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감독의 예상을 이호재가 현실로 만들었다. 이호재는 지난 6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제주와의 2023년 하나원큐 K리그1 17라운드 홈 경기에 선발 출전, 0-0으로 팽팽히 맞선 전반 20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지난 3일 광주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골. 중원에서 완델손이 문전으로 연결한 롱패스를 상대 수비수의 머리에 맞고 공중으로 볼이 뜨자 쇄도하며 침착하게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2001년 포항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이호재는 현역시절 레전드였던 아버지 이기형(현 성남 감독)의 아들이란 점 때문에 '축구인 2세'로 유명세를 탔다. 다만 팀 내 위치는 '조커'였다. 후반 중반에 교체투입돼 공격 패턴을 단순하게 가져갈 때 활용됐다. 2년 전 일류첸코가 떠난 뒤 타깃형 스트라이커 부재로 인해 이호재가 주목받을 수 있었지만, 경험이 부족했다. 그래도 올 시즌 개막전에는 교체투입돼 멀티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면서 많이 발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대구FC에서 뛰던 제카가 영입되면서 조커 역할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제카는 전형적인 타깃형은 아니지만, 큰 키에 준수한 공격포인트로 김 감독의 답답함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4-2-3-1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하는 김 감독의 마음 속 원톱 첫 번째 옵션은 '제카'였다.
이호재는 제주전에서 올 시즌 세 번째 선발 출전 기회를 받았다. 타깃형 외국인 공격수 못지 않았다. 1m92의 큰 키를 활용해 공중볼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여기에 활동량과 스피드는 외인 공격수들보다 더 나았다. 게다가 득점 기회가 났을 때 해결까지 해주니 김 감독이 이호재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