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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겁없는 막내' 김주찬이 부여잡은 수원의 잔류 생명줄…강등 싸움 '끝까지 간다'

윤진만 기자

입력 2023-11-12 16:52

수정 2023-11-1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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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겁없는 막내' 김주찬이 부여잡은 수원의 잔류 생명줄…강등 싸움 …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간절함 넘어 처절함으로 마지막까지.' 12일 매우 중요한 '수원더비'가 열린 수원종합운동장 원정 서포터석에는 수원팬들이 걸어놓은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모기업의 무관심과 구단 프런트의 능력'을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 현수막 중에는 처철하게 잔류를 위해 싸워달라는 당부도 있었다. 염기훈 수원 감독대행은 "P급 지도자 교육을 받으러 가서도 수원 생각 뿐이었다. 선수들에게 우리 것만 하자고 말했다. 부담은 있지만,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인만큼 선수들의 의지가 나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창단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한 수원은 처절함을 주문한 팬들의 메시지에 투쟁심과 역전승으로 응답했다. 그 중심엔 2004년생 막내 김주찬(19)이 있었다. 준비 과정에서 발목을 다친 김주찬이 후반 중반 교체투입될 때까지 경기장에선 많은 이벤트가 벌어졌다. 우선, 전반 14분만에 수원의 일본 미드필더 카즈키가 공과 상관없이 상대팀 김도윤의 얼굴을 가격해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염 대행은 그 순간 "당황했다"고 인정했다. 순식간에 수적열세에 놓인 수원은 엎친데 덮친격으로 전반 30분 코너킥 상황에서 우고 고메스에게 헤더로 선제골을 내줬다. 염 대행과 수원 선수들, 무엇보다 원정석을 가득 메운 수원팬들이 상상조차 하지 않았을 시나리오대로 경기가 흘렀다.

일찌감치 고비가 찾아왔지만, 수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웅크려서 수원FC의 파상공세를 버텨내던 수원은 전반 추가시간 3분 동점골을 낚았다.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골키퍼의 펀칭 실수에서 비롯된 기회를 아코스티가 놓치지 않았다. 기세를 탄 수원은 후반 8분 아코스티의 가슴 패스를 받은 안병준이 골문 좌측 하단을 찌르는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안병준은 무려 5개월의 침묵 끝에 중요한 타이밍에 골을 넣었다. 이후 김주찬이 후반 14분 아코스티를 대신해 교체 투입했다. 역습 상황에서 김주찬의 빠른 발과 득점력을 활용하겠다는 염 대행의 복안이었다.

수원은 김주찬 투입 1분만인 15분 김현에게 헤더로 동점골을 내줬다. 이날 통틀어 24개의 슈팅을 허용할 정도로 끌려가는 경기 양상에서 경기 균형추가 다시 수원FC 쪽으로 기우는가 싶었다. 영웅은 난세에서 탄생하는 법, 김주찬에게 영웅이 될 기회가 곧 찾아왔다. 후반 33분, 뮬리치의 로빙 패스가 수비벽을 넘어 상대 박스 안으로 향했다. 이를 캐치한 김주찬이 빠르게 공을 잡아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이했다. 김주찬은 19살, 프로 1년차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침착했다. 이날 자신의 첫 번째 슈팅이자 유일한 슈팅을 골로 연결했고, 이 골은 결승골로 기록됐다. 김주찬은 원정 서포터석 앞으로 달려가 골 세리머니를 펼쳐 팬들을 더욱 열광케했다. 염 대행은 "어린나이에 저런 결정력과 자신감을 가졌다는 게 대단하다"며 놀라워했고, 김주찬은 "감독님과 형들이 믿어준 덕분"이라고 화답했다. 김주찬은 7월 울산전에서 프로 데뷔골을 넣은 이후 이날까지 5골을 넣었는데, 김주찬이 득점한 5경기에서 수원은 4승1무, 승점 13점을 따냈다. 김주찬이 '승리의 파랑새'인 셈이다. 김주찬은 "팀에선 저한테 '잘하라'고 하기보단 '경기를 즐기고, 하고 싶은 거 하라'고 말해준다. 형들 믿고 자신있게 경기를 하고 있다. 운이 좋게 골을 넣은 것에 대해선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파이널라운드 돌입 후 3경기만에 승리를 따낸 최하위 수원은 승점 29점을 기록, 전날인 11일 대전하나를 꺾은 11위 강원(30점)과의 승점차를 다시 1점으로 좁혔다. 남은 두 경기는 '슈퍼매치 라이벌' 서울(25일), 그리고 강원(12월2일)과의 '단두대 더비'다. 김주찬은 남은 두 경기에서도 죽을 힘을 다해 뛰겠다고 했다. 수원=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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