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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스토리]끝내 AC 못 품은 기성용, '캡틴의 한' 후배들 몫으로 남았다

박찬준 기자

입력 2019-01-2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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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AC 못 품은 기성용, '캡틴의 한' 후배들 몫으로 남았다
한국과 필리핀의 2019 아시안컵 조별예선 1차전 경기가 7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기성용이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두바이(아랍에미리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1.07/

[두바이(아랍에미리트)=박찬준 기자]기성용(뉴캐슬)은 당초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벗으려 했다.



한국나이로 30세, 예전 같지 않은 체력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강행군을 펼친 탓에 몸상태는 날이 갈수록 좋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주전 경쟁만으로도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그였다. 100% 헌신할 수 없다면 대표팀을 떠나는 것이 맞다는 것이 기성용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기성용은 가슴의 태극마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9월 새롭게 부임한 파울루 벤투 감독과 면담 끝에 생각을 바꿨다. 벤투 감독은 새롭게 꾸릴 대표팀에 기성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성용도 벤투 감독 체제가 자리를 잡을때까지 대표팀에 더 헌신하기로 했다. 한 가지의 이유가 더 있었다. 아시안컵이었다.

기성용에게 아시안컵은 아쉬움이었다. 앞서 참가한 두 대회에서 모두 우승컵을 눈 앞에 두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첫 아시안컵이었던 2011년 카타르 대회 땐 4강에서 숙적 일본에 발목을 잡혔다. 4년 전 호주 대회는 더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결승까지 진출했지만, 연장전 끝에 패했다. 특히 선제골은 기성용의 아쉬운 수비가 빌미가 됐다.

동메달(2011년), 은메달(2015년)을 가진 기성용의 마지막 목표는 금메달이었다. 그 어느때보다 강력한 전력으로 나서는 이번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아시안컵은 그 한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기성용은 아시아축구연맹(AFC)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 이번 대회만큼은 무언가를 얻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그의 꿈은 허망하게 마무리 됐다. 끝내 부상을 넘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는 20일(한국시각) '기성용이 부상으로 중도 낙마한다'고 발표했다. 기성용은 필리핀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오른 햄스트링을 다쳤다. 정밀 검사 결과 미세 근육 손상으로 밝혀졌다. 일주일 정도면 복귀가 가능하다는 소견이었다. 가슴을 쓸어내린 기성용은 휴식 후 곧바로 재활에 나섰다. 키르기스스탄, 중국전에 나서지 못한 기성용은 프로그램에 따라 복귀를 준비했다.

13일 러닝에 이어, 14일에는 축구화를 신고 그라운드 훈련에 나섰다. 18일에는 정상 훈련에 합류했다. 킥까지 하며, 빠르면 22일 펼쳐지는 바레인과의 16강전 출전도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정상 훈련 도중, 다시 통증을 느꼈다. 다시금 검사를 진행했고, 부상 회복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대회 종료까지 복귀가 어려워졌다. 결국 기성용은 21일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그는 자신의 SNS에 "하느님 감사합니다. 마침내 끝났습니다(THANK GOD IT'S FINALLY OVER)"라는 글을 남겼다. 기성용의 생애 마지막 아시안컵도 그렇게 끝이 났다.

기성용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였다. 기성용은 팀의 리더이자 중원의 핵심이었다. 2008년 9월 요르단과의 친선경기를 통해 A대표팀에 데뷔한 기성용은 10년 넘게 대표팀을 지탱해왔다. 기성용의 이탈은 벤투호의 큰 악재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수는 없다. 기성용은 그렇게 떠났지만, 한국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벤투호는 조금씩 '포스트 기성용' 시대를 준비해왔다. 기성용의 왼팔에 둘러져 있던 주장 완장은 손흥민(토트넘)에게 넘어갔고, 기성용의 자리에는 황인범(대전)이라는 새싹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기성용이 끝내 들지 못한 아시안컵의 한은 이제 온전히 후배들의 몫이다. 기성용을 위한 금메달, 59년만의 아시안컵을 들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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