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지옥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손흥민, 1골+1도움+1자책골→맨시티전 3-3 무승부→경기 MOM...득점-자책골 기록도 경신

이현석 기자

입력 2023-12-04 09:32

수정 2023-12-04 10:03

AF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 손흥민이 맨시티전 득점과 자책골로 희비가 교차한 가운데, 그럼에도 팀의 무승부를 이끌며 팬들이 뽑은 경기 최우수선수로 평가받았다.



토트넘은 4일(한국시각) 영국 맨체스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2023~2024시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14라운드 경기에서 3대3 무승부를 기록했다.

토트넘은 이번 무승부로 리그 5위 자리에 다시 복귀했다. 뉴캐슬을 승점 1점 차이로 제치고 순위를 끌어 올렸다. 반면 맨시티는 승점 1점 획득에 그치며 앞서 경기를 치른 리버풀이 차지한 2위 자리를 탈환하지 못하며 3위에 머무르게 됐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토트넘의 4연패 여부에도 큰 관심이 쏠렸었다. 맨시티전은 토트넘에 시즌 전반기 가장 큰 위기였다. 지난 10라운드까지 8승 2무로 무패 행진을 달리며 리그 선두에 올랐던 토트넘은 리그 우승 후보로 꼽힌다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맨시티전 직전 3경기에서 무너졌다. 3연패 기간 동안 모두 선제골을 넣고도 역전패하며 팬들을 더욱 아쉽게 했다.

토트넘도 변명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11라운드 첼시전을 시작으로 주전 공백이 크다. 첼시전 당시 제임스 매디슨과 미키 판더펜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데스티니 우도지는 퇴장을 당하며 징계를 받았다. 올 시즌 시작 전부터 아쉬운 교체 자원들이 지적됐는데, 최근 3경기에서 교체 자원들이 주전 공백을 제대로 채워주지 못하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지 못했다.

다만 글로벌 스포츠 언론 디애슬레틱은 '지난 3경기에서 패했고, 핵심 선수 9명이 결장했다. 시즌 중 가장 낮은 순위에 있지만, 승리한다면 순위 하락을 막을 수 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다음 경기는 무려 12개월 전에 마지막으로 홈에서 패한 챔피언 맨시티와의 원정 경기다. 맨시티는 지난 시즌부터 현재까지 홈에서 단 1패만을 기록했다'며 '포스테코글루는 아마 어떤 원칙도 희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런 방식을 거부하는 것이 그에게 많은 성공을 안겨줬기 때문이다"라며 "포스테코글루는 셀틱 시절 레알 마드리드와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상대할 때도 공격 원칙을 바꾸지 않았고, 맨시티전에서도 그럴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4연패를 기록한다면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2004년 데이비드 플리트 이후 최초로 4연패를 당하는 토트넘 감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다행히 토트넘은 무승부로 연패 기록은 끊어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4-2-3-1 전술을 꺼내 들었다. 손흥민이 최전방에 자리했다. 브레넌 존슨, 데얀 쿨루셉스키, 브리안 힐이 2선에서 손흥민의 뒤를 받쳤다. 3선에는 지오바니 로셀소, 이브 비수마가 호흡을 맞췄다. 포백에는 데스티니 우도지-에메르송 로얄-벤 데이비스-페드로 포로가 위치했다. 골문은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지켰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3-2-4-1 포메이션을 활용했다. 엘링 홀란드가 공격을 이끌었다. 필 포든, 훌리안 알바레즈, 베르나르두 실바, 제레미 도쿠가 2선에 위치했다. 더블 볼란치로 로드리, 마누엘 아칸지가 출격했다. 수비는 카일 워커, 후벵 디아스, 요슈코 그바르디올이 담당했다. 골키퍼 장갑은 에데르손이 착용했다.

두 팀은 경기 초반부터 강하게 맞붙었다. 맨시티가 경기를 주도했지만, 토트넘도 밀리지 않고 계속 압박하며 맞불을 놓았다. 선제골 기회도 오히려 토트넘이 살렸다. 전반 5분 토트넘은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이 브리안 힐의 롱패스를 받았다. 손흥민은 도쿠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공을 얻어냈고, 돌파에 성공했다. 문전 앞까지 전진해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골문을 노렸고, 공은 에데르손을 맞고도 골문 안으로 들어가며 팀에 리드를 안겼다.

하지만 토트넘의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리드를 잃게 만든 선수가 선제골을 기록한 손흥민이었기에 더욱 안타까웠다. 전반 8분 맨시티가 토트넘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키커 알바레스가 처리했는데, 문전 앞으로 올라온 공이 홀란의 머리에 이어 손흥민의 허벅지를 맞고 토트넘 골망을 흔들고 말았다.

경기 균형을 맞춘 맨시티는 곧바로 토트넘의 골문을 두드렸다. 전반 13분 홀란이 비카리오가 비운 골문 앞에서 완벽한 기회를 잡았는데, 그의 왼발 슈팅이 골대 옆으로 스치듯 지나가며 땅을 쳤다. 전반 29분에는 도쿠가 골대를 맞췄다. 도쿠는 토트넘 페널티박스 좌측을 흔들며 돌파했고, 박스 안에서 오른발 슛으로 골문 구석을 노렸다. 하지만 슈팅은 맨시티 골대를 두 번이나 맞추고 골문 안이 아닌 밖으로 향했다. 도쿠로서도 탄식할 수밖에 없었던 장면이었다.

골대를 두드리던 맨시티는 경기를 뒤집었다. 전반 31분 도쿠가 알바레스의 침투 타이밍에 맞춰 정확하게 공을 찔러줬다. 알바레스는 문전 앞 혼전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중앙에 있는 포든에게 공을 밀어줬고, 포든은 비카리오 앞에서 공을 잡아 가까운쪽 골대 부근으로 밀어 넣으며 역전골을 넣었다. 맨시티는 전반 36분 홀란이 결정적인 기회에서 다시 한번 슈팅을 득점으로 연결짓지 못하며 승기를 확실히 잡을 기회를 놓쳤고, 전반은 맨시티의 2-1 리드로 마무리됐다.

후반에도 경기 주도권은 맨시티가 먼저 잡았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실바가 왼발 슛으로 토트넘 골문 구석을 노렸는데, 비카리오가 동물적인 선방으로 위기를 넘겼다.

공세를 버텨낸 토트넘은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손흥민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후반 24분 데이비스가 걷어낸 공이 맨시티 박스 앞 손흥민에게 연결됐고, 손흥민은 침착하게 로셀소한테 공을 내줬다. 손흥민의 침투로 공간이 생긴 로셀소는 곧바로 맨시티 골문 구석을 노렸고, 슈팅은 골대를 맞고 맨시티 골망을 흔들며 동점골이 됐다.

맨시티는 승리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후반 30분 로드리가 토트넘 문전 앞에서 슈팅이 뜨며 골대 위로 향했고, 이어진 후반 36분 공격 장면에서 홀란이 내준 공을 그릴리시가 골문 앞에서 밀어 넣으며 다시 앞서 나갔다.

다만 승부를 포기하지 않은 것은 토트넘도 마찬가지였다. 토트넘은 후반 45분 존슨의 크로스를 쿨루셉스키가 몸을 날려 헤더로 마무리했는데, 해당 슈팅이 에데르손이 손쓸 수 없게 골대를 맞고 골라인 안으로 향하며 무려 3번째 동점골이 됐다.

추가시간에는 주심의 이해하기 어려운 판정으로 맨시티가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 후반 추가시간 홀란은 에메르송의 발에 걸렸지만 그릴리시에게 침투 패스를 연결해 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대일 찬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주심은 그릴리시가 공을 잡은 후 파울을 에메르송의 파울을 선언했다. 파울을 당한 맨시티가 충분히 유리한 상황이었고, 득점까지 나올 수 있었기에 어드밴티지가 선언되기에 충분했지만, 주심은 파울을 선언해 맨시티에게 오히려 해가 되는 판정을 했다. 맨시티 선수들은 주심의 파울 선언 이후 분노하며 항의하기도 했다. 맨시티가 기회를 놓친 후 득점을 더 터트리지 못한 두 팀은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올 시즌 5번째 경기 최우수선수(MOTM)에 선정됐다. 팬들은 40.8퍼센트의 압도적인 지지로 손흥민을 경기 최우수 활약을 펼친 선수로 선정했다.

앞서 과르디올라 감독도 손흥민의 이런 활약을 경계한 바 있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를 포함해 맨시티를 상대로 8골 4도움을 기록했는데 과르디올라 감독은 "토트넘을 손흥민 팀(Son team)이라고 칭하는 실수를 하고 싶지 않다"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는데 과르디올라의 우려는 현실이 되며 경기를 무승부로 만들었다.

손흥민도 이번 경기에서 반등이 필요했다. 손흥민은 올 시즌 4라운드 번리전을 시작으로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하며 토트넘의 득점을 책임지고 있다. 손흥민은 번리를 상대로는 시즌 마수걸이 골을 포함해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지난 시즌 부진을 말끔하게 씻어냈다. 중앙에 선 손흥민은 날개를 활짝 폈다. 0-1로 뒤지던 전반 16분 왼쪽 측면 공격수 마노르 솔로몬의 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키를 넘기는 칩슛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이후 후반전 두 골을 추가하며 해트트릭을 완성했고, 이전 3라운드에서 득점이 없었던 아쉬움을 완벽히 날려버렸다. 이어진 셰필드전에서는 무득점에 그쳤지만, 아스널전에서 다시 한번 득점포를 가동했다. 손흥민은 팀이 실점할 때마다 곧바로 균형을 맞추는 득점을 두 차례나 터트리며 아스널 원정에서 팀이 승점 1점을 챙길 수 있도록 맹활약했다.

득점은 계속 이어졌다. 리버풀을 상대로 원톱으로 다시 출전한 손흥민은 전반 36분 매디슨이 히샤를리송의 침투를 확인하고 패스를 건넸고, 히샤를리송이 크로스를 올렸는데, 문전 앞으로 쇄도하던 손흥민이 이를 가볍게 돌려 놓으며 리버풀 골망을 흔들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믿음에 부응한 손흥민은 자신이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9월 4경기 중 3경기에서 6골을 득점하는 활약을 선보였다. 이후 손흥민은 루턴 타운전에서 원톱으로 출전해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꾸준한 전방 압박으로 팀 공격을 도왔다.

10월 초반 득점이 없었던 손흥민은 10월 A매치 기간 이후 치른 풀럼전에서 다시금 득점 본능을 선보였다. 전반 36분 상대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이어진 패스를 판더펜이 인터센트로 공을 뺏어낸 후 히샤를리송이 이를 박스 앞에 있던 손흥민에게 전달했다. 손흥민은 수비 사이에서 곧바로 뒤돌며 날카로운 오른발 감아차기로 풀럼의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과 히샤를리송은 지난 리버풀전에 이어 다시 한번 득점을 합작했다. 이어진 팰리스전에는 결승골을 기록하며 팀의 10경기 무패 행진을 이끌었다.

침묵이 찾아왔다. 매디슨의 부상 이탈이 발단이었다. 첼시전 이후 매디슨이 부상으로 결장하자 손흥민은 3경기 연속 침묵했다. 같은 기간 토트넘도 선제골 이후 멀티 실점으로 3경기 연속 역전골을 허용해 무너졌다. 최전방에 자리한 손흥민이 고립되는 모습도 자주 보이며, 매디슨의 복귀까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손흥민은 이번 맨시티전에서 직접 해결사와 조력자로 나서며 1골 1도움을 기록했고, 시즌 중 가장 어려울 수 있는 경기인 맨시티 원정을 무승부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주장과 에이스 역할을 충분히 했다.

손흥민은 무승부 후 인터뷰에서 "어려운 원정 경기장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안고 하는 자세와 우리가 하고자 하는 방식이 잘 됐다고 생각한다"라며 "특히 후반전에는 우리가 원하는대로 하고 싶은 플레이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선수들이 고생해서 다 같이 중요한 승점을 가장 어려운 곳에서 얻어냈기 때문이다. 이번 1점이 올 시즌을 진행하면서 중요한 포인트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경기 소감을 밝혔다.

맨시티를 상대로 공격 축구를 감행하며 맞불을 놓은 점에 대해 "감독님이 이런 축구를 원한다"라고 밝힌 손흥민은 "잘 맞지 않았던 옷을 계속 오래 입고 있었는데, 이런 옷을 빨리 잘 입음으로서 팀이 좀 더 안정된 모습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방식이 중요하고, 상대가 누구든 우리가 하는 플레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확실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의지를 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경기 결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선수들이 쏟은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아 기쁘다. 때로는 그러지 못했다. 전반전에는 솔직히 말해서 이 상태까지 올 수 있어 운이 좋았다. 맨시티는 우리를 놀라게 할 수 있었다. 그런 충분한 기회가 있었다. 공을 많이 내어주고, 우리의 플레이에 확신이나 믿음이 없었다. 우리는 하프타임에 진정했고, 후반전에 선수들이 쏟은 노력이 돋보였다. 다시 한번 경기장에서 이렇게 훌륭한 팀을 상대로 압도당하지 않고 버티고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실제로 경기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했고, 그것이 게임에서 키포인트였다. 우리는 그런 팀을 상대로 좋은 3골을 넣었고, 후반전에 쏟은 노력의 보상을 받은 선수들이 너무 기쁘다"라고 밝혔다.

영국 언론은 손흥민의 활약을 호평했다. 풋볼런던은 손흥민에게 팀 내 최고인 8점을 주며 '그는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의 골을 좋아했다. 전반에 멋진 득점, 패스를 했다. 자책골은 불행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동료의 득점을 도왔다. 9점이지만, 불행한 자책골로 8점'이라고 했다. 이브닝스탠더드는 '손흥민은 선제골에서 눈부신 기술을 보여줬다. 맨시티 상대로 좋은 기록을 이어갔고, 동점골도 도왔다'라며 평점 8점으로 활약을 인정했다.

통계전문매체 소파스코어는 손흥민에게 팀 내 가장 높은 8점을 매겼다.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평점 7.5점을 줬다. 쿨루셉스키(7.6점)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높았다. 통계매체 풋몹도 7.7점으로 쿨루셉스키, 존슨에 이어 가장 높은 평점을 부여했다.

한편 손흥민은 이날 경기 선제골에 이어 자책골을 곧바로 기록하기도 했는데 해당 기록에 대해서도 언론의 관심이 쏟아졌다.

브라질 언론 글로부는 4일 손흥민의 득점 후 자책골 기록에 대해 '축구에서 천국에서 지옥으로 가는 데 얼마나 걸릴까. 이것을 측정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손흥민은 137초 만에 가능했다. 그것은 그가 맨시티를 상대로 3대3 무승부를 기록하며 토트넘을 위해 넣은 골과 맨시티를 위해 넣은 골 사이의 간격이었으며 기록이었다'라고 전했다.

글로부는 '통계매체 옵타에 따르면 137초 만에 득점 후 자책골을 기록했다. 경기 시작 후 10분 동안ㄴ 골과 자책골을 모두 기록한 선수는 가레스 배리 이후 최초였다'라고 전했다. 배리는 과거 1999년 애스턴빌라와 찰튼 애슬레틱의 경기에서 해당 기록을 작성했다. 득점 이후 최단 시간 자책골 기록도 경신했다. 손흥민 이전에 가장 빨리 득점 후 자책골을 기록했던 선수는 수비수 조니 에반스였다. 에반스는 2012년 12월 맨유 소속으로 167초 만에 득점과 자책골을 모두 기록했다. 손흥민은 에반스의 기록을 30초가량 앞당기며 새로운 기록까지 작성했다.

득점에 이은 자책골로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손흥민이 맨시티 천적의 면모로 팀의 연패를 끊어냈다. 분위기를 반전시킨 토트넘은 오는 8일 오전 5시 15분 영국 런던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 5경기 만에 승리에 도전한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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