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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소리없이 사라질 뻔한 '오른발 스페셜리스트' 최종환 "결승골에 가족 울음바다"

김진회 기자

입력 2017-06-27 19:16

소리없이 사라질 뻔한 '오른발 스페셜리스트' 최종환 "결승골에 가족 울음…
최종환.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수많은 축구선수들이 '스타'를 꿈꾼다. 그러나 프로선수가 되고, 특히 태극마크를 다는 건 사막에서 바늘찾기 만큼 힘들다. 2006년 부천 정명고를 졸업한 인천의 측면 수비수 최종환(30)의 축구 인생도 끝내 빛을 보지 못하고 슬며시 사라진 숱한 선수들처럼 위기에 봉착했다. 부산 부경대에 입학한 뒤 1년 만에 스스로 학교를 나왔다. 잔부상에 시달렸다. 사실 축구에 미련이 없었다. 그는 "당시에는 '내 길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하지만 최종환의 재능을 아쉽게 여긴 지인이 다시 용기를 불어넣었다. 이후 그는 2007년 내셔널리그 울산현대미포조선 테스트 선수로 축구인생을 이어갔다. 최종환은 "3년간 뛰다 최현태 등 대학 4학년을 마친 또래 선수들과 함께 2010년 K리그 신인 드래프를 통해 FC서울 유니폼을 입었다"고 말했다.

프로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2010년에는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그러다 2011년 초반 최용수 감독대행 시절부터 출전 기회가 주어졌다. 2012년 인천으로 둥지를 옮긴 그는 이기형 신임 감독을 만난 2017년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최종환은 지난 6년간 프로에서 5골을 터뜨렸다. 수비수이고 세트피스 상황에 가담해 헤딩을 할 만큼 장신도 아니었기 때문에 골을 넣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벌써 두 골이나 넣었다. 모두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최종환은 "지난달 7일 강원전을 앞두고 감독님께서 나에게 페널티박스 주변 프리킥 상황이 발생했을 때 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고 했다. 오른발 킥에 대해선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 자신감은 지난 24일 울산전 결승골로 이어졌다. 1-1로 팽팽히 맞서던 후반 34분 아크 서클 왼쪽에서 날린 오른발 프리킥이 왼쪽 골대 사각지점으로 빨려 들어갔다. 최종환은 "상대 스크럼이 멀어보이고 골대가 커 보이더라. 그래서 프리킥을 준비하던 김동석에게 '나를 믿어보라'고 말했다"며 웃었다.

'오른발 스페셜리스트' 최종환의 킥력은 노력에 의한 산물이다. 그는 "상무 시절 나만의 특별함을 갖추기 위해 오른발 킥을 연마했었다. 그것이 이제서야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종환은 자신의 발로 팀의 시즌 2승을 이끈 뒤 집에 들어서자 마자 눈물을 주루룩 흘렸다. 2013년 백년가약을 맺은 아내가 남편을 보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종환은 "아내가 고생이 많았다. 성적이 좋지 않을 때마다 내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심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힘겨웠던 과거를 딛고 어느 덧 고참이 된 최종환. 그는 이윤표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선수다. 최종환은 "후배들을 잘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도 강하게 느낀다. 긍정적인 성격을 살려 밝은 에너지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목표는 두 가지다. 인천의 클래식 잔류와 장수하는 선수가 되는 것. 최종환은 "꼴찌였을 때에도 팀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울산전 승리로 반전된 분위기를 계속 살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몸이 허락한다면 오래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최종환은 27일 프로축구연맹이 선정한 클래식 16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뽑히기도 했다. 한편, 부산 모라이스는 챌린지 18라운드 MVP에 이름을 올렸다. 모라이스는 26일 안산과의 원정 경기에서 전반 30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팀의 3대0 완승을 이끈 바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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