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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팍이 부른 전용구장 열풍, 핵심은 '어떻게'다

박찬준 기자

입력 2019-10-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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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팍이 부른 전용구장 열풍, 핵심은 '어떻게'다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올 시즌 K리그 최고의 히트상품은 단연 '대팍'이다.



대구는 올 시즌을 앞두고 1만2000여명을 수용하는 전용구장 DGB대구은행파크를 오픈했다. 3월9일 제주와의 개장 경기부터 매진 사례를 이루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더니, 대박 행보를 펼쳤다. 아담한 사이즈에, 선수들의 숨소리까지 느껴지는 전용구장 특유의 매력, 여기에 경기 전 화려한 LED쇼, 알루미늄 바닥을 발로 구르며 펼치는 응원 등이 입소문을 타며 관중들을 불러모았다. 콘서트에서나 볼 수 있는 예매 전쟁이 펼쳐질 정도다. 7번의 매진을 비롯해 대구의 올 시즌 평균 유료관중은 1만576명에 달한다. 지난 시즌 3518명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대구는 대팍 효과 속 경기력까지 상승곡선을 그리며 단숨에 인기구단으로 떠올랐다.

덕분에 주변 상권까지 살아났다. 이 일대는 삼성 라이온즈가 새구장을 지어 떠나며 침체됐었다. 다시 활기를 찾았다. 인근 대형 마트들은 경기 전 식음료 구매를, 경기 후에는 쇼핑을 위해 찾는 축구팬들과 연계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경기장 내 상업시설이 빠르게 자리잡으며 새로운 상권도 구축됐다. DGB대구은행파크는 구도심 재생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자리잡으며, 도시 계획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냈다.

대팍이 뿜어내는 젊고, 활기찬 이미지는 보수적인 대구의 이미지까지 바꿨다. 축구가 도시 전체를 바꿨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대구의 성공사례는 전용구장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광주가 이 대열에 동참할 준비를 마쳤다. 광주는 월드컵경기장 옆 보조경기장을 보수해 전용구장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내년 시즌 오픈을 목표로, 공정률은 63%에 달한다. K리그1 승격을 확정지은 광주는 전용구장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광주뿐만 아니다. 전용구장 건설 계획을 갖고 있거나 검토중인 지역만해도 7곳에 달한다. 제주, 안양, 안산, 부천, 부산, 강원, 성남 등이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대부분 대구의 사례를 들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K리그팀들은 대부분 월드컵경기장과 종합운동장을 홈구장으로 쓴다. 5만~6만에 달하는 관중석은 한국 프로스포츠의 규모를 감안하면 감당하기 힘든 규모인게 사실이다. 1만여명을 모아도 썰렁한 모습, K리그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그림이었다. 현실적 규모의 대팍은 매경기 관중들이 꽉 들어찬 모습을 만들었고, 다른 팬들도 '저 경기장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했다. 식당 앞에 줄을 서면 더 맛있어 보이는 효과와 같다. 더 많은 전용구장은 K리그 흥행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전용구장을 원하는 많은 지자체들이 고민할 부분이 있다. 바로 '어떻게 지을 것인가'다. '대팍'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디테일이었다. 건설 단계부터 '즐길 수 있는 경기장'이라는 확실한 콘셉트를 앞세워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장치를 요소요소에 심어놓았다. 특히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바로 '지붕'이었다. 조광래 대표이사가 그토록 강조하던 부분이기도 하다. 조 대표이사는 건설비 상승으로 반대하던 시를 설득해 대팍에 지붕을 세웠다. 지붕의 효과는 한둘이 아니다. 빗속에서도 팬들이 축구를 즐기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음이 바깥으로 새나가지 않게 하고, 분위기를 그라운드에 집중시킬 수 있게 한다.

아쉽게도 광주의 전용구장은 이 부분이 간과돼 있다. 많은 축구인들은 지붕을 원하고 있지만, 시는 예산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자칫하면 돈을 쓰고도, 투자한만큼의 지지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다른 지자체 역시 비슷하다. 고민이 '짓느냐 마느냐'에 머무르며, 어떤 형태가 될지에 대한 청사진이 부족하다. 다시 말하지만 성공의 핵심은 '어떻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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