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는 아시아 최고는 물론 세계적인 센터백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카타르아시안컵에선 풀 죽은 모습이 종종 비친다. 입도 꾹 다물었다.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에도 발걸음만 바삐 움직인다. 신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김민재가 이끄는 수비라인이지만 무실점 경기가 단 '1'도 없다. '1실점→2실점→3실점→1실점'이 현주소다. 조별리그 3경기의 6실점은 아시안컵 역사상 최악의 성적이다. 바레인과의 첫 경기가 잘못된 단추였다. 김민재는 전반 13분 만에 경고를 받았다. 상대의 역습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옐로카드가 나왔다.
억울한 경고였지만 하소연할 곳은 없었다. 경고 2장이 누적되면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김민재가 없는 수비라인은 '재앙'이다. 자연스럽게 전매특허인 도전적인 수비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100% 정상 컨디션도 아니다. 그는 지난해 한국 축구에 새 장을 열었다.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에서 간판 센터백으로 활약하며 33년 만의 스쿠데토(우승)를 선물했다. 세리에A 최고의 수비수로 선정되는 겹경사를 누렸다. 지난해 7월에는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바이에른에서도 최고의 수비수로 인정받았지만 '혹사 논란'이 제기됐다. 김민재는 카타르아시안컵에 소집되기 전까지 바이에른이 치른 분데스리가 전 경기(15경기)에 풀타임 소화했다.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도 5경기에 출전하며 팀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이제 8강전이다. 결승 진출까지 두 걸음 더 남았다. 대한민국은 3일 오전 0시30분(한국시각)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호주와 카타르아시안컵 8강전을 치른다. "뛰지 못하는 것보다 뛰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의 신념은 확고하다. 수비라인이 호주의 공세를 무실점으로 틀어막는다면 4강행은 탄탄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