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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 날 없는 FC서울…팬과의 소통도 후퇴 도마에 올라

최만식 기자

입력 2020-08-05 05:30

바람 잘 날 없는 FC서울…팬과의 소통도 후퇴 도마에 올라
FC서울 구단 홈페이지 소셜게시판의 '비포어' '애프터'. 2019년 초 해당 게시판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위)이었으나 현재는 회원가입 후 로그인을 해야 입장할 수 있다. 구단 홈페이지 캡처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FC서울이 팬과의 소통에서도 후퇴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최용수 감독 사퇴 과정에서 현장과의 소통에 문제점을 드러낸 가운데 외부와의 소통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사랑은 한국프로축구 발전의 가장 큰 근간이며, 프로스포츠는 팬들의 사랑 없이는 결코 성장할 수 없습니다.' 엄태진 FC서울 사장이 구단 홈페이지에 올린 인사말의 한 대목이다.

여기서는 팬들의 사랑과 관심을 갈구했지만 정작 홈페이지 여론 공간 운영에서는 오해받을 일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한 독자가 스포츠조선에 제보 이메일을 보내왔다. FC서울 홈페이지의 팬게시판이 공개에서 비공개로 전환됐는데 그 시점과 의도에 의혹이 제기된다는 내용이었다.

스포츠조선이 확인한 결과 일리가 있는 주장이었다. FC서울은 홈페이지 '소셜게시판'이라는 코너를 통해 팬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장을 운영하고 있다.

게시판 특성상 구단, 선수단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응원하는 격려문 등 갖가지 내용의 글이 올라온다. '소셜게시판'은 작년부터 접근 방식이 변경됐다.

홈페이지 회원가입 후 로그인을 해야만 게시판의 게재글을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종전에는 로그인을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게시된 글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로그인 인증을 거치지 않으면 '소셜게시판' 입장이 원천 차단된다.

팬들 입장에서는 입장 관문이 더 늘어난 셈이다. 한 서울 팬은 "로그인 절차가 아무것도 아닌 듯해도 클릭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곳을 단계를 거치도록 하면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비회원인 경우 신규 회원가입 절차까지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팬들의 '불편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오비이락'이라고. 개편한 시점이 애매했다. FC서울이 '소셜게시판' 운영정책을 변경한 것은 2019년 8월 초. 당시 FC서울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이른바 '제로 영(0)입'을 하는 바람에 팬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팬들의 반발이 컸던 이유는 2019년시즌 개막 이전에도 선수보강에 열의를 보이지 않았던 기억이 소환됐기 때문이다. 2019년 1월 당시 '소셜게시판'에는 구단의 무성의를 성토하는 글이 들끓었고 '엄태진 아웃' 태그 확산 운동이 전개되기도 했다. 2018년의 아픔을 거울 삼아 '명가재건'을 다짐했던 구단의 약속과 배치되는 행보였기에 팬들은 더 화가 났었다. 이후 팀이 상위권 성적으로 약진하면서 성난 민심은 잠잠해졌다.

그러다가 7월말 여름 이적시장이 마감되면서 '제로영입'이 나오자 '팬심'은 다시 술렁거렸다. 공교롭게도 팬들 사이에서 '엄태진 아웃' 태그가 다시 등장할 시기에 '소셜게시판'이 로그인으로 전환됐다.

제보자는 "구단 최고위층에 대한 비판이 대외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불편했거나 누군가 눈치보느라 이런 퇴보적인 조치가 나온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FC서울 구단은 "오해"라고 선을 그었다. 구단 측은 "8월에 홈페이지를 전면적으로 개편했다. Q&A 코너를 통해 의견수렴 공간을 전문화하고 넓히는 등 팬 서비스를 오히려 강화했다"면서 "개편 과정에서 게시판뿐 아니라 상품구입 등 홈페이지 모든 서비스를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도록 통일한 것이지 게시판 접근을 불편하게 할 의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북 현대(자유토론장), 울산 현대(자유게시판), 부산 아이파크(팬들의 창), 대구FC(응원마당) 등 대부분 다른 구단들은 로그인 입장이 아닌, 완전 열린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과거 게시판 운영을 비공개로 전환하려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는 한 프로농구단 관계자는 "우리도 악성 댓글이 심해서 고민한 적이 있었지만 구단이 욕먹을 행동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팬들의 비판을 겸허하게 경청하는 것도 소통이자 프로구단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FC서울 구단은 "회원가입을 누구나 할 수 있고, 로그인도 복잡한 절차가 아니다.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덧붙여 당부했다. 여기에 팬들은 다시 묻는다. '별 의미가 없는 것이라면 뭣하러 굳이 열려있던 문을 다시 닫았는가.'

로그인으로 전환했어도 지금 '소셜게시판'에는 비판 여론이 주를 이루고 있다. 팬과의 소통에서도 자꾸 후퇴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과거의 '명가' FC서울이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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