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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ON]"5만명? 오라고 해!" SON 명품 리더십, 전 세계가 홀릭 '다시 달리게 한다' 극찬

김가을 기자

입력 2024-02-0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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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명? 오라고 해!" SON 명품 리더십, 전 세계가 홀릭 '다시 달…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연장 전반 손흥민이 역전골을 만든 뒤 환호하고 있다. 알와크라(카타르)=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2.02/

[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4만명? 5만명? 오라고 해!"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말 한 마디에 태극전사가 다시 달렸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은 카타르아시안컵에서 64년 만의 우승을 정조준한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한국은 조별리그 E조에서 1승2무(승점 5)를 기록했다. 조 2위로 16강전에 올랐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선 승부차기 혈투를 벌였다. 8강에선 호주와 연장 접전을 펼쳤다. 한국은 두 경기에서 180분이 아닌 240분을 뛰었다. 체력이 바닥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태극전사는 뛰었다. 특히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 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폭발하며 환호했다. 대한민국을 다시 붉게 물들였다.

그 중심에는 '캡틴' 손흥민의 '명품 리더십'이 있다. 손흥민은 독일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당시 부상으로 빠진 주장 기성용을 대신해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찼다. 그는 이 경기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을 물리치는 이변을 연출했다. 손흥민은 후반 시간 쐐기골을 넣었고, 이 골로 독일은 사상 첫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아픔을 맛봤다.

손흥민은 이어 파울루 벤투 감독이 부임하며 정식 주장이 됐다. 4년 내내 안정된 리더십을 과시한 손흥민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한국 월드컵사의 두번째 원정 16강을 이뤄냈다. 손흥민은 안와골절이라는 부상 속 마스크를 쓰고 투혼을 발휘했다. 그는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환상 도움을 기록했다. 그는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도 주장 완장을 차고 있다. 한국 최장수 캡틴이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64년 묵은 '우승의 한'을 풀겠단 각오다. 한국은 1960년 이후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다. 손흥민에게도 이번 대회는 특별하다. 그는 A대표팀 일원으로 처음으로 참가한 국제대회가 2011년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이다. 이후 2015년 호주,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를 거쳐 4개 대회 연속 출격했다. 17경기를 뛰며 한국 선수 아시안컵 최다 출전 기록을 썼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호주 대회 때는 결승에서 1대2로 패하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손흥민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8강전에서 호주를 집으로 돌려 보냈다. 한국이 0-1로 밀리던 후반 추가 시간 상대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그는 키커로 나서고 싶다는 황희찬(울버햄턴)에게 기꺼이 기회를 양보했다. 1-1 동점을 만들었다. 손흥민은 연장 전반 그림 같은 프리킥 득점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한국은 호주를 2대1로 누르고 4강에 진출했다. 손흥민은 9년 전 호주에 진 빚을 속 시원히 갚았다.

'캡틴'은 경기력만 빛난 것이 아니었다. 손흥민은 사우디아라비아전을 앞두고 라커룸 미팅에서 "4만명? 5만명? 오라고 해. 나가서 부수고 오자"며 파이팅을 외쳤다. 승부차기 때도 기지를 발휘했다. 그는 센터서클로 가 상대 선수와 함께 주심 앞에 섰다. 동전 던지기로 승부차기를 할 골대와 먼저 찰 팀을 정할 차례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작은 실랑이가 있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주심은 골대를 본부석 기준으로 왼쪽 골대에서 승부차기를 진행하겠다고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중계 카메라가 해당 골대 쪽에 이미 설치돼 있으니 편의상 그쪽에서 진행하자는 의도였다. 그 골대 뒤편에는 사우디아라비아 팬들이 앉아있었다. 한국 팬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손흥민이 곧바로 따졌다. 규정대로, 동전 던지기로 골대를 결정하자며 맞섰다. 규정대로 진행하자는 손흥민의 주장에 심판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동전 던지기를 한 결과 승부차기 장소는 한국 팬들이 조금이나마 있는 쪽 골대로 결정됐다. 한국 팬들의 응원 소리를 가까운 곳에서 들으며 골문을 지킨 조현우는 두 차례 '선방 쇼'를 펼쳤다. 손흥민은 첫 키커로 나서 슈팅을 성공했다. 한국은 김영권 조규성 황희찬까지 연달아 슈팅을 성공하며 승리했다.

현장의 전 세계 취재진은 손흥민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일본 기자들은 한 입 모아 손흥민의 리더십을 극찬했다. "팀이 위기에 빠진 순간,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 다시 달릴 수 있게 한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쿠르디스탄, 이란 등 각지에서 모인 기자들은 한 입 모아 "손흥민은 최고의 선수"라며 한국을 부러워했다.

손흥민은 7일 요르단과의 4강전 승리를 정조준한다. 그는 "나라를 위해 뛰는데 힘들다는 것은 큰 핑계이다. 이제 토너먼트에 4개의 팀만 남았다. 하나의 우승컵을 가지고 싸운다. 어떠한 핑계, 힘듦, 아픔 필요없다. 한가지 목표만 가지고 뛰어갈 예정"이라며 이를 악물었다.

도하(카타르)=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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