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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 우승 막은 훼방꾼'→'이제는 든든한 지원자'...손흥민 향한 토트넘 감독의 진심 "끝까지 가라!"

이현석 기자

입력 2024-02-04 20:26

수정 2024-02-0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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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 우승 막은 훼방꾼'→'이제는 든든한 지원자'...손흥민 향한 토…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과거 2015년 아시아컵에서의 악연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토트넘에서 손흥민의 스승으로 그의 든든한 지원자가 됐다. 그는 손흥민이 끝까지 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 과거 호주 대표팀 감독으로서 손흥민의 아시안컵 우승을 좌절시켰던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제는 토트넘 감독으로서 손흥민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지난 3일(한국시각)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2023 카타르아시안컵 8강 맞대결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2대1로 승리했다.

한국은 전반 42분 황인범의 실수로 공을 뺏긴 이후 크레이그 굿윈의 슈팅이 골망을 흔들며 리드를 내줬다. 이후 한국은 후반 막판까지 호주의 수비를 뚫기 위해 분전했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 해리 수터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호주 수비는 좀처럼 뚫리지 않았다. 하지만 호주의 벽은 마지막 순간 무너졌다.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의 순간적인 돌파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수비가 태클을 시도했고, 곧바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로 나선 황희찬이 이를 성공시키며 경기 균형을 맞췄다. 이후 연장 전반 14분 손흥민의 프리킥 득점까지 터지며 한국은 4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지난 16강전에서도 극적인 조규성의 동점골 이후 승부차기 혈투 끝에 8강에 진출했는데, 8강에서도 호주를 상대로 연장전까지 가면서 4강까지 힘든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이 호주를 꺾고 4강 진출에 성공하자 EPL에서도 과거 호주 대표팀의 감독이자 이제는 손흥민의 스승이 된 포스테코글루를 조명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EPL 사무국과의 인터뷰에서 "손흥민의 활약 정말 기쁘다. 어젯밤 또 다시 보여준 그의 활약은 국민 영웅다웠다. 나는 그가 끝까지 갔으면 좋겠다. 다만 우리는 그 없이도 경기에 나가야 한다"라며 손흥민이 대회 마지막까지 활약하고 돌아왔으면 한다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포스테코글루는 지난 2015년만 해도 손흥민과 좋은 인연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우승 문턱에서 손흥민을 좌절시킨 훼방꾼에 가까웠다. 당시 한국은 0-1로 끌려가던 후반 45분 손흥민의 극적인 동점골로 연장까지 승부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연장전에서 제임스 트루이시의 득점이 터지며 경기는 1대2 호주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당시 득점까지 기록했음에도 준우승에 그쳐야 했던 손흥민은 강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포스테코글루는 꾸준히 손흥민의 진가를 그 당시 아시안컵에서부터 알아봤다고 밝힌 바 있다. 포스테코글루는 지난해 11월에도 "손흥민은 2015년 아시안컵 당시 내가 이끌던 팀을 상대로 득점했다. 그렇기에 그가 훌륭한 골잡이라는 다른 증거를 찾을 이유가 없었다. 내가 손흥민을 오랫동안 주목해와서 알았다. 그는 훌륭한 득점원이고 똑똑한 선수다. 움직임도 훌륭하다"라며 과거부터 손흥민에게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손흥민에게 장난 섞인 농담도 남기기도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손흥민이 아시안컵 출전하는 것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 많은 유럽 팬들이 유로 대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아시안컵이나 아프리카네이션스컵도 마찬가지다. 손흥민이 다시 호주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라며 장난이 섞인 응원을 건넸다.

호주전을 앞두고는 "호주 국민으로서 호주가 올라가고, 손흥민이 토트넘으로 돌아온다면 좋다"라며 "하지만 손흥민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그의 조국에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 호주가 탈락하면 아쉽지만, 토트넘에서 몇 경기를 더 뛰지 못해도 괜찮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토트넘은 다른 선수들의 분전에도 손흥민의 공백이 조금씩 체감되고 있다.

손흥민은 올 시즌 토트넘 점력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케인의 이탈을 메우는 존재로서 활약 중이었다. 손흥민은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손흥민은 번리를 상대로 시즌 마수걸이 득점을 포함해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지난 시즌 부진을 날려버리는 쾌조의 스타트를 선보였다.

10월 초반 득점이 없었던 손흥민은 10월 A매치 기간 이후 치른 풀럼전에서 다시금 득점 본능을 선보였다. 전반 36분 상대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이어진 패스를 판더펜이 인터센트로 공을 뺏어낸 후 히샤를리송이 이를 박스 앞에 있던 손흥민에게 전달했다. 손흥민은 수비 사이에서 곧바로 뒤돌며 날카로운 오른발 감아차기로 풀럼의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과 히샤를리송은 지난 리버풀전에 이어 다시 한번 득점을 합작했다. 이어진 팰리스전에는 결승골을 기록하며 팀의 10경기 무패 행진을 이끌었다.

이후 매디슨이 부상을 당하며 잠시 부진했지만, 맨시티전 1골 1도움, 뉴캐슬전 1골 2도움 활약으로 금방 다시 원래의 기량으로 돌아왔다. 에버턴전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하며 올 시즌 쾌조의 분위기를 꾸준히 이어갔다. 활약은 자리를 옮기고도 계속 이어졌다. 뉴캐슬전부터 왼쪽 윙어 자리로 돌아온 손흥민은 직전 에버턴전에서도 득점을 터트리며 활약했다. 손흥민은 전반 18분 코너킥 상황에서 포로와 쿠루셉스키의 연계를 통해 시도한 슈팅이 픽포드의 선방에 막혀 튕겨져 나왔다. 공을 침착하게 잡은 손흥민은 픽포드가 막을 수 없는 방향으로 정확하게 밀어차며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은 해당 득점으로 프리미어리그 통산 114골을 기록하며 이안 라이트를 제치고 프리미어리그 통산 득점 순위 단독 23위로 자리하게 됐으며, 120골로 21위에 자리한 스티븐 제라드, 라힘 스털링과의 격차도 6골로 좁혔다.

영국 유력지 가디언이 선정한 2023 남자 축구선수 랭킹에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손흥민은 24위에 이름을 올렸다. 가디언은 손흥민에 대해 '지난 시즌 내내 탈장 문제를 겪었고 5월 말 수술 후에야 이를 밝힌 것은 아시아 최고 스타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토트넘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손흥민은 그들을 위기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도 어려움을 겪었고, 공격포인트도 감소했다. 하지만 토트넘 주장은 책임하에 고통 없이 활약하는 새 시즌을 통해 예전의 손흥민으로 돌아왔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를 최고의 9번과 왼쪽 윙어로 기용했다'라며 손흥민의 활약상을 조명했다.

전반기 베스트 11에도 뽑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사무국은 8일 '앨런 시어러의 2023~2024시즌 현재까지 베스트11'을 공개했다. 해당 명단에는 골키퍼에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자리했다. 수비진은 트렌트 알렉산더-아널드, 윌리엄 살리바, 버질 판다이크, 데스티니 우도기가 선정됐다. 미드필더는 데클런 라이스와 더글라스 루이스가 이름을 올렸고, 공격진은 모하메드 살라, 올리 왓킨스, 제러드 보웬 그리고 손흥민이 포함됐다. 시어러는 손흥민 선정 이유에 대해 "그는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다. 골대 앞에서 공을 잡으면 득점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며 손흥민이 탁월한 골잡이라고 칭찬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손흥민은 토트넘의 프리미어리그 시대 최다 도움을 기록하며 뉴캐슬전에서 역사를 만들었다. 지난 몇 주 동안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던 그는 뉴캐슬을 상대로 공격적이고 활력 넘치는 최고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는 뉴캐슬을 상대로 2개의 도움을 기록했는데, 이는 그가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토트넘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기록했다는 의미다. 손흥민은 확실히 쇠퇴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그가 앞으로 4년 이상 토트넘에서 뛴다면 케인의 득점 기록도 깰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라고 전했다.

손흥민은 올 시즌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지난 2016~2017시즌부터 무려 8시즌 연속 프리미어리그에서 10골 이상을 기록한 선수로 등극했다. 해당 기록은 손흥민 포함 총 7명의 선수가 달성한 기록인데 손흥민과 함께 이름을 올린 선수들은 전부 프리미어리그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긴 엄청난 선수들이다. 전 동료 해리 케인을 포함해 티에리 앙리(아스널),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체스터 시티), 웨인 루니(맨유), 프랭크 램파드(첼시), 사디오 마네(리버풀) 등이 8년 연속 리그 10호골을 달성한 선수들이었다.

특히나 손흥민의 대체자로 영입된 베르너의 활약이 기대 이하다. 베르너는 이번 겨울 토트넘에 임대 영입됐다. 기대도 적지 않았다. 스카이스포츠는 '베르너는 3년 전만 해도 독일 축구의 떠오르는 스타였다. 그는 당시 첼시가 그를 위해 4700만 파운드를 지불했을 때 EPL을 호령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 토트넘이 향후 베르너를 1500만 파운드에 완전 영입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가치에서의 큰 하락이지만, 베르너가 지난 기간 겪었던 어려움을 반영하기도 한다. 27세면 전성기의 나이지만, 그는 자신의 잠재력을 다른 사람과 자기 자신에게도 다시 입증해야 하는 경력의 교차로에 자리해 있다'라며 토트넘 이적이 베르너에게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베르너의 첼시 시절에 대해 '성공적인 이적은 아니었다. 56경기에서 10골은 기대득점이 18.54골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비참했다. 큰 기회들을 놓쳤고, 오프사이드도 일상이었다'라고 평가하며 '그는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발목 부상으로 타격을 입었으며, 이후 올 시즌 라이프치히에서 선발 출전 2경기, 2골에 그쳤다'라고 전했었다. 베르너는 첼시 시절부터 극심한 골 결정력 문제를 보여줬다. 첼시 시절 문전 앞에서 잡은 절호의 기회들을 어이없는 슈팅으로 골문 밖으로 내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당시 베르너는 움직임은 위협적이었음에도 팀 경기 결과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자주 나왔다. 이미 토트넘이 베르너 영입에 관심을 보이자 그의 실수가 다시 각광받기도 했다.

우려도 적지는 않았다.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토트넘 팬들은 베르너가 쉬운 기회를 놓치는 영상을 공유하며 베르너를 임대로 EPL로 데려오겠다는 구단의 계약을 가볍게 여겼다. 이미 토트넘 팬들은 SNS에서 그가 기회를 낭비하는 모습을 조롱당한 것을 근거해 베르너에게 큰 자신감을 갖고 있지 않다'라며 토트넘 팬들이 이미 베르너 영입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데일리메일이 공개한 영상에서 베르너는 한 프리스티알 축구 전문가의 패스 이후 빈 골대에도 공을 넣지 못하고 멀리 날리는 등 그가 EPL 무대에서 보여줬던 끔찍한 골 결정력을 다시 선보였다. 이후 팬들은 그의 심각한 골 결정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실수 모음집을 SNS에 올리며 '이 일이 우리에게 잘 풀리지 않을 수가 없다'라며 베르너 영입하는 것이 쉬운 이유는 그가 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을 주장했다.

EPL 출신 공격수 가브리엘 아그본라허는 "왜 그를 시즌 중간에 보내주는 걸까? 그는 EPL 56경기에서 10골을 넣었다. 답답한 선수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를 보면 어느 날은 잘 달리고, 잘 마무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음 경기를 보면 미하일로 무드리크처럼 잘못된 달리기를 하고 수비와 마주치고, 일대일 기회를 놓칠 것이다. 그는 경기를 마쳤을 때 다르윈 누녜스를 생각나게 한다"라며 베르너의 결정력이 올 시즌 EPL에서 아쉬운 결정력을 선보인 무드리크, 누녜스와 다를 바 없다는 주장도 나온 바 있다.

손흥민이 떠난 후 첫 경기였던 번리전에서 1대0 승리를 거뒀던 토트넘은 이후 리그에서 맨유와의 2대2 무승부 이후 맨시티에 오랜만에 홈에서 패배하며 분위기가 쳐져있었다. 브렌트포드와의 경기에서 극적으로 8분 만에 3골을 넣으며 3대2 역전승을 거뒀지만, 이어진 에버턴과의 경기에서는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을 허용하며 무승부에 그쳤다. 베르너는 브렌트포드전을 제외하면 활약이 아쉬웠다. 다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현재 공격진은 히샬리송의 활약과 에버턴의 복귀로 나쁘지 않은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측면에 배치된 브레넌 존슨과 티모 베르너의 위력은 손흥민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손흥민이 끝까지 갔으면 한다고 밝힌 포스테코글루지만, 그의 빈자리에 대한 그리움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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