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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강원의 독수리가 잠실에 떴다! 설렘·감동·아쉬움 만감이 교차했던 하루

윤진만 기자

입력 2021-11-28 19:15

수정 2021-11-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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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의 독수리가 잠실에 떴다! 설렘·감동·아쉬움 만감이 교차했던 하루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지금부터 강원FC의 최용수 감독 사전 기자회견 시작하겠습니다."



'친정' FC서울이 아닌 다른 팀을 이끄는 '독수리'의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지난 16일, 성적부진 등의 이유로 해임된 김병수 전 감독의 뒤를 이어 강원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은 28일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37라운드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강원 팀 버스에서 내려 기자회견실에 들어선 최 감독은 "친정팀을 상대하는 기분이 참 묘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도 그럴것이, 최 감독은 대표적인 '서울맨'이다. 1994년~1996년, 1999년~2000년, 그리고 2006년 서울에서 공격수로 뛰었다. 2011년~2016년, 2018년~2020년, 두 차례 서울을 지휘했다. 최 감독이 국내무대에서 다른 팀에 몸담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임 첫 경기에서 하필 서울과 충돌했다. 잔류싸움 중인 두 팀의 상황이 맞물려 이날 경기는 '독수리더비', '최용수더비'란 이름으로 화제를 모았다. 최 감독은 "승부의 세계는 피할 수 없다. 꼭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누군가 자신이 현역시절 잠실에서 펼친 '광고판 세리머니'를 재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도 득점을 통한 필승 의지가 담겨있었다.

경기 전 서울 안익수 감독과 옛 추억을 떠올리며 긴 시간 담소를 나눈 최 감독은 시작 휘슬이 울린 뒤에는 진지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휘했다. 강원의 엠블럼이 박힌 점퍼를 입고 경기 내내 '테크니컬존(기술지역)'을 떠나지 않았다. 전술은 서울 시절 익히 보던 3-5-2를 빼들었다. 자기지역에 웅크리다 기습적인 침투패스로 역습을 노리는 전략으로 서울을 공략했다. 전반 김대우와 이정협이 두 차례 서울 수비진을 당황시켰다.

아쉽게도 최 감독이 기대하던 광고판 세리머니는 볼 수 없었다. 주도권을 내준 강원은 전반 27분 양한빈에 막힌 김대우의 헤더 정도를 제외하곤 서울의 골문을 위협하지 못했다. 다득점보단 무실점에 초점을 맞춘 두 줄 수비를 선보였다. 최근 2경기에서 7골을 몰아친 서울도 강원의 뒷문을 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루한 흐름 속 경기는 0대0 무승부로 끝났다.

강원은 다이렉트 잔류를 위해선 이날 승점 3점이 필요했다. 하지만 승점 1점을 추가하며 강등 직행은 면했지만, 다이렉트 잔류에도 실패했다. 9승13무15패, 승점 40점을 기록, 10위인 성남(44점)과 승점차가 4점으로 벌어지며 이날 경기를 통해 승강 플레이오프(PO) 진출이 확정됐다. 강원은 내달 8일 대전하나 시티즌과 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르고, 12일 홈에서 2차전을 갖는다. 반면 시즌 도중 감독을 교체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서울(승점 44)은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1부 잔류를 확정했다.

최 감독은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오니 열정이 꿈틀거리고, 승부욕이 생기는 것 같다. 상당히 설레었다"며 1년여만에 현장으로 복귀한 소감을 밝혔다. 이날 관중석에는 최 감독이 현역시절 입은 서울 유니폼이 걸려있었다. 최 감독은 "감동받았다. 서울이라는 구단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그렇지만 지금은 다른 팀의 감독을 맡고 있다. 이제는 강원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강등을 피할 수 있도록 대전과의 승강PO를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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