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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7년' 여축의 '메시'로 산다는 것, 그리고 지소연이 계획한 라스트댄스 타이밍[인터뷰]

윤진만 기자

입력 2023-02-14 16:38

수정 2023-02-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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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7년' 여축의 '메시'로 산다는 것, 그리고 지소연이 계획한 라…
사진(밀턴케인스)=윤진만 기자yoonjinman@sportschosun.com

[밀턴케인스(영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12일(한국시각), 영국 레스터에서 열린 레스터시티-토트넘전 취재를 마치고 1시간 남짓 달려 밀턴케인스에 도착했다. 런던 인근 밀턴케인스에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머물고 있다. 축구클럽 MK돈스의 홈구장과 붙어있는 호텔에서 만난 지소연은 "8년 반 동안 런던에서 지냈다. 9개월만에 영국에 왔는데, 제2의 집에 온 것 같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긴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 다시 여기서 뛰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지소연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첼시 레이디스 소속으로 잉글랜드 여자슈퍼리그(WSL)를 누볐다.



지난해 5월 수원FC에 입단한 지소연이 영국을 다시 찾은 건 A매치를 치르기 위해서다. 여자대표팀 친선 4개국 대회인 2023년 아놀드 클라크컵이 17일부터 23일까지 밀턴케인스, 브리스톨, 코번트리 영국 3개 도시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는 잉글랜드(17일), 벨기에(20일), 이탈리아(23일)를 차례로 만난다. 발목이 안 좋은 상태로 합류한 지소연은 "(잉글랜드 핵심 선수이자 첼시 동료였던)밀리 브라이트가 '지(ji), 빨리 와, 보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발목이 조금 좋지 않다고 하자 '네가 뛰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엠마 헤이스(첼시 레이디스) 감독도 경기보러 온다고 한다"고 말했다.

잉글랜드는 지난 두 번의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했고, 유로2022에서 우승한 '떠오르는 강호'다. 지난해 12월 기준 FIFA 랭킹은 4위. FIFA 랭킹에선 한국이 그 다음으로 높은 15위이고, 이탈리아(17위), 벨기에(20위)가 뒤를 잇는다. 지소연은 "여자축구는 FIFA 랭킹 보면 안된다"고 했다. 그는 "잉글랜드와 마지막으로 경기한 게 10년도 더 된 것 같다. 그땐 비등비등했지만, 최근 경기를 보면 깜짝 놀랄거다. 잉글랜드는 최근 26경기 연속 무패라고 들었다"며 "이탈리아, 벨기에도 많이 좋아졌다. 우리 선수들이 붙어보면 바로 느낄 수 있다. 유럽이 한창 시즌 중이고 우린 오프시즌이라는 점, 그리고 세계 축구 흐름을 놓고 보면 잉글랜드-이탈리아-벨기에-한국 순이다. 3전 전패를 면하는 걸 목표로 해야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벨 감독의 시나리오엔 3전 전패는 없다. 벨 감독은 2019년 부임 후 대표팀에 '위닝 멘털리티'를 주입하기 위해 애썼다. 지소연은 "벨 감독은 경기력도 경기력이지만, 지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과거에 중국, 일본, 호주를 만나면 겁부터 먹고 경기장에 들어섰는데, 벨 감독이 오고 나서 겁이 없어졌다. 우리를 좋은 방향으로 잘 이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잉글랜드의 사리나 바이그만 감독은 이번 친선대회를 '월드컵의 완벽한 준비'라고 표현했다. 여자월드컵은 오는 7~8월 호주, 뉴질랜드에서 열린다. 한국은 H조에 속해 콜롬비아, 모로코, 독일을 상대한다. 지소연은 "지난 월드컵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번엔 (성적을 낼 수 있는)좋은 타이밍이다. 4년 전보단 대진이 괜찮다. 콜롬비아만 잘 잡으면 벤투호처럼 우리도 16강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다. 나아가 아시안게임 우승, 올림픽 본선 진출도 이뤄내고 싶다"고 말했다.

혜성같이 등장한 '15세 축구천재'는 A매치 최다경기(142경기), 최다골(65골) 등 거의 모든 개인 기록을 경신한 서른 둘 '리빙 레전드'가 되었다. 지소연은 "대표팀에 너무 오래있었나 보다. 13살 차이가 나는 친구들이 들어온다. 요즘 선수들은 우리 때와 달리 센스 있고 공을 잘 찬다. 다만 헝그리정신이 부족하다. 힘들 때면 (경기력 등이)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럴 때면 내가 강하게 얘기한다. 훈련장에서 내가 입만 열면 '꼰대'가 된다는 걸 알지만, 어쩔 수 없다. 누군가는 나쁜 역할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소연은 평소 '밥 잘 사주는 착한 언니'로 통한다.

지소연은 우상 리오넬 메시(파리생제르맹)가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라스트댄스'를 추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다다음 월드컵 때 내 나이 서른여섯이 된다. 대표팀 20년차가 된다. 그때 '라스트 댄스'를 추면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밀턴케인스(영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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