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호령하던 '명가' 수원 삼성의 2부 추락, 예고된 강등이었다

김가을 기자

입력 2023-12-02 18:33

수정 2023-12-03 08:55

사진=연합뉴스

[수원=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예고된 추락이었다.



수원 삼성(대표이사 이준)은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최종전에서 0대0 무승부를 기록했다. 수원은 올 시즌 8승9무21패(승점 33), 최종 12위를 기록했다. 수원은 다음 시즌 K리그2(2부) 무대로 자동 강등됐다. 경기장을 가득 채웠던 수원 팬들은 추레한 현실이 믿기지 않는 듯했다. 일순간 침묵, 고요한 적막이 감돌았다. 원정 관중석에서 외치는 "수원 강등"만이 울려 퍼졌다. 뒤늦게 현실을 직시한 수원 팬들은 구단을 향해 거센 항의에 나섰다. 그라운드 위로 연막탄이 떨어졌다. 경기가 끝나고 해가 진 뒤에도 팬들의 성토는 계속됐다. 선수들의 버스를 막아 세웠다. 구단 관계자들이 팬들 앞에 나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팬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1995년 창단한 수원은 K리그에서만 네 차례(1998, 1999, 2004, 2008년) 우승한 명가다. 대한축구협회(FA)컵 5회(2002, 2009, 2010, 2016, 2019년) 정상에 올랐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했다. 스페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와 비교되며 '레알 수원'이란 화려한 수식어도 얻었다.

과거의 영광일 뿐이다. 수원은 지난 시즌 K리그1 10위를 기록, 승강 플레이오프 끝 가까스로 잔류에 성공했다. 올 시즌 반전을 노렸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수원은 올 시즌 개막 10경기에서 2무8패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수원은 개막 7경기만에 이병근 감독과 결별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최성용 코치가 감독 대행으로 벤치를 지키는 동안 새 사령탑을 찾았다. 수원은 지난 5월 4일 김병수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하지만 김 감독 체제에서도 '드라마틱' 반전은 없었다. 수원은 김 감독 체제에서 치른 22번의 경기에서 5승5무12패에 그쳤다. 결국 수원은 지난 9월 김 감독과 전격 결별했다. 빈자리는 염기훈 플레잉 코치가 감독 대행 자격으로 채웠다.

위기의 시작점은 삼성스포츠단의 운영 주체가 삼성그룹에서 제일기획으로 넘어간 2014년이다. 제일기획은 2014년 수원 삼성과 남녀 프로농구를 편입했다. 2015년 남자 프로배구, 2016년 프로야구까지 삼성의 모든 프로스포츠를 흡수했다.

철학과 기조부터 바뀌었다. 삼성은 고 이건희 회장 시설 '일등주의'를 표방했다. 제일기획으로 컨트롤타워가 이전된 뒤에는 마케팅 고도화를 통한 이익 창출을 모토로 내세웠다. 하지만 구단은 적자구조를 피하려고 긴축재정에 들어갔다. 승강제가 처음 도입된 2013년 수원의 총연봉 90억6742만원이었다. '인건비 1위'를 기록했다. 2015년 87억원대로 줄었다.

투자가 주니 성적도 곤두박질 쳤다. 수원은 2019년 8위, 2020년 8위, 2021년 6위, 2022년 10위로 떨어졌다. 올해는 최하위로 추락, K리그2 무대로 강등됐다. 이 과정에서 수원은 잦은 감독 교체, 팬들과의 소통 단절 등으로 더욱 비난을 받았다.

이날 눈앞에서 수원의 강등을 지켜본 정경호 강원 수석 코치는 "(수원의 강등 상상은) 사실 단 한 번도 없었다.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살아 남았다. 그걸 교훈 삼아서 수원이 리딩 클럽으로서의 자리를 다시 잡을 것으로 생각했다. 올해도 역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수원이란 팀이 떨어진 것은 흥행을 봐서라도 안타까운 일이다. K리그에서 선수로 뛰었고 지도자도 하고, 한 명의 팬으로서 너무나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수원 팬들의 응원, 경기장을 꽉 채운 분위기가 계속 나와야 한다. 중요한 팀, 리딩 클럽이 떨어진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놀랐다.

염 감독 대행은 이날 팬들 앞에서 결국 눈물을 보였다. 그는 "처음 (수원에) 왔을 때와는 일단 스쿼드 차이가 크다. 내가 왔을 때는 이름 있는 선수가 많았다. 구단이 쓰는 예산도 많았다.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열악해 진 것은 사실이다. 선수들은 충분히 열심히 해줬지만, '더 좋은 선수들이 있었다면'이란 생각을 한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원 프로 구단들의 전반적인 하락세에 대해 "투자가 있어야 더 단단해진다. 기존의 선수와 새로운 선수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팀이 더 단단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2010년과 지금은 많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제일 첫 번째는 투자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때 K리그를 호령하던 수원의 K리그2 강등, 이것이 바로 뼈아픈 현실이다.

수원=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