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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 소년 김영권의 꿈, K리그 '최고의 별'로 우뚝…그의 옆에는 '우상' 홍명보가 있었다

김성원 기자

입력 2023-12-04 17:42

수정 2023-12-05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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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 소년 김영권의 꿈, K리그 '최고의 별'로 우뚝…그의 옆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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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소년이 레전드를 만난 것은 2007년이었다. 당시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은 A대표팀 코치 시절였다. 홍 감독은 전주공고 사령탑과의 인연으로 특강을 했다. 고교 3학년이던 그도 그곳에 있었다. "너희들 중 국가대표가 나올 수 있다." 홍 감독의 말에 소년의 꿈도 영글기 시작했다. 김영권(33·울산) 이야기다.



김영권에게 홍 감독은 운명이다. 2009년 이집트에서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이 인연의 시작이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올림픽에 이어 2014년 브라질월드컵까지 바늘과 실처럼 함께했다. 긴 쉼표도 있었지만 홍 감독이 울산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끈이 다시 이어졌다. 2010년 FC도쿄에서 프로에 데뷔한 김영권은 일본과 중국에서 줄곧 외국인 선수로 생활하다 지난해 K리거로 변신했다.

이유는 단 하나, 홍 감독의 손을 뿌리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울산은 홍명보와 김영권, '사제 듀오'를 만난 후 '만년 2위'의 설움을 완벽하게 떨쳐냈다. 스승과 제자가 함께 최고의 날을 맞았다. 2년차 K리거 김영권이 2023년 K리그 '최고의 별'로 우뚝섰다. 지난해 17년 만의 정상, 올해는 창단 후 첫 K리그 2연패를 울산에 선물한 '센터백' 김영권은 4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23년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서 MVP(최우수선수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의 옆에는 홍 감독도 있었다. 홍 감독은 다시 한번 맨꼭대기에 섰다. 2년 연속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16년 전, 꿈의 만남이 K리그의 신화가 되는 순간이다.

김영권은 이번 시즌 32경기에 출전했다. 안정적인 '짠물 수비'는 기본이다. 지난 5월 21일 수원 삼성전에는 환상적인 중거리포로 K리그 데뷔골을 터트리기도 했다. '패스 효율성'은 차원이 달랐다. 높은 볼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홍명보 축구'는 김영권의 빌드업을 앞세워 더 높게 비상했다. 수비에서 미드필더, 공격진으로 연결되는 패스는 한층 매끄러워졌다. 그는 올 시즌 2268개의 패스를 성공시켰다. 이는 K리그1 전체 3위이자 팀내 1위다.

30대 고참으로 팀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도 톡톡히 했다. 때론 쓴소리, 때론 격려로 어린 선수들을 이끌었다. 김영권은 지난 여름 중동에서 현재 연봉 세 배 수준의 큰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홍 감독의 만류에 미련없이 뜻을 접었다. 그는 각 팀 감독(30%)과 선수(30%), 미디어(40%) 투표 수를 환산한 점수에서 44.13점을 얻어 제카(포항·41.76점), 티아고(대전·11.33점), 안영규(광주·2.78점)에 앞섰다. 김영권은 감독(6표), 미디어(55표)에서 1위, 주장(4표) 투표에선 제카(7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김영권은 더 없이 행복한 하루였다. 그는 "올 시즌에 경기력이 안 좋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감독님이 해준 말이 기억에 난다. '넌 어떻게 맨날 잘할 수 있겠느냐. 한두 경기 못하면 어떻냐.' 그 말을 들었을 때 속이 뻥 뚫리면서 우승할 수 있겠구나 확신이 들었다. 감독님 정말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아내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김영권은 시상식 후 눈물을 보인 이유에 대해 "가정적으로 최대한 살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되더라. 축구를 하다보니 집에 소홀히 하게되고, 집안일에 신경을 못쓰다보니 아내 혼자 해야할 일이 많아진다. 아내가 힘들어하는데도 티 안내고 나를 위해서 일을 하는게 보여서 그게 너무 생각이 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내가 쐐기 아닌 쐐기를 박더라. 내년에는 더 잘해야겠네 라고 하더라. 그거에 대한 책임감이 들게 됐다. 아내 말을 들어야 가정이 평화롭다고 이야기 하시지 않나. 내년에는 올해 했던 것 이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거액의 중동 제안에 대해선 "오퍼가 왔을때는 당연히 사람인지라 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감독님과 2~3시간의 면담 후에 안가기로 했다. 감독님의 경험과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대한 선택을 그때 배웠다. 안간 것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다. 여기에 남아 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주셨다. 금전적인 부분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것과 바꿀 수 없는 MVP라는 자리로 충분히 충족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김영권은 이제 축구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준비 중이다. 그는 "내가 아직 이루지 못한 아시안컵이 지금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커리어가 될 것 같다. 울산에서 ACL 우승이라는 큰 목표를 가지고 입단했는데, 작년에 아쉽게 조별 예선 탈락을 했고, 남은 경기 이겨서 토너먼트 진출해서 높은 곳을 바라봐서 잘 해야 할 것 같다. 마지막 페이지에 김영권은 한국 축구에 필요하든, 필요하지 않든 대표팀에 진심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은 투표 환산 점수 45.02점으로, 이정효 광주 감독(25.52점), 김기동 포항 감독(20.91점), 조성환 인천 감독(8.54점)을 제쳤다. 그는 동료 감독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9표)를 받았고, 주장(4표)과 미디어 투표(36표)에서도 고르게 득표했다. 2년 연속 감독상은 2017년과 2018년, 최강희 전북 감독 이후 5년 만이다. 홍 감독은 "미래를 위해 꿈꾸는 지도자들, 감독들, 그 분들을 위해 올해 받은 감독상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시상식 후 "지난해 감독상을 타 봤고,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다른 잘하는 사람이 타도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보너스 같은 상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젊은 감독들, 기존 감독 등 그 분들에게 개인적인 존경심을 나타낸다는 생각에서 같이 나누고 싶다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수상에 대해서 예측은 못했다. 후보에 오른 3명 감독은 앞으로 K리그 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의 유망한 감독이다. 이정효 김기동 조성환 감독은 마찬가지로 각자 색깔이 있는 좋은 감독이다. 그 안에서 수상해도 이상할 것 없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도 이 분들이 언젠가는 계속 감독상을 타면서 감독 생활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덕담했다.잠실=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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