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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지의'아마도그건']RUN&LEARN,여학생체육 희망을 봤다

전영지 기자

입력 2015-09-16 18:14

수정 2015-09-17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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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LEARN,여학생체육 희망을 봤다
스포츠조선 여학생 체육 활성화-RUN&LEARN' 포럼(스포츠조선-대한체육회 주최, 교육부 후원)이 15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렸다. 포럼 후 양평 용문중 참가 학생들이 함께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9.15/

스포츠조선 '여학생 체육 활성화-런앤런' 포럼을 앞두고 송파, 강동 지역 학부모님들을 만났습니다. 여학생 체육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포럼에 자녀들과 함께 참석하면 좋겠다"고 권유했습니다. 교육부가 체험학습을 권장하고, 교외체험학습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곁들였습니다. 그러나 딸들의 체육에 대한 현장 학부모 반응은 냉랭했습니다. "학원을 가야 한다" "중간고사가 앞당겨졌다" "봉사점수를 주면 갈 텐데…."



스포츠조선은 '여학생 체육 활성화' 포럼의 타깃을 처음부터 학부모와 여학생들로 정했습니다. '교실에서 똑똑한 여학생들이 운동장에서도 당당하게 달려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 정부, 국회, 체육계의 공감대는 확실했지만, 막상 학교 현장의 모든 프로세스는 '국영수'와 입시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결국엔 교육의 주체인 여학생들과 부모님의 변화, 체육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눈앞의 입시에 도움이 안되는 과목, 봉사점수로 인정받을 수 없는 활동으로 학부모들을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포럼 당일인 15일, 올림픽파크텔 올림피아홀 400석의 객석이 거짓말처럼 꽉 들어찼습니다. 고개를 저었던 송파, 강동 지역 학부모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40~50명의 어머니들이 조용히 객석을 메웠습니다. 가락고, 세륜중 등 인근 학교는 물론, 양평 용문중학교에선 80명의 여학생과 학부모들이 45인승 버스 2대에 나눠타고 달려왔습니다. 여학생들의 눈빛은 기대감으로 가득했습니다.

정부, 국회, 체육단체 등 주요 내빈들도 자리했습니다. 국정감사로 눈코뜰새없이 바쁜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은 "많은 여학생들이 학교체육에서 소외돼 왔다. 차별받던 여학생 체육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선진국으로 들어설 마음의 준비가 됐다는 뜻이다. 나도 두 딸의 아버지"라며 응원했습니다. 해외출장중인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은 해외 국정감사를 앞두고 미리 영상으로 응원 메시지를 보냈고,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 역시 행정안전위 국감 중 짬을 내 실시간 축사 영상을 보냈습니다. 윤덕여 여자축구대표팀 감독도 현장을 '깜짝 방문'했습니다. '여학생 체육 활성화를 응원합니다'라는 화환으로 지지를 표했습니다. 여학생 체육 활성화,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는 명제에 깊은 공감을 나타냈습니다.

여자축구 스포츠클럽 가락고 '발모아'의 볼 트래핑, 치어리딩 스포츠 클럽 청량고 '스파크'의 아찔한 스턴트에 여학생들이 환호했습니다. 한번의 무대를 위해 일주일을 연습했답니다. 프로만큼 능숙하지 않아도, 서툴지만 서로의 손을 잡고, 서로 눈을 맞추는 모습은 아름다웠습니다.

'운동 좀 하는 여자' 김민아 아나운서의 반전 스토리, '운동 선배' 이화여대 국제학부 장은영양의 '넷볼 이야기', 장미란 장미란재단 이사장의 '스포츠 멘토링'에 학부모들이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매 톱5' 장미란 이사장이 여학생들에게 하체를 예뻐지게 하는 운동법을 직접 가르쳤습니다. 여학생들의 사인 공세에 일일이 응했고, 하이파이브도 해주었죠.

학교 현장 교사, 교장, 학생은 물론 대학, 대기업, 정부 관계자들도 여학생 체육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임성철 좋은체육수업나눔연구회장의 "여학생이 행복한 체육시간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체육시수가 늘어야 한다"는 말에 현장 여중생들의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김환길 가락고 교장은 "인문계 고등학교의 현실을 고민하다 찾은 내 결론은 바로 학교체육 활성화"라며 교내 축구 풀리그, 가락고 '발모아'의 성공사례 등을 소개했습니다. '발모아' 백수현양은 "운동을 열심히 하는 내게 많은 이들이 '체대 갈 거냐'고 묻는다. 운동하면 체대 간다는 고정관념을 바꿨으면 좋겠다. 나는 좋아서 운동한다"며 또랑또랑 자신의 의견을 발표했습니다. "학교 스포츠 활동, 운동을 통한 장점들을 학생부 종합전형 등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가치를 더 많이 알려달라. 운동의 가치가 우리들만의 이야기, '찻잔속의 폭풍'으로 그치지 않게 밖으로 더 알려달라." 조남기 숙명여대 입학처장의 말은 인상적이었습니다. 허태열 GS건설 상무는 "기업에서 면접할 때 어떤 운동을 좋아하는지, 얼마나 즐기고 잘하는지를 물어본다. 우리의 인재상이 꼭 운동 잘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운동도 잘하는 사람을 원한다"며 스포츠 여성인재에 대한 지지를 표했습니다. 김승겸 교육부 인성체육예술교육과 교육연구관, 이동희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진흥과 사무관은 정부의 노력을 약속했습니다.

좌장인 김경숙 이화여대 건강과학대학장은 "2003년 미국의 금융회사 오펜하이머에서 미국을 이끄는 여성경영인 2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무려 82%인 176명이 학창시절 운동 팀에서 활약했다. 스포츠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리더십, 판단력은 물론 존중과 배려, 희생과 헌신, 끈기와 인내를 배우고, 결과에 승복하는 법도 배운다"며 여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변화를 역설했습니다. "무엇보다 오늘 모이신 학부모님, 여학생들의 결심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건강한 딸들이 건강한 엄마가 되고, 건강한 리더가 됩니다."

포럼 후 가락고 학부모 조유진씨는 "큰 기대없이 포럼에 참석했는데, 많은 걸 느꼈다"고 합니다. "우리 둘째딸이 공부를 꽤 잘하는데 체력이 부족하다. 공부도 결국은 체력 싸움인데, 어제 포럼을 다녀와서 우리 딸에게 운동을 시켜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하시더군요. 정말 고마운 한마디였습니다. 단 한분의 어머니, 단 한명의 여학생이라도 그런 결심을 하고 돌아갔다면 저희 포럼은 성공입니다.

학부모들의 작은 변화가 여학생 체육을 바꿉니다. 가락고 백수현양의 "여학생들도 운동을 좋아한다. 우리가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은 자의가 아니라 타의다"라는 말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입시 제도, 사회적 인식, 인프라, 프로그램, 인적자원의 지원 등 어른들이 해줘야 할 일이 많습니다. 우리는 현장에서 실낱같은, 하지만 분명한 가능성과 희망을 봤습니다. '학원 입시설명회' '자사고 진학 설명회'처럼 여학생들의 체육을 논의하는 포럼에도 수백, 수천명의 학부모가 번호표를 받고, 긴줄을 늘어설 날을 꿈꿉니다. 궁극적으로는 '운동하는 여학생'이 '공부하는 여학생'처럼 당연해서, 그런 포럼조차 사라지는 날을 꿈꿉니다.

스포츠조선은 기사 캠페인, 포럼에 멈춰서지 않을 것입니다. 여학생 체육의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취재하고 투자하고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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