 가장 중요한 건 팀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고 이 팀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손흥민이 대회 직후 '감독님이 저를 더 이상 생각 안하실 수도 있고, 미래는 잘 모르기 때문'이라며 얼핏 거취를 시사한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 클린스만 감독은 또 한번 미소로 응답했다. "그는 정말 특별한 선수다. 우리팀 주장이고 리더다. 손흥민같은 선수는 이런 상황을 더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 우승컵을 갖고 한국에 들어오고 싶었을 그의 심정을 이해한다. 그는 판타스틱하다.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한명이고 다음 목표는 월드컵이다. 내년 3월에 분명 대표팀 주장으로 다시 올 것이다. 그가 소속팀에서도 우승컵을 들어올리길 응원하고 바란다"고 말했다.

요르단전에서 유효슈팅 0개로 허망한 0대2 패배를 기록한 데 대해 클린스만 감독은 "우리가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이강인, 손흥민, 황희찬 누구도 골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상대의 거친, 밀집 수비에 고전했다. 나도 그 부분이 실망스럽고 화가 났다"고 답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대회 이후 만났느냐는 질문에 "두 차례 커피를 마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대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苛? 긍정적인 이야기는 물론 너무 많은 골을 내줬다는 얘기도 나눴다. 한경기 한경기 분석을 하고 좋았던 점 안좋았던 점을 이야기하고, 앞으로 어떻게 준비할지 당장 월드컵 예선 태국전을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나는 클럽팀 코치가 아니다"라는 말로 미국에서 재택근무하면서 유럽과 한국을 오가는 기존의 일하는 방식을 고수할 뜻도 분명히 했다. "일단 다음주 출국해 휴식을 취한 후 이강인 손흥민 김민재 경기를 볼 예정이다. 월드컵 예선전이 있는 만큼 긴 시간 자리를 비울 수는 없다"면서 "일하는 방식에 있어 국가대표팀 감독의 출장과 업무는 프로팀 감독과는 다르다. 여러분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일하는 방식 바뀌지 않는다. 여러분의 비판은 존중한다. 하지만 내가 생활하는 방식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중 일부 팬들이 엿을 던지고, 일부 팬들은 "고 홈!" "집으로 가!"를 외쳤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입장은 분명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연봉은 25억 이상으로 계약기간은 2026년까지다. 계약 중도 해지시 대한축구협회가 60억원 이상의 위약금을 돌려줘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혹독한 독일, 미국의 미디어를 상대로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 잃을 것이 없는 클린스만의 미소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요르단전 졸전과 우승 불발에 분노해 공항에 나온 축구 팬들을 향해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들고, 사퇴 의사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좋은 질문"이라고 화답하고, "너희의 비판은 수용하지만 이게 다 축구의 일부"이고, "너희의 비판을 존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길을 간다"는 그는 역대 대한민국 외국인 감독 중 가장 유명한 월드스타이자 '힘들 때 웃는 게 일류'라는 말을 몸소 보여주는, 역대급 강철 멘탈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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