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그라운드 위에서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는 '팬'이다. '선수들은 팬들의 관심과 함성을 먹고 산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쌍방향 소통 시대다. 선수들은 그동안 받은 사랑을 팬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사비를 털어 물질적인 지원을 해주는 선수가 있는 반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을 택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이른바 '재능기부'다.
K리그에는 재능기부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팀은 모기업이 SK에너지인 제주 유나이티드다. 제주는 관중 유치와 기업 브랜드 제고를 위해 제주도민을 상대로 활발한 지역밀착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축구클리닉과 369캠페인이다. 제주는 분교 정도를 제외하고 제주도 내 초·중·고교 90% 이상을 방문했다. 적극적인 축구 클리닉으로 재능기부를 실시하고 있다. 효과는 곧바로 피드백된다. 제주 선수단의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잠재적인 제주 팬이 된다. 실제로 지역 사생대회에서 나온 축구 관련 그림을 보면 대부분이 제주의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고 있다. 최근들어 제주의 관중이 부쩍 늘어난 힘도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에서 비롯됐다.
369캠페인은 제주도 내 초등학생들의 사회성 함양과 체육 활동에 대한 흥미를 제고하기 위해 마련된 캠페인이다. 3차례 이상 축구 관람하기, 6명 이상 친구, 가족과 즐거움 나누기, 9차례 이상 최강 제주 외치기가 그 내용이다. 이 캠페인은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중독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과 함께 진행 중이다. 제주도 내 초등학생들에게 연간 회원권을 제공해 축구에 대한 관심을 늘리고, 경기장 안팎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 보다 많은 학생들이 축구를 즐길 수 있게 한다.
재능기부는 팬들의 사랑을 다시 돌려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작게는 팀이, 크게는 축구가 지역사회에 공헌한다는 의미가 크다. 축구를 통해 연고 지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문화를 풍성하게 만들고, 나아가 지역 발전과 변화를 견인하는 것이다. 지역사회 봉사활동 면에서도 제주는 리딩 구단 중 하나다. 사랑의 밥차를 통한 배식활동, 제주동물보호센터 방문, 소외계층 등에 대한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FC서울과 수원 삼성은 수도권 구단 중 본보기가 되는 팀이다. 서울은 서울시내 다문화 가정 어린이를 축구교실에 초청, 축구 클리닉을 수강하게 한다. 축구를 매개체로 다문화 가정 인식 전환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진행 중이다. 더불어 아빠와 함께하는 축구교실을 열어 가족애도 증진시킨다. 지난해 기준 FC서울 어린이 축구교실 7개 구장에서 105가족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FC서울은 소외계층에도 따뜻한 손길을 내밀고 있다. 홈경기마다 1000원에 판매되는 매치데이 매거진 판매 수익금을 소외계층에 기부한다. 또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서울 지역 장애가정 청소년 수술비 및 생계 지원을 위해 'FC서울과 함께하는 두드림 슛 긴급 의료지원' 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2013~2014년 총 17명 장애가정 청소년에게 지원금을 전달했다.
수원은 선수들과 수원 시민들의 접촉 횟수를 늘리고 있다. 3월에는 '블루하우스 일일점원'이라는 행사을 열어 선수들을 점원으로 변신시켜 민속촌, 커피숍 등 가게에서 손님을 직접 맞는 행사를 펼쳤다. 또 게임중독 아동 청소년 치유 프로그램, 축구 비디오분석가 직업체험, K리그 안전교실, 블루윙즈 응원반 안전캠페인 등으로 지역 사회에 파고들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이어가고 있다. '클래식 1강' 전북도 스포츠 윤리와 글로벌 축구 문화, 역사 등이 결합된 인문학 교육 등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가령, 소외계층 축구 꿈나무 육성 프로젝인 'FC아트드림'으로 축구 꿈나무를 배출했다. 울산도 월 3회 이상 고교 습격 프로그램을 4년째 진행하면서 축구 클리닉, 멘토링 프로그램 등으로 지역 학생을 위한 '건강한 학교 만들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지역밀착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실행하고 있다. 연맹은 2013년부터 CSR에 대한 분야에 눈길을 쏟고 있다. 10년 장기 프로젝트 'BEYOND 11'을 통해 K리그 CSR 중장기 전략 수립, 프로그램 개발, 파트너십 확보, 구단 활성화 지원체계 구축 등 K리그 팀들이 지역 커뮤니티 활동을 강화할 수 있는 로드맵을 실행하고 있다. 연맹 자체 내에서도 눈에 띄는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17일 K리그 올스타전 선수단 공헌 활동이 좋은 예다. 경기 당일 이동국 차두리 김두현 등 스타 플레이어들을 활용해 안산 시내 초등학교 축구부 90여명을 대상으로 유소년 축구 클리닉을 펼쳤다. 안산 다문화가정 어린이와 장애우들을 위한 다양한 레크리에이션 게임과 미니올림픽, 직업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 연맹은 교육부와 연계, 유소년 선수들의 축구 기술 훈련, 인성 함양 등 인성교육프로그램 '(FUTURE GREAT)퓨처 그레이트'인 시청각자료를 제작, 배포했다. 특히 연맹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손을 잡고 'K리그 축구의 날' 행사를 통해 K리그 구단의 학교방문프로그램을 연계했다. 이 행사는 각 구단에서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에 진행하는 공식행사로 자리매김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