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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 같았던 '대팍'...불운과 행운이 교차한 대구-수원

최만식 기자

입력 2021-10-24 17:35

수정 2021-10-26 21:51

전쟁터 같았던 '대팍'...불운과 행운이 교차한 대구-수원


[대구=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3년 만의 '파이널A' 복귀의 길은 험난했다. 그래도 험난했지만 운은 따랐고, 다른 한쪽은 잘 가다가 제발을 걸었다. 수원 삼성과 대구FC의 정규리그 최종전이 그랬다.



수원은 24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벌어진 정규리그 최종전 대구FC와의 원정경기서 2대0으로 승리했다. 승점 45점(12승9무12패)를 기록한 수원은 수원FC, 제주와 승점 동률을 이뤘지만 다득점에서 밀려 6위를 확정했다. 수원이 3년 만에 밟아 보는 '윗동네' 무대다.

최근 4경기에서 1무3패로 절대적 열세였던 상황에서 운명의 경기를 잡은 터라 기쁨은 더 컸다. 박건하 수원 감독도 경기 후 "오늘 만큼은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 선수들에게 축하를 전한다"고 말했다.

기쁨은 컸지만 과정은 굴곡의 연속이었다. 수원에 이날 대구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그룹A를 확정한 3위 대구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가 필요했다. 이병근 대구 감독은 "하위팀과의 승점차를 벌리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전력 조건도 비슷했다. 부상 또는 컨디션 부족 이탈자가 많아 베스트 전력을 내지 못했다. 수원은 권창훈 정상빈, 니콜라오가 제외됐고, 대구는 정승원 홍정운이 이탈한 상태였다. 같은 불완전체지만 선수 개별 능력치에서 우위로 평가받는 수원이 기선을 잡을 줄 았았다. 한데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대구가 초반부터 제법 매섭게 몰아쳤다. 세징야-에드가의 투톱을 중심으로 한 공격 전개가 위협적이었다. 전반 볼점유율 54%(대구) 대 46%(수원), 슈팅수 대구 8개(유효 4)-수원 3개(유효 1)의 데이터에서도 잘 나타났다.

전반이 끝난 뒤 기세가 오른 쪽은 홈팬의 압도적 응원까지 등에 업은 대구였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그런데 후반 1분 만에 어이없는 실수가 찬물을 끼얹었다. 대구 골키퍼 최영은이 평범한 코너킥 뜬공을 잡으려다 흘렸고, 앞에 있던 제리치(수원)가 잽싸게 마무리했다. 이른바 '주워먹은' 골이었다. 전반에 수원의 결정적인 찬스를 두 차례 슈퍼세이브로 막았던 최영은이었기에 홈팬들의 충격은 더 컸다.

수원에겐 행운이었다. '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9분, 추가골에 환호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외곽에 있던 강현묵이 세컨드볼을 툭 차올렸고, 공격 가담했던 수비수 헨리가 백헤더를 한 것이 골키퍼 키를 넘어 들어갔다. 이번에도 코너킥 상황이었다. 정교한 패턴으로 만든 골이 아니어서 대구의 사기저하는 컸고, 그만큼 수원은 기가 살았다.

'극과 극' 감정 상태에서 계속된 경기, 예견된 듯 양 팀은 거칠어졌다. 과도한 몸싸움으로 쓰러지는 장면이 속출했다. 28분에는 정치인과 헨 리가 서로 멱살을 잡으며 충돌해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판정도 오락가락 하거나 애매한 판단을 내리는 바람에 경기장 분위기가 과열되기도 했다. 결국 종료 휘슬이 울린 뒤 '대팍'에 맴돈 것은 그들(수원)만의 환호를 뒤덮은 다수의 탄식이었다. 대구=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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