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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인터뷰]'U23 공격포인트 1위'울산 한승규,영플레이어상의 자격

전영지 기자

입력 2018-10-2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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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3 공격포인트 1위'울산 한승규,영플레이어상의 자격
그래픽=문성원 기자 moon@sportschosun.com

"영플레이어상? 받고 싶죠. 무조건! 울산을 위해 꼭 받고 싶습니다."



화끈한 뒷심으로 울산의 무패행진을 이끌고 있는 당찬 스물두 살 공격수 한승규(울산 현대)가 영플레이어상에 대한 속내를 처음으로 드러냈다.

20일 K리그1 33라운드, 강원과의 정규리그 마지막 홈경기에서 후반 교체투입된 한승규는 후반 18분, 박용우의 선제결승골, 후반 31분 주니오의 쐐기골을 모두 도우며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달 29일 수원전(2대2무) 멀티골, 7일 전북전(2대2무) 동점골에 이어 이날 2도움까지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최근 3경기에서 3골 2도움의 괴력을 보여주며, 올시즌 26경기 5골 5도움, 23세 이하 선수 공격포인트 1위를 기록했다. 2018시즌 K리그1 그라운드를 누비는 23세 이하 선수 가운데 유일한 두자릿 수 공격포인트다.

▶아시안게임 탈락, 시련은 약이 됐다

'영플레이어' 한승규가 반짝반짝 빛나는 이유는 비단 두자릿수 포인트 때문만은 아니다. 그를 빛나게 하는 것은 나이와 무관하게 축구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 시련에 무릎 꿇지 않는 청춘의 패기, 바닥을 보란듯이 치고 오르는 강인한 근성이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에 울산 한승규의 이름은 없었다. 언남고-연세대-울산 입단까지 줄곧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고, 아시안게임 직전까지 모든 소집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한승규에게 닥친 첫 좌절이었다. 아시안게임은 그 또래 공 좀 찬다는 1996년생 축구 청춘들의 오랜 꿈이었다. 김민재, 황희찬, 황인범, 장윤호 등 함께 꿈을 키운 동료들이 자카르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호하던 여름날, 한승규는 폭염속 울산의 그라운드에서 눈물같은 땀을 흘렸다. 힘들지 않았느냐는 우문에 한승규는 "내 축구는 끝난 게 아니니까요"라고 씩씩하게 답했다.

리그 후반기 한승규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전반기의 실수를 냉정하게 돌아봤고, 후반기를 누구보다 치열하게 준비했다. 한승규는 "독을 품었다"고 했다.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두 부류가 있다. 포기하고 더 떨어지는 사람과 오히려 한발 치고 올라가는 사람…, 내게는 떨어진 게 약이 됐다. 전반기 경기력에 기복이 있었고, 마음이 앞서서 조급했다. 아시안게임 탈락 후 많은 위로와 격려 문자를 받았다. 김도훈 감독님도 많이 응원해주셨다. 한편으로는 독을 품었다. 금메달도 좋았겠지만, 금메달을 따고 와서 K리그에서 지금같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내게는 정말 좋은 약이 됐다."

▶5골 5도움, 패기만만 강팀 킬러

올시즌 그는 강팀 킬러다. 5골 중 2골은 서울, 2골은 수원, 1골은 전북의 골망을 흔들었다. 강팀을 상대로 결코 주눅들지 않는다. 한승규는 패기만만했다. "상대가 내려서는 경기보다 공격끼리 서로 치고 받는 경기가 더 좋다. 그런 면에서 남은 상위 스플릿 5경기는 더욱 기대된다"고 했다. "특히 경남을 꼭 잡고 싶다. 올시즌 3무다. 마지막 대결에서는 꼭 승리하고, 2위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숙적' 수원과의 FA컵 준결승전도 반겼다. "준결승에서 빨리 만나는 게 낫다. ACL 8강에서 정말 아쉽게 졌다. 빨리 만나고 싶다. 우리 안방이니 자신 있다. 꼭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한승규는 남은 5경기에서 골, 도움 가리지 않고 공격포인트 3개 이상을 목표 삼았다. "주니오 바로 아래 포지션이기 때문에 주니오에게 찬스를 만들어주고, 그러다 찬스가 오면 골도 넣고… 그래도 골보다는 도움을 많이 하고 싶다"며 웃었다. "주니오가 내 도움을 받고 득점왕이 되면 정말 좋겠다"고 했다. 한승규의 5도움 중 무려 4개가 리그 득점 3위 주니오(19골)를 향했다. 강원전 후반에도 주니오와의 눈빛 호흡이 통했다. "주니오가 후반에 강원 미드필드 간격이 벌어져 공간이 생기니 '네가 치고 들어가, 그럼 내가 뛸게'라고 하더라. 약속한 플레이가 골로 이어져서 정말 기뻤다"고 했다. "감독님이 후반 첫 선택으로 저를 투입하셨는데 꼭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뻤다."

▶영플레이어상의 자격

그라운드 안팎에서 씩씩하고 싹싹한 프로 2년차 한승규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막내다. 영플레이어상을 향한 울산 동료들의 지지는 절대적이다. 4도움을 제공한 한승규에게 밥을 쏘기로 약속한 '주니오 형'은 "승규에겐 칭찬 외엔 할말이 없다. 소통이 정말 잘된다. 나이는 어리지만 모든 걸 갖췄다. 미래가 밝은 선수다. 영플레이어상 자격이 충분하다. 꼭 국가대표에 뽑혀서 내게 국대 유니폼을 선물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승규는 내 친동생"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표한 '절친' 박용우 역시 "올시즌 영플레이어들 중 리그에서 임팩트 있는 선수는 오직 승규뿐"이라며 무한 지지의 뜻을 표했다. "상위팀 중 23세 이하 선수가 승규처럼 핵심전력인 경우가 없다. 승규는 울산의 핵심선수다. 포인트, 경기력 모든 면에서 빠지지 않는 좋은 선수다. 영플레이어상은 당연히 승규가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3년 영플레이어상 제정 이후 울산은 단 한번도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울산 출신 신인상 수상자도 2002년 이천수가 마지막이다. 한승규는 "울산 출신 신인상 수상자가 많지 않다고 들었다. 울산이 배출한 첫 영플레이어상 수상자가 된다면 정말 영광스러울 것같다"며 눈을 빛냈다.

영플레이어상의 최대 라이벌은 '1년 후배' 전북 골키퍼 송범근(21)이다. 한승규는 "전북이 우승해서 유리한 면이 있겠지만, 우리 울산도 K리그에서 잘하고 있고, 올시즌 K리그에서 쉼없이 뛰어왔으니까, 상위스플릿에서 포인트를 더 쌓고 계속 승리한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후배 송범근을 향한 농반진반, 패기만만한 도발도 잊지 않았다. "범근이가 참 좋은 선수이긴 하지만… '아직 너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형이 받는다'고…. 하하."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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