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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2 자체중계 추억의 캐스터를 소환한 이유

최만식 기자

입력 2019-04-18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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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2 자체중계 추억의 캐스터를 소환한 이유
송재익 캐스터.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추억을 소환하라.'



"10년 이상 마이크를 놓았다가 다시 잡았는데 설레면서도 두려움이 더 앞서네요. 그래도 축구팬들을 위한 재능기부라 하니 동참하게 됐습니다."

방송사 스포츠 전문 기자·아나운서 출신 한종희 빅터IND 사장(61)은 축구 중계 캐스터로 복귀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한 사장은 MBC와 SBS에서 33년간 스포츠 취재부, 보도본부 등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2015년 배드민턴 전문 브랜드 빅터코리아에 영입돼 기업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역 시절 기자 업무와 함께 배드민턴, 축구, 골프 등 방송 중계 캐스터로 활동해 이른바 '올드팬'에겐 친숙하다. 그가 방송에 복귀한 것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간곡한 요청 때문이었다.

연맹은 올해부터 K리그2 자체 중계를 선보이고 있다. 일명 'K리그 프로덕션'을 만들어 40명의 자체 중계 인력과 장비를 확보한 뒤 K리그2 경기를 소개한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K리그2를 활성화하고 축구팬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자체 중계 인력을 보강하는 과정에서 영입된 인물이 한 사장이다. 한 사장은 빅터 대표를 맡고 있어 한사코 고사했지만 '재능기부'라는 연맹의 설득에 더 고집부릴 수 없었단다. 주로 주말 공휴일 방송이니 회사 업무에도 큰 지장이 없었다.

한 사장과 함께 이번에 영입된 인물로는 송재익 캐스터(77)가 있다. 송 캐스터 역시 1970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 1998년 정년 퇴직 후 SBS 프리랜서로 일하는 등 39년간 스포츠 전문 방송인으로 활동했다. 한 사장과 마찬가지로 현장을 떠난 지 10년 만에 마이크를 잡았다.

연맹이 중장년층에게 익숙한 목소리, 얼굴을 영입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추억 소환'을 통한 틈새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다. K리그 프로덕션팀이 자체 중계 계획을 놓고 고심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관심도가 약한 K리그2를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주요 화두였다.

데이터 분석을 해봤다. K리그2가 열리는 주말 낮시간대에 중계방송을 시청할 사람은 누가 있을까. 이른바 요즘 젊은 세대는 그 시간 TV 앞에 거의 없다. 젊은 세대 중 골수 축구팬이라도 새벽에 유럽 축구리그 경기를 보거나 게임, 모바일에 열중하는 게 대부분이다. 차라리 중장년층을 유효 시청자로 공략하는 게 낫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들을 위한 맞춤형 중계진 편성이 필요했다. 왕성하게 활동하는 젊은 캐스터들이 많지만 중장년층 입맛에는 사실 별로다. 이른바 올드 축구팬들은 요즘 달라진 축구 중계 용어에도 친근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연맹의 판단이었다.

예를 들어 '헤더'보다 '헤딩'이, '크로스'보다 '센터링'이 더 익숙하다. 젊은 세대는 '헤딩', '센터링' 같은 말이 일본식 표현, '콩글리시'라고 촌스러워할지 모른다. 하지만 무슨 외래어 표기법 시험보는 것도 아니고, '빌드업'이란 말도 생소하다는 올드팬에게는 오히려 향수를 자극할 수 있다.

그래서 추억 속에서 조용히 지내던 한종희, 송재익 캐스터를 소환한 것이다.

10년간 현장을 떠났더라도 30여년간 쌓아온 몸에 깊숙하게 밴 내공은 쉽게 빠지지 않는 모양이다. "친숙한 목소리, 안정된 진행으로 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게 연맹의 설명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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