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강인, 스테이" 6호 도움&톱10 진입+기립박수+연호 역대급 '이별 파티', 마요르카를 9위로 이끈 이강인 '아름다운' 이적만 남았다

노주환 기자

입력 2023-06-05 05:29

수정 2023-06-05 05:34

more
"강인, 스테이" 6호 도움&톱10 진입+기립박수+연호 역대급 '이별 파…
EPA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이강인, 스테이(Stay)"



스페인 레알 마요르카 팬들이 환상적인 퍼포먼스로 시즌을 마감한 이강인(22)을 향해 연호했다. '제발 마요르카를 떠나지 말아달라'는 간절한 호소처럼 들렸다. 이강인은 스페인 라리가 2022~2023시즌을 통해 완전히 다른 선수로 성장했다. 그는 라요 바예카노와의 리그 홈 최종전에서 6호 도움을 기록하면서 6골-6도움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팀 동료 코페테의 헤더 추가골을 어시스트했다. 마요르카는 바예카노를 3골차로 박살내며 홈 3연승, 리그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무려 11년 만에 라리가 10위 내에 진입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전문가들은 이강인이 한 시즌 만에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됐다고 평가한다. 가장 달라진 건 하체 밸런스와 파워다. 상대의 강한 압박에도 쉽게 넘어지지 않았고, 또 그 프레싱을 풀어냈다. 그는 오랜 스페인 유학으로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었다. 발렌시아 유스 시절부터 그의 개인기량에 대해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았다. 이강인은 2019년 FIFA U-20 월드컵에서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면서 MVP에 뽑혔다. 볼을 다루는 기술은 이미 최고였다. 공을 지키는 능력과 트래핑의 안정감은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그렇지만 꼬리표처럼 달라붙은 단점이 있었다. 볼을 너무 오래 소유하려고 해 팀의 전체 템포를 죽인다는 것과 적극적인 수비 가담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강인의 장점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백전노장' 아기레 감독을 만나자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이강인을 공격적으론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맡겨주었다. 특정 지역에 붙잡아 두지 않고, 이곳저곳을 맘대로 움직이게 했다. 그러자 공격 포인트가 치솟았고, 이강인도 신바람을 냈다. 이번 시즌 15골을 몰아친 주 득점원 무리키와의 호흡도 찰떡이었다. 이강인 스스로도 많이 달라졌다.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공을 빼앗기면 바로 달라붙어 다시 빼앗으려고 했다.

이제 그의 나이 만 22세다. 그동안 이강인은 최고의 재능을 가졌지만 늘 아쉬움이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그는 마요르카에서 이번 시즌을 통해 유럽 최고 수준의 리그에서도 선발로 나가 얼마든지 통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해보였다. 조커가 아닌 선발로 10개 이상의 공격포인트를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 선수가 됐다. 이런 '탈 아시아급' 재능을 '스몰 마켓' 마요르카가 오래 품기에는 그릇이 작은 면이 있다. 이강인을 향한 이적 러브콜이 쏟아지는 건 시장 논리에서 당연하다. 이강인은 이제 더 큰 클럽으로 옮길 모든 준비를 마쳤다. 2021년 8월말 발렌시아에서 FA로 마요르카로 이적해온 이강인과 마요르카의 계약은 2025년 6월말까지다. 2년의 시간이 남았지만 '셀링 클럽' 마요르카 구단은 합당한 이적료를 챙길 가능성이 높다.

마요르카는 5일(한국시각) 스페인 마요르카 에스타디 마요르카 손모이에서 벌어진 라요 바예카노와의 2022~2023시즌 라리가 마지막 홈 경기서 무리키의 결승골과 코페테와 앙헬 로드리게스의 추가골로 3대0 대승을 거뒀다. 홈 3연승을 달린 마요르카는 승점 50점으로 리그 9위로 이번 시즌을 마감했다. 마요르카가 톱10에 들어간 건 2011~2012시즌 이후 처음이다.

마요르카는 5-3-2 전형으로 나섰다. 최전방에 무리키-이강인, 허리에 모를라네스-데 갈라레타-다니 로드리게스, 파이브백에 코스타-코페테-라이요-발젠트-마페오, 골키퍼 로만이 나섰다. 이강인은 최전방과 중원을 자유롭게 오가면서 공격을 풀어냈다. 바예카노는 수비라인을 자기 진영에 두면서 공격과 허리라인에서 압박을 가했다. 강한 전방 압박으로 마요르카의 후방 빌드업을 방해했다. 그러다보니 라인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중원에서 공간이 많이 생겼다. 바예카노는 4-3-1-2 포메이션으로 최전방에 데 토마스-팔라손, 바로 뒷선에 가르시아, 허리에 차바리아-발렌틴-코메사나, 포백에 가르시아-카테나-무민-발리우, 골키퍼 디미트리에브스키가 나섰다.

이강인은 전반 12분 측면에서 환상적인 드리블 돌파를 보여주었다. 좁은 공간에서 양발 드리블로 상대 선수들을 순식간에 따돌렸다. 마요르카는 전반 13분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 들어간 다니 로드리게스의 결정적인 오른발 슈팅이 골대 위로 향했다. 바예카노는 전반 26분 발렌틴의 오른발 감아차기슛이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바예카노의 전반 공격 중 가장 위협적인 장면이었다. 두 팀은 전반전을 0-0으로 마쳤다. 서로 실점을 막기 위해서 수비라인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결과였다. 또 중원에서 강한 압박으로 빌드업이 매끄럽지 않았다. 공격하는 쪽에서 패스 연결이 마지막 슈팅 찬스로까지 깔끔하게 이어지지 못했다. 좀처럼 최종 수비 밸런스가 깨지지 않았다.

마요르카는 후반전에 세 골을 몰아쳤다. '선 수비 후 역습'이 제대로 통했다. 후반 6분 무리키가 결승골(1-0)을 뽑았다. 무리키의 리그 15호골. 다니 로드리게스의 땅볼 크로스를 쇄도한 무리키가 왼발로 차 넣었다. 1-0으로 리드를 잡은 마요르카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안정적으로 수비라인을 유지했다. 밀고 올라오는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게 우선이었다. 다급해진 바예카노는 좀더 적극적으로 공격을 펼쳤다. 바예카노는 후반 20분 차바리아를 빼고 카메요를 조커로 투입했다. 마요르카는 후반 23분 모를라네스를 빼고 앙헬 로드리게스를 투입했다. 마요르카는 후반 25분 이강인의 결정적인 왼발슛이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마요르카 팬들에겐 아쉬움이 큰 장면이었다. 마요르카는 후반 26분 추가골(2-0)을 터트렸다. 코너킥에서 이강인의 왼발 '택배' 크로스를 코페테가 솟구쳐 올라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코페테는 자신의 골을 도와준 이강인과 포옹했다. 이강인의 리그 6호 도움.

다급해진 바예카노는 후반 28분 데 토마스와 발리유를 빼고 조커로 팔카오와 살비 산체스를 투입했다. 마요르카는 후반 32분 무리키와 데 갈라레타를 빼고 대신 조커로 프라츠와 바바를 투입했다. 바예카노는 파상공세를 퍼부었고 반면 마요르카는 전원 수비와 육탄방어로 맞섰다. 마요르카 수문장 로만의 선방도 빛났다. 마요르카는 후반 40분 이강인과 마페오를 빼고 산체스와 곤잘레스를 조커로 투입했다. 기립박수를 보낸 마요르카 팬들은 "이강인"을 연호했다. 이강인은 이번 시즌 종료 후 이적 가능성이 높다. 이적설이 파다하다. 라리가에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베티스, 세비야 등에서 그를 원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EPL에선 애스턴빌라 등에서 이강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후반 추가시간에 앙헬 로드리게스가 쐐기골을 터트린 마요르카가 3대0 대승했다. 홈에서 완벽한 대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둔 마요르카 홈팬들이 열광했다. 경기 종료 후 홈팬들은 "이강인, 스테이(가지마요)"를 연호했다.

스페인 매체 문도 테포르티보는 '전반전에 가장 빛난 선수는 이강인이었다. 여러 구단의 영입 제안으로 마요르카를 떠날 가능성이 있는 이강인은 다양한 기술로 보는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스페인 매체 마요르카디아리오는 '승리로 시즌을 마감했다. 손모이에선 파티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스페인 매체 아스는 '마요르카가 이강인과 데갈라레타의 작별 인사에서 대승을 거뒀다'면서 '이강인은 오늘도 굉장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마요르카의 아이돌이다. 그는 팬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를 마요르카에 잔류시키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 그는 슈팅이 빗나가기는 했지만 멋진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시즌, 마요르카를 훌륭하게 이끈 아기레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이강인의 이적 관련해서 "그를 이제 보내주자. 난 못 잡는다"면서 "팬들이 이강인을 연호했다. 환상적인 장면이었다. 나는 이강인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고, 정말 잘 해주었다"고 농을 섞어 말했다고 스페인 매체 디아리오 데 마요르카, 마르카 등이 전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Copyright sport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