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가장 최근 아시안컵 결승에 오른 2015년 호주대회에서 슈틸리케호는 '늪 축구'로 불리었다. 한국을 상대하는 모든 팀이 늪에서 허우적거리듯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데에서 따온 별명이다. '좀비 축구'와 '늪 축구'의 공통점은 '위닝 멘털리티'에 있다. 좀비처럼 쓰러져도 일어나 극장골을 넣고, 상대 공격진을 어떻게든 늪에 빠뜨린다. '꾸역승도 승리'라는 걸 두 독일 레전드 출신 감독들은 '아시아의 월드컵' 무대에서 보여주고 있다.
'좀비 축구'는 부정적인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에겐 왜 정규시간 90분 내에 경기를 끝내지 못하느냐는 비판이 따른다. 한국은 조별리그 2차전 요르단전부터 3차전 말레이시아전, 16강, 8강전까지 4경기 연속 90분 이후 추가시간 득점으로 승점을 쌓거나 경기를 연장 승부로 끌고갔다. 그만큼 경기 운영이 불안정했고, 준비가 덜 된 팀이라는 게 드러났다. '좀비 축구'는 사실 자이언트 킬링을 노리는 약체에 더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한국은 월드컵에선 약체로 분류되지만, 아시안컵에선 당당한 우승후보다. 스스로 '좀비'가 될 이유가 없다.
이번 대표팀이 9년 전 대회와 비교해 한 가지 긍정적인 건 두 경기 연속 연장승부로 일찌감치 매를 맞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위기 극복 DNA, 응집력'을 얻었단 점은 큰 소득이다. 역대 한국 축구가 역사를 쓴 대회(2002년 한일월드컵,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모두 고비가 있었다. 한국은 무전술 비판 속 '90분 내에 쉽게 이기는 팀'은 아닐지라도 '이겨내는 팀'이 돼가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남은 경기에서 설령 경기 중 고비가 찾아오더라도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팀이 됐다. 클린스만호의 '좀비 축구'는 슈틸리케호의 '늪 축구'와 다르다는 걸 보여줄 수 있을까?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