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은 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2023년 하나원큐 FA컵 준결승전에서 정규시간과 연장 전후반 120분간 1-1로 맞선 가운데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포항은 지난 2013년 FA컵 우승 이후 10년 만에 결승에 진출하는 기쁨을 맛봤다. 반면 창단 첫 FA컵 우승을 노렸던 제주는 19년 만에 결승행에 실패했다. 제주는 전신인 부천SK 시절인 2004년에 FA컵 결승에 올랐으나, 승부차기 끝에 준우승에 머문 바 있다.
반면 4-2-3-1 포메이션 카드를 꺼낸 김기동 포항 감독은 제카를 원톱에 두고 김승대-고영준-김인성을 2선에 배치했다. 한찬희와 김종우를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용한 김 감독은 포백을 박승욱-그랜트-하창래-신광훈으로 구성했다. 골문은 황인재에게 맡겼다.
치열한 중원싸움을 펼치던 양팀에서 좋은 슈팅 기회를 잡은 건 포항이었다. 전반 22분 고영준이 문전으로 배달한 프리킥을 제카가 헤더로 연결한 것을 김인성이 회심의 오른발 논스톱 슛을 날렸지만 크로스바를 넘기고 말았다.
하지만 포항은 후반 14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오른쪽 측면 코너킥을 제카가 헤더로 연결했고, 뒤로 흐른 볼을 김인성이 오른발 논스톱 발리 슛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승부는 연장에 돌입했다. 체력적으로 앞선 건 포항이었다. 연장 전반 내내 포항은 볼점유율을 높이며 제주를 압박했다. 연장 후반에도 경기 양상은 비슷했다. 체력이 떨어진 제주의 공격은 디테일이 떨어졌다. 연장 후반 9분에는 문전에서 이호재가 회심의 헤더를 날렸지만, 제주 골키퍼 김동준의 선방에 막혔다. 연장 후반 13분에는 아크 서클에서 제카가 날린 오른발 슛이 크로스바를 살짝 벗어나 아쉬움을 남겼다.
120분간 혈투는 1-1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결국 승부는 '11m 러시안 룰렛' 승부차기에서 갈렸다. 첫 번째 키커에서 제주가 웃었다. 제주는 정운이 골을 성공시킨 반면 포항은 제카가 김동준의 선방에 막혔다. 두 번째 키커에서도 결과가 엇갈렸다. 제주 키커 임채민의 슛이 크로스바를 넘긴 반면, 포항에선 박찬용이 골을 성공시켰다. 1-1. 세 번째 키커 유리 조나탄과 심상민이 나란히 골을 성공시킨 뒤 네 번째 키커에서 운명이 엇갈렸다. 제주 김오규가 득점에 실패했고, 포항 한찬희는 성공시켰다. 결국 마지막 키커 이호재가 골을 넣으면서 포항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서귀포=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